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이 반전된 세상, 거꾸로 가는 남자(Je ne suis pas un homme facile, 2018)
성이 반전된 세상, 거꾸로 가는 남자(Je ne suis pas un homme facile, 2018)
지난 4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본 건 1달 전쯤인데 리뷰를 이제야 올린다. 영어 제목은 I am not a easy man. 성이 반전된 세상에서 살게 된 남성의 이야기다. 주인공 다미앵은 일상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여성을 차별하는 남성 우월주의자로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였음이 확실하다. 그러던 어느날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힌 후, 남녀 역할이 바뀐 세상에서 살게 된다.
친구의 책방에서 일하던 여자 알렉산드라는 이 세계에서 잘나가는 작가다. "본래" 세계에서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녀가 다미앵의 고용주. 왜 이렇게 징징대냐, 차에 관심이 많다니 특이하다, 남자들은 보통 로제와인을 마신다하며 남자들을 깔보는 그녀는 본래 세계에서의 다미앵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다가 점점 이 세계에 적응해가는 다미앵. 알렉산드라가 운동을 하며 자신을 가꿀 때 그는 몸 구석구석 제모를 하고 몸매를 부각시키는 핫팬츠를 입는다.
"본래" 세계에서 책방을 운영하던 친구는 맞벌이 가정주부가 되어 있다. 거의 독박육아 수준. 아내가 TV에서 축구를 보면서 과자를 질질 흘릴 때 그는 식탁에 앉아 다미앵에게 좀 더 자신을 가꾸라고 말해준다. 아이패치, 짐 볼 운동 등 주부로서 할 수 있는 자기관리를 하지만 그의 아내는 다미앵에게 자신의 남편을 뚱뚱하다고 험담한다.
남자다운 것, 여자다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통을 까고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다닌다. 남성에게 성희롱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평범한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광고판에는 남성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사진이 걸려 있으며, 횡단보도의 초록불의 인영도 여성의 모습이다. 결국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어색하고 불편한 부분이 자꾸 보인다. 그러나 그 장면들은 이제까지 수억 수천번 미디어에서 보여왔던 모습들이다. 다만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을 뿐.
영화의 끝부분은 꽤나 씁쓸하다. 그리고 그 씁쓸하고 불편하고 어색한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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