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 폭설 속 사람 없는 속리산 법주사의 겨울 풍경 (유네스코 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때아닌 3월 3일의 대설주의보 속, 유네스코 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의 7개 사찰 중 하나인 법주사를 보러 다녀왔다. 근처에 거주하면서도 꽤나 오랜만인, 약 2년 만의 방문이었다.
방문날짜는 딱 1주일 전인데 그 사이에 날씨가 확 풀리는 바람에 계절감이 너무 없는 사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원래는 3월 초 연휴를 맞아서 3월 3일에 법주사 성보박물관을 갔다가 복천암에 다녀와볼까 하는 계획이었지만, 월요일이 정기 휴일이라고 하여 박물관 구경은 하지 못했고... 눈이 너무 와서 복천암에 가기는 좀 그래서 법주사 설경이나 사진으로 담아보기로.
집에서 내려오는 길에 눈이 너무 미끄러워서 죽을 뻔 했다는 (20% 정도 과장...)
3월 초에 이렇게까지 눈이 오는 것도 놀랍지만, 눈이 이렇게까지 올 때 법주사에 온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이른 아침이다보니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안 밟은 눈밭을... 거니는 로망은 이뤘는데 발자국이 너무 못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구인 금강문이 아니라 뒷쪽부터 찍은 이유는 포교사이신 엄마랑 같이 왔기 때문이다. 신도 분들은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차로 출입이 가능하다. 뭐 오늘은 행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셀프 행사? (❁´◡`❁)
눈이 와서 하얗게 물든 법주사의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연신 감탄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진짜로 🤨 이런 표정을 하고 계셔서 웃겼다. 엄마의 MBTI는 확실히 T인걸로....
아 참, 오랜만에 와서 몰랐는데 금동대불상 안쪽이 공사중인가보더라. 또 얼마나 멋지게 바뀔까?
아무도 없겠지~ 했지만 경내 발자국이 꽤 보였고, 몇몇 분들이 이 날 오실 관광객들을 위해 눈길을 치우고 계셨다. 너무도 고마우신 분들... 이 날 진짜 추웠음 ㅠㅠ
평소 알던 풍경이 눈 하나 내렸다고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아까는 팔상전의 뒷모습을 찍었으니 이번엔 정석적인 앞모습을 찍어본다. 어라? 그러보고 팔상전 앞에 못보던 향로가 생겼다. 이제 팔상전 앞에서부터 본격적인 향냄새를 맡을 수 있겠다.
법주사 경내에는 국보가 3점이나 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존재감이 강한 건물, 팔상전 국보 55호다. 대한민국 현존하는 유일한 고식 5층 목조탑으로 임진왜란 때 아예 불타버렸으나 사명대사가 다시 재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리산 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이 몇십년 간 팔상전이었는데 올해 쌍사자석등으로 바뀐다고 하여 조금 서운하다....
눈이 온 법주사 경내 모습이 아름답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흰 옷을 입은 모습이 색달랐다. 자주 보던 풍경도 날씨 하나 때문에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보이는 게 신기했다.
우선 여느 관광객처럼 가장 첫번째 풍경으로 가보기로 했다.
바로 금강문에서 바라보는 천왕문과 나무 두 그루.
처음에 왔을 때는 여기가 나름 포토 스팟이라는 걸 알지 못해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법주사 배부 엽서에 (비매품임) 이 구도로 사진이 찍혀있는 걸 보고 그 다음부터는 꼬박꼬박 이 풍경을 눈에 담게 됐다.
오늘은 마침 사람도 없고 눈이 내리는 아주 예쁜 풍경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네.
하얗게 내리는 눈이 내 카메라로도(?) 잘 보일 수가 있다니! 꽤나 폭설이긴 했다.
카메라 화각 렌즈에 장착해둔 필터가 몇 년 전에 여행갔다가 깨져서 그냥 쌩 렌즈인 상태로 다니고 있는데... 이 날은 눈을 맞는 수모(?)를 겪고 1주일 후에는 비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는... ㅋㅋ 버텨라 렌즈야.
곧게 뻗은 전나무가 멋지다.
눈이 많이 오는 관계로 팔상전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두지 않은 듯 하다.
찍을 기회가 많지 않는 사람 없는 팔상전 정면 사진.
자주 보는 친구지만 볼 때마다 정성들인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양한 구성으로 엄마 사진 찍어 주기. ㅋㅋㅋ
핸드폰으로도 찍고, 세로로도 찍고, 클로즈업으로도 찍고, 가로로도 찍고 했더니 엄마가 손이 시리다며 언제까지 찍을 거냐 하셨다.
국보 64호 석련지.
