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 현지인이 추천하는 주문진 맛집, 해미네집의 복어회와 복지리
현지인이 추천하는 주문진 맛집, 해미네집의 복어회와 복지리
남항진 해변에서 저녁을 먹으러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 토박이이신 삼촌의 단골집이 있는 주문진.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셔서 밖으로 나와 근처의 어민수산시장을 구경했다.
동해 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가득하다.
삼촌이 강릉에 오라고 계속 권유하면서, 가을이 딱 복어철이라고 하시더니만 시장 곳곳에 복어들이 잔뜩 보였다. 복어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처음, 이따 먹을 복어회도 처음. 복어의 독을 잘 제거하지 않으면 먹을 때 큰일이 난다지만, 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삼촌의 단골집이라니까. 처음 먹는데 그런 사고가 날 만큼 내가 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어민수산시장을 나와 주문진항 앞의 가게들을 구경했다. 대왕 오징어가 반겨준다. 외국인들이 보면 질색팔색할 것 같다.
왜 청주무심천건어물이 강릉 주문진에 있는지 알려주실 분...?
20~30분 동안 시장 구경하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수조 속에 있는 새우를 가리키며 가격을 외치던 어느 아주머니. 10마리와 15마리의 가격을 똑같이 불러서 지나가다가 웃고 말았다. 무슨 기준이지?
영업시간 | 09:00 AM~20:00 PM
매장주소 |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312-113
전화번호 | 033-661-3238
해미네집은 복어요리를 주력으로 하는 식당이다. 바로 앞의 어민수산시장에서 사온 게나 문어를 쪄주기도 한다. 이 골목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 다 그렇게 하는지 공기 중에 맛난 냄새가 폴폴 났다. 식당 앞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좁다란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붐비는 시간에는 주차하기가 좀 힘들 수도 있다.
벌써부터 한국의 맛이 느껴지는 식당. 요즘 이런 후리한(?) 인테리어가 맘에 든다.
예전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빨래줄에 걸려 있는 세상 힙한 장갑 한 짝
해미네집의 메뉴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 그 때 그 때 시가로 정해진다고. 이거 관광객 등쳐먹는 거 아니야? 라고 걱정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몇 년 째 단골이라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 얘기해본 바로 주인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순박한 느낌 뿜뿜.
어떤 분들이 신나게 게를 뜯고 가셨다.
기본 밑반찬 세팅들. 미역초무침에 열무김치, 쌈장과 간마늘 등. 미나리가 한가득 올라와 있다.
큰 접시에 가득 담겨 나온 복어회! 아까 어민수산시장에서 보았던 그 퉁퉁한 생선들이 이처럼 하얗고 아름답게 변했다. 함께 제공된 미나리에 잘 싸 먹으면 된다고 숙모가 알려주셨다.
원래 회보다 매운탕을 더 좋아해서, 통영 여행에서도 매운탕을 더 잘 먹은 나지만... 복어회는 때깔부터 탱글탱글하니 아주 맛있어 보였다.
간장양념에 와사비를 살짝 풀어서 회를 먹기 시작했다. 삼촌은 와사비를 엄청X1000 많이 넣으시더라. 난 와사비 잘 못 먹는데... 삼촌 우린 너무 다르군요. ㅋㅋㅋ
숙모는 풍류를 아는 분이라 맥주와 커피를 아주 사랑하신다. 내가 술을 잘 안마신다고 했더니 영 아쉬운 눈치셔서 한 잔 정도면 마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바로! 따라주신 한 잔. 쏘맥 어떠냐고 물어보셨는데 그건 거절했다. 내가 한 컵 마실 동안 숙모는 세 컵을 비우고 또다시 입맛을 다시고 계셨다.
간장을 살짝 찍은 복어회를 미나리와 함께 맛봤다. 내가 상상해왔던 "회란 자고로 이런 거지!" 에 걸맞는 쫄깃한 식감. 비린 맛 없이 담백한 생선살. 복어회가 회 중에서 가장 비싸다더니 그 값을 하는구나...
맛있게 먹고 있었더니 숙모가 어떠냐고 소감을 물어왔다. 호적 메이트가 이 맛을 알면 억울해서 울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나보다 훨씬 회를 좋아하는데. 크크. 보고 있나? 약오르지?
숙모는 관광객들은 강릉에 오면 뷔페를 가기 바쁘지 이런 현지인 맛집을 잘 안 온다고 하셨다. 어쩐지 가게 안에 손님들이 다 동네 주민들처럼 보이더라.
젓갈도 간이 딱 괜찮아서 마음에 들었다. 아마 낙지젓이었던 듯? 내가 맛있다고 잘 먹었더니 삼촌이 결국 젓갈을 세 통이나 사주셨다.
낙지젓, 창란젓, 명란젓. 세 종류를 각각 만오천원이었는지 이만원인지에 구매.
곧이어 복지리, 복맑은탕이 나왔다. 처음에 메뉴를 보았을 때는 지리가 뭔지 몰라서 물어봤더랬다. 보통 먹는 매운탕처럼 빨간 국물이 아니라, 맑게 끓여내는 탕을 지리라고 한다. 매콤한 국물도 좋아하지만, 속이 편한 음식을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싫을 리가 없는 메뉴였다.
까만 복어 껍질과 쫄깃한 흰살을 함께 끓인 지리탕. 삼촌이 갑자기 사과식초를 탕 속에 부어버려서 깜짝 놀랐는데, 5분 정도 끓이고 나니 식초의 향은 날아가 느껴지지 않았고 국물은 더 깔끔하게 느껴졌다.
생선탕에서 이런 맛이 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먹었다. 국물을 맛보고 있으면 속이 확 풀어지는 느낌? 해장국으로 정말 끝내줄 것 같다. 해장할 일은 없지만.
복지리에는 식감이 부들부들하면서도 굴 같이 미끄덩 거리는 부분이 있다. 복어의 내장 중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이리[각주:1]라고 한다. 거시기(...)한 부위라 쫌 거시기한데 진짜 맛있었다. (인터넷에는 대부분 복어고니라고 칭하고 있다. 복어란 자웅동체인가!(아님) 삼촌한테 물었더니 삼촌은 심지어 애(간)라고 말해주심(아님); ㅋㅋㅋ 아 헷갈려...) 탱글탱글한 복어살과 부들부들한 복어이리를 번갈아 가며 먹었더니 어느덧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 와중에 사촌 동생이 해산물 가리는 것 없이 깔끔하게 먹는 것을 보고 역시 토박이구나 싶었다. (못 먹는 해산물 많은 1人)
고단백질에 담백한 맛까지 취향저격이었던 복지리! 비싼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이렇게 맛있기까지 하면 다음에는 어디서 먹어야 하나 심히 고민이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지만 추측컨대 복어회와 복지리 합해서 20만원 정도..? (잘 모름) 다른 분들 후기에 '저렴한 가격에 먹었다' 라고 쓰여있는 걸 보면 가격이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삼촌네 집으로 가기 전에 잠시 주문진에 들렀다.
파도가 철썩철썩. 남항진 해변보다는 불빛이 더 많다.
웬 학생들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불꽃은 아주 미약했지만... 재미있었으면 된 거 겠지.
여기 도깨비 촬영지였구나, 떠나며 보았던 안내문 덕에 알았다. 낮에 왔어야 하는건데. 아쉬운 마음 뒤로 하며 오늘의 일정 종료.
- 이리는 정소, 고니는 알 부분. 복어 알에는 독이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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