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 지산리 김수온 부조묘, 불천위를 모시는 사당 (feat. 양지말저수지)
3월 얼마 남지 않은 보은관광청년PD 활동의 일환으로 다녀올 데를 물색해보았더니, 집에서 그리 머지 않은 곳에 '김수온 부조묘' 라는 곳이 있어 가기전에 자료검색을 해보았다. 김수온이라는 인물도, 부조묘라는 명칭도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김수온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름 석 자이지만 조선 전기[각주:1]에 여러 직급을 역임한 문신으로 조선시대 3대 문장가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주변인물로는 신미대사[각주:2]가 있다. 무려 신미대사의 동생이란다. 신미대사는 속리산 법주사의 암자 복천암의 전신인 복천사 건설에 중심이 되신 분이기도 하다.
부조묘(不祧廟)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더니 '불천위 제사의 대상이 되는 신주를 모신 사당' 이라고 한다.
그럼 또 불천위(不遷位)란 무엇이냐? 나라에 큰 공훈이 있는 사람의 신주(神主)를 4대봉사가 지난 뒤에도 옮기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神位)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고조 이하 4대까지만 지내고 5대부터는 혼백을 무덤에 묻어 묘사하는데 불천위의 경우에는 계속하여 신위를 사당에 모신다는 차이가 있다. 즉 세대에 상관없이 신주를 모셔 기념할 만큼 살아생전 업적이 대단했던 사람을 기리는 사당인 것이다.
이 사실을 불자이신 엄마한테 얘기해드렸더니 어머~ 신미대사님 동생이신데 업적도 대단했냐며 놀라셨다.
이 지역에 살면서 김수온 부조묘의 존재 자체를 처음 알았기 때문에 아마도 큰 규모가 아닐거라고 예상되었지만,
작아도 어떠랴, 난 인물이면 찾아가보는거지. 하고 3월 중순 살짝 날이 풀렸던 주말에 가보았다.
김수온 부조묘가 위치한 지산리 마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물푸레나무가 있다. 수령은 약 360년 정도. 아직 날이 따뜻해지진 않아서 이파리가 하나도 나있지 않았다.
이 보호수는 성종 때 김수온 부조묘가 세워진 후 약 200년이 지난 시점에 우암 송시열 선생에 의해 원래 위치해있던 종곡리에서 지금의 지산리로 옮겨지는 걸 기념하여 심어진 나무라고 한다.
나무가 약간 아팠다가 요즘은 다시 괜찮아졌다고 하니 여름철 풍경이 살짜쿵 기대가 되었다.
봄을 갓 맞이한 뒷산은 녹음이 덜했지만 부조묘 앞 갈대가 나름 운치 있어 보였다.
혹시 이전 풍림정사를 구경할 때처럼 잠겨있을까봐 긴장하며 다가갔다.
햇살이 꽤나 비치던 시간대라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아뿔싸...! 잠겨있구나... 라고 하기엔 허술한 철사 하나가 끼워져 있는 게 다라서 그냥 빼고 들어갔다 하핫.
자물쇠로 잠겨져 있으면 그냥 글을 안쓰려고 했었다는.
무사입성.
이 부조묘는 김수온 사후, 번역과 간행에 많은 업적을 남긴 그를 위하여 성종의 명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본관이 영동 김씨(중 영산 김씨)라 그런지 그의 묘소는 영동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그의 부조묘는 어쩌다가 영동이 아닌 보은에 위치하게 되었을까? 법주사가 가까워서인가? (불교를 가까이한 유학자인데다 형이 신미대사이니) 기존에 위치해 있던 종곡리는 지산리보다 법주사 쪽에 훨씬 가깝긴 한데... 검색을 해도 그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아무튼, 큰 도시가 아닌 시골 작은 마을에 세워진 사당이라 나쁘지 않은 상태로 현대까지 보존되어 있어서 내가 오늘날에 관람을 할 수 있게 된 거겠지.
건물 뒷쪽에 뭐가 있을까 싶어서 가보았지만 별다른 건 없었고...
시공간의 뒤틀림을 느꼈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사진을 잘 보면 건물이 우글쭈글하다.
기둥과 벽면의 수분이 말라서 틀어진건지 뭔지...
이 사실이 결국 관람에 방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사당의 문이 절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왼쪽, 오른쪽의 문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고 가운데 문만 열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당황해서 사진을 못 찍음)
틀어진 벽에 꼭 끼워진 문이 열리기를 거부했다.
자물쇠 사슬이 조금 긴 쪽 문을 슬쩍 열어보니 틈새가 벌려지길래
휴대폰을 끼워 겨우 촬영을 해보았다. ㅋㅋㅋㅋㅋ
건물 안도 우글쭈글한 모습이다. 부조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수온의 유명한 일화로는 책을 읽을 때 한 장씩 뜯어서 소매 안에 넣어두고 다 외우면 버려버리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설령 남의 책을 빌렸을 때도...😜 그렇게 신숙주가 아끼던 책을 하나 빌려놓고 돌려주지 않고 한 장 한 장 뜯어 벽에다 발라놨다고 한다. 신숙주야 황당했겠지만은 집현전 학사로서 명석한 두뇌 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노력(?)하는 열정으로 당대의 유명한 문학가가 되었지 싶다.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건물 내부까지 찍고 다음 목적지로...
보은읍에서 김수온 부조묘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산1리로 향하는 버스 431, 435, 432, 433에 탑승하여 7분 정도 걸린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연못 하나를 발견하였는데 수련보호구역이라고 쓰여있었다.
지금은 수련이 피어 있지 않아 아직까지는 구경할 거리가 많지 않아보이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필테니 한 번 더 구경을 와야겠다.
찾아보니 양지말저수지는 이 마을에서 효자못이라고 불리웠으며 이름답게 효자와 얽힌 설화가 하나 있다고 한다. 이건 차후에 써보도록 해야지.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풀이 너무 무성해서 깔끔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정비를 한 것 같다. 자그마한 연못이지만 주변에 나무를 심으면 정말 예쁠 것 같은 느낌... 주민들이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정자나 벤치가 있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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