입구에서 왼쪽에 위치하고 있어 팔상전과 금동미륵대불에 눈길에 빼앗기면 보지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화강암으로 만든 연꽃 모양의 인공 연못으로 이 위에 연꽃을 띄워두는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오늘은 엄마가 능인전을 가보자며 안내해줬다. 능인전 건물 뒤쪽에 있는 세존사리탑을 건물 내부에서 유리창으로 볼 수가 있단다. 호? 그건 또 모르던 정보라 솔깃.
이렇게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놓은 공간을 적멸보궁이라고 한단다.
능인전 옆에 세워진 사리각. 눈이 와서 그런가 되게 낯설었다. 아니 낯선 거 맞긴 하다. 이 적멸보궁 안으로 들어오는 게 처음이거든.
법주사의 세존사리탑은 대한민국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통도사에 있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옮겨온 뒤 탑에 봉안한 것으로 고려 공민왕 때 지어졌다. 신라시대에 자장 스님(590~658)이 가져온 진신사리를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 법주사에 피신하며 부처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곳으로 옮겨오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한다.
해당 탑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 진신사리를 모셔온 적멸보궁에서는 불상을 절대 두지 않는다는데 법주사는 통도사의 진신사리를 옮겨온 곳이라서인지 그 이론에서 벗어난 듯 하다. 통도사 대웅보전에는 그 이유로 불상이 없다고 한다. 불상 없는 대웅보전의 모습도 매우 궁금하니 통도사를 올해 안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는 다짐.
능인전 경내는 매우 자그마하지만 16나한이 함께 모셔져 있으며 이 곳에서 나온 문화재가 꽤 많아 성보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작지만 알찬 곳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까 설명했듯이 적멸보궁이라면 불상을 모시지 않아도 되는데 불상이 있고, 나한전이라면 석가모니상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 점에서 이 능인전은 사용용도가 미스테리라고 한다. (근데 그냥 두 용도로 다 쓰지 않았을까?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고 하는 거지...)
부처님께 절도 하고 나왔답니다~
능인전 건물을 보수공사를 했는지 새로운 목재가 덧대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늬는 언제 입히려나...
이 날은 뒷모습만 찍었지만 바위 앞쪽으로 가면 마애여래의좌상이 새겨져 있다.
국가유산방문여권이 또! 리뉴얼 되어 새롭게 찍으려고 수첩도 가져오고, 종이에다가도 따로 찍었다.
새 여권이 오면 잘라서 붙이든가 아니면 또 들고와서 찍어야지.
문화유산 근처에 사는 권력. 후후.
이제 눈이 살짝 그쳤다.
팔상전 원없이 찍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로!
다음에 올 때는 향도 붙여봐야지 (1주일 뒤: 향이 다 떨어져서 못붙였어요)
아? 팔상전의 한자가 여태까지 八인 줄 알았는데 捌이었네. 숫자 팔의 갖은 자인 깨뜨릴 팔자이다.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8개의 그림이 들어가 있어서 8상전이 맞긴 맞는데
이 현판을 여러번 보고도 지금 깨달았도다...
쌍사자석등을 보호하는 건물도 최근에 수리를 했는지 목재 색상이 노릇노릇하다.
뭔가 좀 어색한 느낌... 차차 세월의 흐름이 묻어가면서 전각들과 어우러지겠지 싶다.
국보 5호인 쌍사자석등. 여러분 국보 5호가 법주사에 있어요...
역시나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지나치시곤 한다.
안 찍으면 섭한 대웅보전. 가운데에는 보물인 사천왕 석등이 놓여있다. 대웅보전, 원통보전도 다 보물이라네.
발이 시려서 난 부처님 뵈러 안들어갔고... 엄마는 들어가서 인사하시고 옴
이런 날씨에 찾아온 보람을 느꼈던 (비록 발은 시리지만) 산자락의 모습들. 또 눈을 보려면 9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지...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이다 생각하고 하얀 풍경들을 즐겼다.
눈 오는 날 법주사의 풍경도 아름다우니 오셔서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다.
다음주에 보자~ 하고 인사하며 법주사를 떠났.... 는데, 내려오는 길에 마주한 차 바퀴가 쌓인 눈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바람에 엄마랑 나랑 그 차 바퀴 밑 눈들을 열심히 치웠던 해프닝이 있었다는...
법주사로 오는 대중교통으로는 속리산 터미널로 오는 시외버스가 있으며, 속리산 터미널에서 약 2km 이상 걸어올라와야 법주사를 만날 수 있다. 속리산 터미널은 마을 끝자락에 있고 법주사는 안 쪽에 있기 때문에 그러한데 포교사나 신도를 위한 행사가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차량으로 입장할 수 없는게 원칙이다. 뚜벅이 분들은 사찰 전경과 속리산까지 보시려면 꽤나 다리힘이 필요하니 참고하시길! 걸어오는 길목마다 번뇌를 떨치는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꽤나 걸을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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