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오죽헌시립박물관 보고 흥겨운 관노가면극까지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오죽헌시립박물관 보고 흥겨운 관노가면극까지
오죽헌과 몽룡실을 눈으로 보고 나서는 아까 보았던 입구 정면의 율곡기념관에 들어갔다.
오죽헌 부지 내에는 오죽헌 실제 건물, 율곡기념관과 향토민속관, 오죽헌시립박물관이 있고 모두 오죽헌 입장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율곡기념관에서는 오죽헌에 대한 역사에 대한 설명과 신사임당 가문의 여러 위인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후손들 중에 한 분이 현대까지 아주 상태 곱게 보존을 해두셔서 이렇게 전시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죽헌 율곡 선생 탄생지'
신사임당의 유명한 작품인 초충도와 수박 그림들도 있었다. 한국 정물화의 색감이 은은하고 예쁘다.
신사임당의 자녀들이 썼던 글씨체라는데, 옛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꼬부랑 한자 글씨체를 다 외워서 썼는지 새삼스럽게 신기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보니 일본어의 히라가나는 정말 한자에서 왔다 싶다. (각 히라가나마다 어원이 되는 한자가 있다.)
율곡 이이의 연혁. 어릴 적 과거 급제만 총 9번을 했다는 부분을 안찍었다.
불혹의 나이에 벌써 학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도 그렇고... 책을 어찌나 많이 써내셨는지.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직도 문을 숭상하고 교육열이 높은가보다.
스크린으로 보는 신사임당의 작품들
대단한 명문가다. 집안 대대로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 실력을 갈고 닦아 다들 명민하고 예체능에도 능하니 이거 완전 조기 가정교육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머니들의 이름이 가문의 성씨로만 적혀 있는 것이 아쉬웠다. 신사임당과 신사임당의 첫째 딸 이매창만 이름이 쓰여 있다.
송시열과 신사임당의 넷째 아들 이우가 대화를 나누다가 참깨에 거북 구(龜)자를 쓰고 콩 한쪽에는 오언절구를 썼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 기록을 근거로 현대에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해 놓은 것이다. 난 또 실제 그 콩이라는 줄 알고 잠깐 감격할 뻔 했다.
이 외에도 아주 상태 좋게 보관되어 있는 이씨가문의 여러 기록들.
여기까지 아주 잘 감상하고 향토민속관으로 이동했다.
향토민속관은 율곡기념관보다는 조금 규모가 크고, 바로 옆에 기념품샵이 입점해 있다.
들어서자마자 옛 강릉의 사진이 있었다. 삼촌이 이 사진 프레임의 조금 바깥에 옛날 집이 있었다고 하시더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옛 강릉 시내의 모습.
향토민속관에는 이전부터 사용했던 강원도의 생활 소품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식판을 보고 절로 '맛있겠다' 를 외쳤다. 음... 다시 봐도 맛있겠다. 음식물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 마법.
한국 복식 전시실 앞에는 우리나라 유물의 고국반환에 힘쓰셨던 아송 김영숙 선생에 대한 글이 써 있었다.
은은한 색상부터 알록달록 귀여운 색상까지 천과 장신구의 배색이 정말 예뻤다. 누구 때문에 오방색이라는 단어만 알고 있었는데 오정색(=오방색)과 오간색이라는 색상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오방색은 빨간색, 검은색, 노랑색, 파랑색, 흰색을 뜻하고 오간색은 그 사이에 있는 보라색, 황토색, 초록색, 하늘색, 주황색이라고 한다. 내 취향은 당연히 어여쁜 파스텔톤의 오간색.
향토민속관 앞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민속놀이 판이 그려져 있었다.
땅따먹기는 알지만 저렇게 동그란 달팽이 모양은 무슨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 삼촌도 숙모도 모르신댄다.
이제 마지막으로 강릉시립박물관으로 입장. 바로 앞에 신사임당의 동상이 있다.
이 부조 전시물에서 왼쪽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거꾸로 관람을 하게 되었다. ㅋㅋㅋ
눈에 띄었던 금강산 병풍. 조만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정말 가보고 싶구나.
그 외 여러 강릉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복원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 유물터를 찾아가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강릉에선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서 관람은 여기까지 하고 나갔다.
우리 전통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립박물관 앞 넓은 터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궁금한 마음에 다같이 관람하기로 했다. 종종 있는 일인지 터 뒤쪽에 계단 형태의 관람석이 보였다.
시립막물관 야외공연장에서 4월부터 11월 토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하는 관노가면극이라고 한다. 계획한 것도 아닌데 딱 맞춰서 구경을 하게 된 셈. 숙모도 오죽헌에 오랜만에 오는 거라 처음 알았다고 하셨다. 그 대신 단오 때 이런 가면극 놀이를 아주 크게 한다는 정보를 주셨다.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역할이 보여서 나눠준 팜플렛을 읽었더니 그 이름은 바로 장자마리라고 한다.
연극이 시작되고 나서 관객들의 흥을 돋구는 역할이라더니 정말 페어로 온갖 포즈와 춤을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관노가면극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양반광대와 소매각시가 사랑하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시시딱딱이가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양반광대에게 시시딱딱이와 놀아난다는 오해를 받은 소매각시가 양반광대의 수염에 목을 메어 자살 시도를 한다는 내용이다. 몸짓 연기가 다들 능청맞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는 도중에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애정행각이 좀 어색하다 싶더라니 소매각시 배우분이 남자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
편히 앉아서 보고 쉬다가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 오죽헌을 나섰다.
다 보고 나니 거의 오후 4시 반. 다음은 삼촌이 일정이 있어서 근처 바닷가 카페에 가서 잠깐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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