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 경포호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난 독립만세운동기념탑과 평화의 소녀상
경포호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난 독립만세운동기념탑과 평화의 소녀상
카페로 가기 전에, 머지 않은 곳에 경포호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분명 어릴 적에 한 번은 왔었을 텐데 기억이 아주 새하얬다. 강릉 오면 무조건 봐야하는 곳 중 하나. 거대한 호수와 그 옆에 지어진 정자, 경포대에서 옛 사람들이 즐기던 풍광의 운치를 느껴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경포호는 둘레 8km의 호수로, 수면이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바다와 이어진 석호였지만 2004년 수질 개선을 위해 바닷물을 막아두었던 보를 텄고 지금은 염호가 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홍합이나 전복이 호수에서 자라고 있다고...
숙모 말씀으로는 예전엔 여기서 배도 타보고 했다는데 오래 방치된 것 같은 나뭇배가 하나 쓸쓸하게 놓여져 있었다.
경포호 저 멀리 보이는 시선강탈 하얀 건물.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이라고 한다.
2018년 1월에 오픈한 신축 호텔이다.
반대편에 있는 하얀 건물은 씨마크 호텔.
경포호 가장자리에는 갈대가 나 있다. 이 주변으로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어서 주민들이 아침에 운동을 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단다.
실제로 우리가 있을 때 근처에 빌려주는 곳이 있었는지 탈것을 타고 다니는 관광객분들이 계셨다.
경포대가 살짝 보인다.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라서 가보기로 했다.
경포호 앞에 현재와 옛 모습을 담아놓은 사진이 있었다. 경포대 근처에 나무 하나 없는 모습과 뱃놀이를 하는 풍경이 이제는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깔끔하게 조성된 산책로. 경포대로 가려면 윗 사진 왼쪽에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건너야 한다. 물론 횡단보도가 있지만 조금 위험해 보였다.
경포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옛 문인들이 경포호수에 대해 노래한 시들이 새겨진 수석들이 있다.
이 많은 돌에다 얼마나 열심히 새겼을지...
맑은 거울 호수 옆에 지은 정자, 경포대. 내 상상 속의 경포대는 아주 높은 지대에 고고하게 세워져 있는 고급 휴양시설(?)이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 높지 않은 지대에 편안히 지어져 있다. 이정도 올라왔다고 나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 선조들은 정말이지 운치와 풍류를 아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여기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피서를 했을테지?
관동팔경의 그 첫번째로 꼽히는 경포대. 강원도 유형문화재 6호이기도 하다.
'제일강산' 이라고 적혀있는 현판이 있다.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올라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11월 초의 강릉은 꽤 포근했는데, 경포대에 앉아있었더니 발바닥부터 써늘함이 몰려왔다.
경포호수가 정면으로 보이는 명당이다.
경포대로 올라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다시 만난 두쌍의 신발
한쌍은 안타깝게도 타지역 학식이라...
삼촌네 가족들과 셀카 타임을 갖고 (발이 시려워서) 금방 내려왔다.
곱게 물든 가을의 그라데이션
수십년, 수백년 전에도 이 길을 올라오며 풍경을 즐겼을 사람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니까. 상상과는 너무 다르다.
크기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항주에서 본 서호가 아주 잠깐 떠올랐다. 큰 호수를 본 적이 많지 않아서 비교군이 별로 없어ㅋㅋㅋ
다 떨어지고 조금 남은 이파리들.
다시 경포호 앞에 와서 아까는 보지 못한 관광안내도를 보았다. 삼일운동기념탑이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어디인지 둘러보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을 4월부터 5월까지 이곳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운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 비루한 상상력은 언제나 서울이 중심이었는데... 기념탑까지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분명 강릉 외에도 전국 여기저기에 이런 기념탑들이 있을테지.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경포호 앞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난 우리 조상님들의 흔적이었다.
80년이 지나서야 세워지게 된 만세운동 기념탑이다.
기념탑 뒤 켠에는 흉상들이 있다. 강릉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힘쓰셨던 분들이다. 새겨진 이름을 유심히 보았더니 최(崔)씨가 굉장히 많았다. 삼촌에게 물어보니 강릉에 최씨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강릉 최씨는 전국 최씨들 중에 인원수가 4위로 많다.
독립만세운동 기념탑 바로 앞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평화의 소녀와는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그녀의 목을 여며주는 노란 목도리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2015년 광복 70주년에 세워진 소녀상이다.
최근 옆나라 사이타마 현 치치부 시가 또 이 소녀상 탓을 하며 자매도시인 강릉시와 교류를 끊겠다고 했다. 한일 양국 정세가 불안하니까 일본인 직원을 강릉에 파견하면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우리는 왜놈이 아니라 그런 음습한 짓은 안하는데 :) 뭘 상상했길래 신변 안전을 걱정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때린 놈이 발도 못 뻗고 잔다더니만...
강릉에 온다면 경포호의 고즈넉한 풍경도 좋지만, 입구에서 반겨주는 평화의 소녀를 꼭 만나보자.
곧이어 차를 타고 카페로 가는 길. 반대편 쪽으로 왔더니 호수 한가운데 정자가 보인다.
월파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라고 한다. 그런데, 저기까지 가는 관광상품은 없는걸까? 사람들이 타고 싶어할 것 같은데.
해가 점점 져가는 오후.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면서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오리들이 유유자적 헤엄치는 경포호와 그 너머로 겹쳐지는 산들의 모습이 동양적이다.
때마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딱 예쁜 시간대였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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