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났던 그 곳, 호남제일루 광한루원
2019년으로 떠나본다.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강제로 타임워프
가족 여름 휴가를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가 2018년에는 경상도를 갔으니, 이번에는 전라도를 가자고 했다.
여수를 가본 적이 없어 여수를 메인으로 하고, 가는 길에 남원, 올 때는 담양을 들르기로.
내려가는 길에 금산휴게소에 들러 주전부리 냠냠. 당시 히트쳤던 소떡소떡도
휴가철이라 휴게소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남원까지 왔다면 광한루는 못 참지
관광안내소에 엽서가 있는지 여쭤봤는데 없다고 하더라.
실망을 뒤로 하고 광한루원 상가를 지나,
서문을 통해 입장했다.
광한루원은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조선시대 제일의 누원으로 2008년 명승 제33호로 지정되었다. 대한민국 정원에는 궁궐정원, 개인정원, 관아정원이 있는데 광한루원이 바로 관아정원에 속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춘향전의 성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곳으로 유명하다. 광한루원의 입장료는 1인 3천원,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9시까지. 야간에는 무료 개방하고 있다.
서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작교와 광한루. 호수 위에 휘영청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멋지다.
2013년에 발행한 보통우표 300원에 포함되어 있어서 종종 보던 앵글! 광한루를 오자고 했던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보고 싶었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평일에 왔다면 남원 우체국에 들러서 날짜도장을 찍어볼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보기로.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오작교가 광한루원에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누원이 우주와 천체를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광한루원을 달나라의 궁전으로 여기고 연못을 은하수라고 여겼다고 한다.
연못 양쪽의 물이 서로 잘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무지개 모양의 구멍은 우리나라 정원의 가장 대표적인 다리 양식이다.
광한루는 1419년 황희가 남원에서 유배를 보낼 때 광통루(廣通樓)라는 이름으로 지었던 것이 시초로, 세종 시절에 부사 정인지가 이름을 광한루(廣寒樓)로 변경하였다. 이후 1461년 부사 장의국이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조성하고 선조 시대에 정철이 오작교를 만들며 삼신도와 영주각을 지었다. 이후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1639년에 복원하였다. 그 후 이 누각은 1963년 보물 제281호로 지정되었다.
다리를 건넜더니 잉어먹이를 판매하는 상술을 시전하고 있길래 하나 구매했다.
맛있게 먹으렴~
오작교와 연못 주변으로 세개의 섬이 있다. 이 섬들은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산이자 이상향인 ‘삼신산’을 모티브로 하였다. 좌측을 영주산, 가운데를 봉래산, 오른쪽을 방장산이라고 부르는데 이 산들은 각각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송강 정철은 봉래섬에는 백일홍, 방장섬에는 대나무를 심고 영주섬에는 영주각이라는 정자를 만들었다.
방장정은 비교적 최근에 지은 정자라나.
광한루는 어쩐 일로 오색깔로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2019년이 바로 광한루가 지어진지 600주년이라 알로록달로록하게 꾸며둔 것이었다.
뒷쪽에도 편액이 있다는데 찍을 생각을 못했다는...
삼신산 쪽으로 들어가본다. 대나무가 잔뜩 있는 걸로 보아 여기는 방장산!
영주각을 보려고 들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와서 삼신산을 빠져나왔다.
600주년 기념공연으로 춘향이와 몽룡이가 혼인을 올리는 장면이 꽹과리 소리와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뒤쪽에는 혼례복을 입은 몽룡씨가 등장. 많은 관객들로 인해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서 가마만^_^;;
마침 옆에 춘향사당이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아름다운 배롱나무.
춘향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사당. 열녀춘향사라고 쓰여있는 현판 아래에는 자라에 올라탄 토끼가 조각되어 있다. 이는 별주부전(수궁가)를 뜻한다. 남원이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춘향사당은 우리 민족이 지혜의 상징인 토끼, 충성심의 상징인 자라 그리고 열녀 춘향의 절개를 본받고 독립을 다짐했던 정신이 들어있다고 한다.
춘향의 영정은 춘향제가 시작할 때 춘향제례를 올릴 때 모셔져 나온다. 이당 김은호가 1961년 그린 작품으로 사당에는 복제품, 원본은 남원향토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당 김은호의 친일활동으로 인해 남원시민단체가 요구하여 2020년에 철거되었다. 하긴, 춘향사당에 수궁가니 춘향의 절개니 구구절절 의미를 부여해놓고선 친일파의 그림을 걸어두는 것은 어폐가 있다. 새로운 춘향 영정은 2020년 12월까지도 소식이 없는 듯 하다. 9월 춘향제가 열리기 전까지는 복원을 해두려나?
때는 8월, 구름도 없고. 너무 더워서 영주각으로 가서 잠깐 쉬기로 했다.
더운 여름 누각에 앉아 쉬고 있으니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
하다는 말은 못하겠고 손풍기를 애용. ㅋㅋㅋ
그래도 직사광선을 내리쬐지 않아 덜 덥긴 했다는.
삼신산을 연결해주는 다리 위에서
광한루 정면을 발견하여 찰칵찰칵.
뭐 특출나게 잘 찍는 것도 아니지만 몹시 열중하였다는 ㅋㅋㅋ
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한루의 모습.
지금 봐도 예쁜데, 600년 전이라면 정말 달나라의 궁전처럼 느껴졌을 법도 하다.
이제 거의 봤다 싶어서 다시 오작교를 건넜다.
완월정을 안 봄...ㅋㅋㅋ 완월정은 1960년대에 건설된 정자로, 보물이라 개방하기 어려운 광한루와 달리 사시사철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정자다. 이곳에 올라 광한루원을 보면 느낌이 색다르다는데... 전혀 안봤네? 다음을 기약하자.
거대한 나무와 광한루 600주년 기념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떠나려고 했는데
뭔가 체험도 하고 있고
근처에 춘향이가 타던 거대한 그네가 있었는데 사진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올릴 수가 없다. 흑흑
월매집도 있길래 들어가보았다.
월매집은 조선시대 전통 초가집으로 구현해놓았으며 이상한 포토스팟도 함께 만들어놓았다.
이런 요상한 센스의 하트모양 부조물은 이제 그만 만들어주세요... ㅋㅋㅋ
연못 한가운데는 춘향과 몽룡이 있다. 이 앞의 항아리에 동전을 넣으면 사랑가가 흘러나온다나. 너무 멀지 않나? 이런 도전 좋아하는 호적 메이트가 시도조차 않았다. ㅋㅋㅋ
동전교환기까지 구비해두고 있다. ㅋㅋㅋ 이런 상술을 보았나.
더운 여름 기온에 초가집을 둘러볼 체력을 다 빼앗겨서 잠깐 앉아 있다가 바로 나왔다.
빠져나가기 직전 관광안내소 발견!
관제엽서를 몇 장 챙겼다. 관제엽서에는 영원 엽서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주소를 쓰고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보낼 수 있다. 관제엽서마다 그림이 조금씩 다른 것이 재밌는 점. 보통 무료로 배부해주지만 장수에 제한이 있다.
떠나기 직전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애드벌룬을 찍어봤다. 완월정도 쪼그맣게 찍혀있음
여름날, 버드나무와 배롱나무를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었던 광한루원.
다음번엔 춘향제가 열릴 때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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