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어 바닷속에 잠든 신라왕의 무덤, 경주 문무대왕릉
봄이 되면 법주사 탈골암 주최로 보은/청주/대전에서 100~130명 가량 모여 단체로 방생법회 겸 일일여행을 떠난다. 내가 처음으로 참석했을 때는 여수의 향일암과 구례의 화엄사를 다녀왔고 그 후 코로나로 인해 운행을 하지 않다가 2023년에 재개하게 되어 엄마와 함께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경주.
바닷가 앞에 제삿상을 차려두고 기도를 드린 후에 물고기를 방생하고, 가져온 모든 음식들(찰밥, 과일, 떡, 과자 등) 은 그대로 다시 버스에 실어 탑승객들이 나눠먹고, 과일 껍데기와 같은 음식물 쓰레기도 전부 모아다가 탈골암에 찾아오는 사슴 먹이로 준다. 솔직히 나이롱 신자인 내가 보기에는 조금 번거롭긴 한데, 1년에 딱 한 번 하는 연례행사이니 시골에서 사는 신도분들 모시고 함께 여행한다 생각하면 좋은 취지인 것 같다. 관광버스로 평소에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하는 사찰들을 둘러 볼 수 있기도 하고. 다만 일정이 꽤나 타이트해서 오전 6시 경에 모여 출발한 후 오후 7~8시쯤 도착하는 방식이라 좀 피곤하다. 나의 궁뎅이가 버텨주길 바랄 수밖에....
이번 여행지는 경주였다. 2020년, 2022년에도 다녀왔지만 경주는 또 가도 항상 좋은 곳이니까.
엄마랑 나, 엄마의 친구분과 그 딸, 그리고 다른 몇몇 신도분들은 버스가 아닌 별도의 8인승 차로 가기로 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좌석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엄마 왈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신도분이 계셔서 가끔 이렇게 외부 일정이 있을 때 혜택을 본다고 하던데 나도 이번에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비교적 단체 일정에서 자유로워서 먼저 떠날 수도 있고 대기를 오래 안해도 되거든... ㅋㅋㅋ 관광버스 5대만큼의 인원을 기다리는 건 꽤나 힘든 일이라구...
우리는 차 안에서 시루떡, 과자, 찰밥에 장아찌를 먹으며 아침을 간단히 때웠다. 오전 6시에 출발했지만 휴게소도 들르고, 모든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더니 결국 문무대왕릉에는 오전 11시 반이 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차가 아니면 오기 힘든 곳을 편하게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어차피 내가 대중교통을 타면 더 늦게 도착한다. ㅋㅋㅋㅋㅋ
문무대왕릉의 위치는 문무대왕면 봉길리 봉길해수욕장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바위섬이다.
동해바다 바로 앞이기 때문에 버스로 오기 쉽지 않다. 찾아보니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여기까지 1시간 반이 걸린다. ㄷㄷ 오히려 울산에서 오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바닷가 쪽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방생법회가 끝나면 미리 얘기를 해둔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횟집의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준비해온 채식 도시락을 먹는 공간만 빌리는 것. 100명이 넘다보니 즉석에서 민폐끼칠 수는 없고, 버스 기사 분들이 미리 얘기를 해두시는 편. 그러면 신도분들이 알아서 해당 장소의 상품을 구매하시기도 한다. (강요는 아니다) 젓갈이라든가 미역이라든가....
나는 꼽사리로 왔으니 그저 엄마친구딸 JS와 함께 바다풍경을 즐긴다. 히히.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바닷물이 아주 아름다웠다.
문무대왕릉은 바위섬에 있기 때문에 대왕암이라고도 불린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은 자신이 죽고 나면 동해의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하였고, 아들인 신문왕이 그 유언을 따라 이 바위섬에 왕릉을 조성했다고 한다. 또한 인근에 감은사라는 사찰을 만들어 용이 드나들 수 있는 수로를 이 대왕암까지 연결하였다고. 왕이 묻혀있는 무덤이기에 해녀들은 이 대왕암을 신성시하여 물질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당시 신상이었던 갤럭시S 울트라23 으로 열심히 줌을 땡겨본다.
새 몇 마리가 앉아서 쉬어가는 모습.
하늘을 날지 못해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 어떤지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니 위와 같이 표기를 해준 신문기사가 있었다. 바위에 수로가 뚫려있고 뚜껑돌이 그 가운데를 덮고 있는 모습은 흡사 무덤과도 같아보이지만 바위 아래에 따로 유골을 묻을 만한 공간은 없다고 하더라. 하지만 문무왕의 유언대로 불교식으로 화장하여 이 곳에 뿌리고 이후에도 제사를 올릴 수 있는 공식적인 묘지로서의 역할이었을 테니 해중왕릉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내용이다. 왕이면서 바다 속에 왕릉을 만들겠다고 한 그 취지와 아이디어가 놀랍고 그걸 지켜낸 아들 신문왕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무덤에 비싸고 아름다운 것들을 장식하고 싶었을텐데 말이다...
방생 장소로 왜 여기를 택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이 문무대왕릉 앞은 예로부터 왕의 기운 그리고 용의 기운을 받아 영험하다며 무속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불편해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져 이 인근을 정비하고, 무속인 공간은 남쪽에 따로 조성하기로 했다고는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 그런 정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진 않았음. ㅎㅎ
제를 올리고 법경을 왼 다음 방생을 마쳤다.
나는 JS와 바닷가 배경으로 서로를 찍어주며 계속 왔다갔다 했다. 나이롱 신자에게 기도문은 너무 어려워~
물고기를 풀어주고 물고기 밥을 뿌렸더니 새들이 잔뜩 날아온다.
그려 너희들도 잘 먹긴 해야지.
바닷바람에 산발이 되어도 엄마랑 투샷은 못참지... ㅋㅋㅋ
싸온 채식 도시락 (시래기국, 나물 반찬, 쌀밥) 을 한 그릇씩 야무지게 먹은 후에 바다 구경 조금 더 하다가 다음 목적지인 감은사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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