보은 :: 삼승면 선곡리 충청북도 민속문화유산, 서느실 마을 최혁재 고가와 최동근 고가
김수온 부조묘를 관람하고 나서 향한 곳은 선곡리였다. 선곡리는 신선 선 자에 계곡 곡 자를 써서 신선이 모여 살았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농촌 마을이며 지역 주민들이 지칭하던 이름 중에 서느실(선우실)도 있다. 이 곳은 조선 중기의 학자 최흥림이 을사사화 이후 보은으로 낙향하여 그 이후 일가를 이루고 살았던 마을이다. 그리하여 화순 최씨의 집성촌이 되었는데, 이 지역의 최씨 일가는 화순 최씨가 아닌 서느실 최씨라고 지칭하기도 했다고. 집성촌이었다 보니 선곡리에는 최씨 가문의 고가가 네 채나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중 마을 입구와 더 가까운 2곳, 최혁재 고가와 최동근 고가를 소개해보겠다.

낮은 산들과 논밭을 지났더니 드디어 선곡리에 들어섰다. 저 멀리 보이는 최혁재 가옥. 기와집과 초가집 지붕이 함께 보이는 모습이 꽤나 신비로웠다. 지금에야 현대식으로 마을 길이 정비되어 길에 도로며 펜스, 전신주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 옛날 조선시대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최혁재 고가 왼쪽에 위치한 금적가든. 백숙 맛집이라던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읍과는 거리가 꽤 있는 문화유산을 방문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문이 닫혀 있으면 어떡하지...? 인데, 다행히 차가 한 대 놓여 있고 대문도 열려 있어 럭키!를 외치며 다가갔다.

최혁재 고가는 헌종 15년에 건립되어 지은지 170여 년이 지난 조선시대 후기의 건축물이다.
위의 안내문에는 안채 위주로 설명이 되어있다. 전통가옥을 잘 몰라 사랑채, 행랑채, 대문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워서 검색을 해보며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깔끔한 인상을 주는 대문채. 2009년에 복원되어 그런가보다. 가운데 문이 한 층 높은 솟을대문 형식으로 되어있다. 규모있는 양반집 가옥에서 주로 보이는 형식이라고 한다. 전통가옥에서는 이 대문채의 양쪽 지붕을 쭉 이어서 행랑채를 짓기도 했다는데 아까의 안내문에 따르면 최혁재 고가는 행랑채를 안쪽에 별도로 만들어둔 방식이었던 것 같다. 행랑채는 일꾼들이 거주했던 공간이므로 행랑채가 있으면 꽤나 규모가 큰 양반 가옥이라는 뜻이다. 여력이 있는 경우는 대문채에 이어진 바깥행랑채와 안채와 이어지는 안행랑채 둘 다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쪽에는 창고용 문과 다른 한쪽에는 객실 같아 보이는 문이 있다. 만약 복원 전의 모습도 이와 같았다면 아마도 이 방이 바깥행랑채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궁이까지 구현해둔 것으로 보아 객실은 맞는데... 지금은 일꾼이 없을테니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손님방이라기엔 너무 바깥이고... 그냥 창고처럼 쓰고 있을지도?

대문을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마당이 꽤나 넓다.

이 초가집은 따로 설명이 없어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사랑채와 행랑채는 복원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아마도 나중에 따로 만든 별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위치 상으로는 사랑채에 가깝지만...? 오른쪽에 창고가 있고 안채와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마당. 소나무 한 그루만 있어서 조금 썰렁한 느낌이긴 했지만...
담장이 낮아 바깥 풍경이 다 보이는 모습이 색달랐다.


초가지붕에는 굼벵이가 숨어 살 수 있다고 하여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야한다고.
2023년에 선곡리 초가집들의 이엉을 새로 하여 교체했다는 뉴스 기사를 봤다.

건물을 둘러보고 있으니 어떤 분이 다가오셔서 관람하시는 중이냐고 말을 걸어오셨다.
조금 바빠보이셨는데 아마 제사나 집안 행사가 있으신듯? 창고를 보니 사골국물 상품들이 보여 그리 추측해봄. ㅎㅎ
이전에 보았던 고가들과 달리 실생활용품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관람을 했다는.



