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 호국사찰 감은사의 빈 터를 지키는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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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 [국내여행/부산·경상] - 경주 ::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어 바닷속에 잠든 신라왕의 무덤, 경주 문무대왕릉
경주 ::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어 바닷속에 잠든 신라왕의 무덤, 경주 문무대왕릉
봄이 되면 법주사 탈골암 주최로 보은/청주/대전에서 100~130명 가량 모여 단체로 방생법회 겸 일일여행을 떠난다. 내가 처음으로 참석했을 때는 여수의 향일암과 구례의 화엄사를 다녀왔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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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을 관람하고 나서 방문한 곳은 바로 감은사지이다. 문무왕이 왜구를 막기 위해 지었던 호국사찰이었던 감은사는 복원을 하지 않아 현재 쌍둥이 삼층석탑과 절 터만 남아 있어 감은사지라고 불린다. 문무대왕릉에서 약 2km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으로는 약 20분이 걸리는데, 이 감은사가 문무왕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함께 관람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감은사지와 대왕암 사이에는 이견대라는 전망대가 있어 이 곳에서 문무대왕릉을 바라보면 전체적인 전망을 볼 수 있다는데... 좁기도 하고 관광버스 5대 가기엔 힘들 것 같아 우리 일정에서는 빠진 것 같다. (아쉽) 나중에 별도로 갈 수 있게 되면 가보고 싶다.
감은사지 터는 살짝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도착하고나서 전경사진은 1도 안찍고 그냥 탑만 대뜸 nn장 찍어버리는 바람에...
구글 맵 사진을 캡쳐해왔다. 주차장이 아주 넓은 편. 쌍둥이 삼층석탑이 조금 쓸쓸해보인다.
아니 그런데 구글 맵 사진 10년 전인거 실화인가. ㅋㅋㅋ 카카오맵 로드뷰는 최근이긴 한데 화질이 너무 별로라서 캡쳐하기가 좀...
처음 버스 안에서 이 풍경을 보았을 때... 경주의 다른 으리번쩍 유적지와 달라 휑~하기도 하면서 탁 트여 있어 시원하기도 한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감은사는 그리 큰 규모의 사찰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아주 아주 크다.
불국사 석가탑하고도 비슷한 모양으로 통일 신라시대에 만든 삼층석탑 중에서 가장 큰, 13.4M의 높이를 자랑한다.
학계에서는 석탑 문화가 덜 발달했던 신라가 통일 이후 백제로부터 석탑의 형태를 받아 들이면서 발전하고 있던 과도기의 모습으로 추측하고 있다.
682년에 완공하여 약 1300년이 지난 지금 반듯했던 석탑의 모서리는 세월의 흐름에 둥그렇게 마모되었다.
문화재에서 보이는 이런 시간의 역사가 좋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라는 유명한 도서의 1권 표지가 바로 이 감은사지 삼층석탑이다.
함께 오신 신도분들은 각자 감은사지를 구경하며 사진도 찍으시고 탑돌이를 하시면서 소원을 비셨다.
탑돌이는 신라시대부터 해온 불교행사로, 탑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소원을 비는 놀이이다. 사월초파일에 어엿한 행사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불교 관련 유적에 가면 신도분들은 자연스럽게 하신다. 스님을 앞세워 따라 걷기도 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혼자서 해도 된다. 오랜 기간 동안 해 와서 그런지 지금은 한국의 민속놀이가 되었다고.
문무왕은 불교의 힘을 빌어 왜구가 쳐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사후에 동해바다를 지키는 용이 되기 위해 자신을 불교식으로 화장하여 바다에 안치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은 그 유언을 받들어 문무대왕릉을 만들었고, 감은사를 완공한 후 왕사(王寺)로 삼아 용이 된 아버지가 해류를 타고 감은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때문에 감은사의 금당 밑은 연못의 형태였다고 한다. 윗 사진에서도 초석들이 바닥에서 띄워진 채로 올려져 있어 지하 공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용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길을 '용혈' 이라고 한다. 이 용혈은 동해 바다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동쪽을 향해 나 있다. (는데 사진 제대로 안찍음 ㅎ)
지금은 감은사지가 살짝 내륙 쪽에 있지만 과거에는 바로 앞까지 바닷가였다고 하니 용혈을 통해 문무왕이 드나들기 좋은 위치였을 것이다.
금당 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 무늬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못 찍어서 인천in 기사에서 사진 가져옴...)
오랜 기간 이 곳을 지켜왔던 느티나무는 방문 약 1년 전인 2022년에 고사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이파리가 자라나지 않아 쓸쓸하지만... 말라붙어버린 나뭇가지의 모습마저도 어떠한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산사태로 인해 감은사는 사라졌지만 천오백년 전에도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산등성이는
신라 사람들이 보았던 풍경과 같았을 것이다.
거대한 두 석탑이 남아 아버지 문무왕을 생각하는 신문왕의 효심을 기리는 듯 하다.
1961년에 양쪽 석탑을 해체 보수하면서 사리장엄구를 발견하였고 그 섬세함의 가치를 높이 사 보물로 지정되었다. 동탑의 사리장엄구는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서탑의 사리장엄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다.
동탑 사리장엄구는 황금, 서탑 사리장엄구는 청동으로 만들어져 보존 상태가 꽤 차이난다.
현대인인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차별적인(ㅋㅋㅋ) 재료가 아니냐 싶겠지만 녹이 슬지 않은 청동은 동메달의 브론즈 빛이였을 테니 조금 중후한 색감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감은사지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실린 만파식적 설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오랜만이라 정확한 내용이 기억이 안나서 찾아 읽어봤는데 김부식의 반응이 웃기다.... MBTI ST이셨나보다.
고기(古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신문왕(神文王) 때에 동해안에서 홀연히 한 작은 산이 나타났는데 형상이 거북의 머리와 같았고, 그 위에 한 줄기의 대나무가 있어서 낮에는 나뉘어 둘이 되고 밤에는 합하여 하나가 되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 베어다가 적(笛)을 만들고 이름하여 만파식(萬波息)이라고 하였다.』비록 이러한 설이 있으나 괴이하여 믿을 수 없다.
- 삼국사기 (김부식 편찬)
감은사지에서 경주 스탬프 투어 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 나는 까먹어서 못찍었다... ㅠㅠ
주차장 근처, 감은사지 터 아래의 문화해설사의 집에서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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