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넷에 남겨진 딸의 흔적을 찾아서, 서치(Searching, 2018)

인터넷에 남겨진 딸의 흔적을 찾아서, 서치(Searching, 2018)

극장에서 예고를 볼 때는 딱히 끌리는 작품이 아니었던 서치. 개봉하자마자 각종 커뮤니티에 호평일색인데다가, 친구가 말하기를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수작이라고 하여 이번 서울 나들이 때 시간을 쪼개어 감상하게 되었다. 강남 센트럴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명동 CGV에서 관람. 9월부터 적용되는 VIP 혜택을 써먹을 찬스이기도 했다. 

명동 CGV는 명동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가 주차비 무료도 안되고 번화가에 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 괴롭겠다 싶었다. 이번에 나는 캐리어를 따로 들고 가서 다른 관객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이드 쪽 좌석을 예매했다. (원래 항상 센터에서 관람함!)

서치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사람을 촬영하는 장면이 없다. 모든 사건을 컴퓨터와 핸드폰으로만 보여주는 화면은 얼핏 디지털 시대의 냉정함을 느껴지게 하다가도 관객들이 마치 자신의 PC를 들여다보는 것마냥 몰입도를 최고치로 높여준다. 나는 아무 내용도 듣지 않고 보러 갔는데, 우선 일차적으로 감독의 스크린 활용법에 놀랐고 그 후에는 치밀한 스토리 전개에 놀랐다. 다 보고 나니 미처 알아채지 못한 섬세한 복선에 또 놀랐다. 결론적으로는 아깝지 않은 1시간 50분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 

미국계 한국인 가정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곳곳에 깨알같이 나오는 한국어도 재미있다. David Kim이 다른 사람들은 다 영어로 저장해있지만 한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머니는 '엄마' 라고 정해놓는다던가, 동생 Peter Kim이 엄마아빠를 Eomma Appa 라고 타이핑 한다던가. 

감독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IT 업계에 있었던 사람이랬다. 그 때 IT 업계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을 많이 보았고, 또한 David Kim을 연기한 존 조의 엄청난 팬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영화 출연을 고사하던 존 조 배우를 강력 설득하여 출연시켰다고 한다. 그 후 일종의 인디영화 취급받던 이 작품의 홍보에 열 올린 것은 존 조, 현재는 미국에서도 상영관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 서치를 관람하다보면 WindowsXP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IT 발전과정을 흘깃 볼 수 있어서 감독의 센스를 느낄 수 있다. 91년생이라던데, 확실히 감독과 비슷한 또래가 관람하기 좋은 영화 같다. 요즘 학생들은 XP나 홈비디오를 잘 모를 거 아님...? 아니다, SNS를 활발하게 하는 요즘 학생들도 '내가 실종이 되었을 때 가족이 내 인터넷 흔적을 저렇게 샅샅이 찾게 된다면... 으아악!!!!!!!' 라는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더 심하게 몰입해서 볼 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모처럼 스토리 라인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섬세함과 연출력이 뛰어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관람을 마친 분들은 모바일에서 http://findmargot.com 에 방문해보자! David Kim의 핸드폰을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서치의 제작자가 2015년에 만들었던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라는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서치 화면 중간에 나오기도 한단다. 이 영화 역시 스크린 화면을 이용한 작품이기 때문에 일종의 같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감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