뒷간채와 안채 사이에는 나무를 심어놓은 별도의 마당이 있었다.
봄꽃이 좀 피어있는 시기에 오면 더 예쁠 것 같다.


갑자기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풍경 소리가 딸랑딸랑...
하늘이 파래서 예쁘면서도 춥긴 추운 날이었다.


안채 규모는 약 27평 정도로 가로로 5칸 반, 세로로 2칸 반의 크기라고 한다. 세로 크기는 아까 그 거주하시는 분이 계신 것 같아서 따로 살펴보지는 않았다. ㅎㅎ


맨 왼쪽의 온돌방에는 마루를 높게 하여 주변 풍광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아궁이 앞에 장작이 그득 쌓여있는 걸로 보아 지금도 계속 사용하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안채 살짝 뒤켠에는 수돗가가 있다. 가장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초가 지붕은 광채이다.


새순이 돋는 시기가 아니어서 조금 썰렁해보일 수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 이상 관리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되기에 이해가 되었다. 만약 이곳이 행랑마당이었다면 별 거 없는 것이 원래의 모습일테고 말이다.

관람을 마치고 다음으로 갈 곳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최동근 고가.

최혁재 고가에서 바라보는 선곡리 마을 풍경. 마을 입구의 소나무는 옛날 사진에서도 똑같은 모습이었을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이 풍경을 안채 높은 온돌방에서 구경하는 재미로 사시사철을 보내지 않았을까?

최혁재 고가 뒤쪽의 최동근 고가는 마당이 매우 크고 넓었으나 건물은 많지 않았다. 안채 외에도 사랑채 등 부속채가 많은 대규모 가옥이었으나 안채만 복원하였다고 한다. 근방에 고택이 많으니 복원을 잘 해두면 보은군의 내로라하는 관광명소가 될 듯도 한데 예산 때문일지 아니면 읍에서 거리가 있어서인지 (차로 15분, 대중교통으로 오기엔 꽤 불편한 편) 아직은 복원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문화재여도 군의 소유 부지가 아닌 개인의 땅과 건물이기에 복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걸 수도 있겠다고 추측해본다.

안채의 크기는 6칸 반으로 최혁재 고가의 안채보다 살짝 규모가 크다.

오른쪽 건물에는 유리를 대어뒀다. 지금은 거주자가 없기 때문에 아마 관리하기 편하도록 유리로 해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과거 사진이나 참고 자료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넓은 마당에 아무 것도 없어서 괜히 내가 다 아쉬웠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오래되어 보이는 집 한 채가 있는데 따로 설명 안내문은 없었다. 검색을 해보니 인접 별당이라고 한다. 이 별당의 기와, 망와, 추녀기와 등의 보존이 잘 되어있었다고.

소화기가 놓여있고 건물이 깨끗해 보였지만 사람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화재에 함부로 손댈 생각은 없었기에 멀리서 촬영만 해보았는데... 건물 안쪽을 보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로드뷰로 보니 별채 뒷쪽으로도 들어올 수 있게 담장을 터놓긴 했다.
타 지역의 유명 한옥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어도 넓은 부지에 사랑채며 다른 부속채를 복원해두고 별당과 함께 화기엄금 숙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지역 명물로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가장 왼쪽의 뒷간채, 중간의 안채, 오른쪽 끝의 별당.
파노라마로 찍어서 직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 이런 형태의 구조이다.
다음 번에는 조금 따뜻한 시기에 와서 푸르른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고가의 모습을 관람해야겠다.
이번 방문에 놓쳤던 디테일도 구경해보고 말이다.

관람을 마치고 다음 최씨가문의 가옥을 보러 가는 길.
저 너머에 보이는 기다란 담장에 규모가 얼마나 클지 기대가 되었다.
보은읍에서 선곡리로 가는 대중교통은 중앙사거리 한양병원 맞은편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621번 버스가 있다. 약 20분 가량 소요되며 8시 40분, 10시 40분에 출발한다. 620번 버스 역시 선곡리로 향하지만 살짝 돌아가기에 30분 가량이 걸린다. 같은 장소에서 13시 40분, 16시 40분에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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