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0 일본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시모나다의 아름다운 여러빛깔 석양

#10 일본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시모나다의 아름다운 여러빛깔 석양
230609 _ DAY 2
오즈에서 신나는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시모나다이다. 시모나다는 두번째 날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이요오즈역에서 시모나다로 가는 요산선 기차는 약 1시간에 한 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서 시간을 놓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정확하게 17시 6분, 해당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약 45분이 소요되는 완만한 기차편이다.


우리가 탑승한 요산선 기차는 지하철처럼 옆으로 앉아가는 기차로, 승객들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몇 있었음. 심지어 기차 운행하시는 기관사님 서서 가시는데 이게 맞나...? ㅋㅋㅋㅋ 괜찮으세요...?
우치코·오즈 산책패스에 시모나다와 관련된 여행지 소개도 전혀 없고, 마쓰야마 공항에서 나눠주는 한국인 대상 쿠폰에도 시모나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무인역이기 때문이다. 이 역이 일본 국내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역이고 위치 상 일본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해가 지는 일몰의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사진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우치코·오즈 산책패스로 들를 수 있으니 당연하게도 여행 계획에 넣게 되었다.
우리가 여행했던 시기는 여름. 해가 7시 전후에 진다고 하여 이요오즈역에서 출발하는 오후 5시 6분 기차를 타고, 시모나다에서 약 2시간 가량 체류한 다음 오후 7시 38분에 마쓰야마로 가는 기차를 타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마쓰야마에서 시모나다역으로 오는 노선도 있기 때문에 우치코나 오즈를 들를 계획이 아니라면 마쓰야마-시모나다로 향하는 기차를 왕복으로 끊어서 찍고 오면 된다. 역시 편도로 약 50분 정도 걸리는듯. 매 시간 40~50분 전후에 1대 출발하고 (배차간격이 2시간일 때도 있으니 주의) 편도 금액은 630엔이다. 보통 석양을 찍으러 오는 게 목적이다보니 해지는 시간을 잘 검색한 다음에 계절에 맞춰 탑승하면 된다.



시모나다는 주변에 상점이나 다른 볼 거리도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의 역이다.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속 풍경부터 고즈넉했다.

시모나다역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사립 시모나다 운동공원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엔딩 장면에 나왔던 바다로 향하는 기찻길이 있다. 미리 찾아놓기도 했지만... 그냥 안가기로 했다.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 뽈뽈 움직였으니 좀 피곤하기도 했고 ㅋㅋㅋㅋ 1키로 별거 아니긴 한데, 걸어가기엔 길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고 왕복이면 2키로잖앗!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어 지브리에서도 에히메현 소도시가 배경으로 쓰였다니 애니메이션들이 홍보를 기가 막히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 찾아보니 철길 상태가 좀 더러워서(...) 안갔다는 사실에 별 아쉬움은 없지만 이 시모나다 역에서 쌩으로 2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힘드신 분들은 한 번 걸어갔다 오셔도 괜찮을 것 같다.

바다 쪽이 아닌 반대쪽에서 보이는 시모나다역은 이렇게 생겼다. 여기에도 돌 위에 놓여진 일본 레트로 우체통... 그리고 풀이 넘쳐나고 있는 작은 화단의 거대한 꽃이 나름... 분위기 있나? ㅋㅋㅋㅋ

무료한 관광객들을 달래줄 '시모나다 커피' 라는 미니미 카페가 보였는데 이미 문을 닫은 상태.
커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커피가 되게 마시고 싶어지는 귀여운 풍경이다.






시모나다의 승강장은 이렇게 생겼다. 벤치 두 개. 끝.
이렇듯 볼 것 없는 무인역에서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바로 사진찍기 뿐.
너무 열심히 찍어서 사진 정리하느라고 이 글을 늦게 올리게 되었다는.... ㅋㅋㅋㅋ



나름 필카 느낌 낸다고 보정을 요로코롬 해보았네.


갤럭시23 울트라로 쫙 땡겨본 저 너머의(혼슈 쪽) 섬들이 수묵화 같아 보였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마쓰야마에서 시모나다로 오는 기차도 정차했다.
조용~한 와중에 기차 사진 찍으려고 찰칵찰칵 소리 만발...
시모나다역에 와있는 사람들, 수다도 잘 안 떤다. 정말 조용했음.



떠나는 기차를 배웅하는 사람들.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느낌이다.
나랑 ㄸㅇ 둘만 있었으면 조금 외로웠을 텐데 사람들이 꽤 많아서 '응 그래~ 너희도 석양을 기다리고 있구나~' 라는 무언의 동질감이 느껴졌음 ㅋㅋㅋㅋ

벤치에 앉아서 아까 이요오즈역에서 사왔던 빵도 냠냠함... 어우... 배고프더라구.


사람은 많지만 사진 순번도 다들 잘 지키셨음.
품앗이도 조금씩 해주고...



품앗이의 현장 ㅋㅋㅋ
ㄸㅇ와 꼭 붙어서 사진을 찍었다♥
지금 와서 보니 투샷을 많이 안찍어서 아쉽네 그래...
미러리스로도 찍을걸!




바다가 조금씩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점점 하늘이 노란빛으로, 주황빛으로 변해가더니 태양이 빼꼼 얼굴을 보였다.
보통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일출 때 이런 표현을 하는데... 윗쪽의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어서... ㅋㅋ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었더니 세상에나, 시커멓게 나와서 포기하고 울트라23으로만 찍었다.
일반 렌즈나 망원렌즈보다는 슈퍼망원 렌즈로 찍는 게 해의 형태가 더 잘보이게 찍혔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지고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일몰 순간은 아주 짧게 느껴졌다.
짧고도 멋진 순간을 담기 위해서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인생 아님?
시모나다에서 인생을 느끼다. ㅋ_ㅋ





개인적으로는 이 때 무렵의 하늘이 제일 예뻤다!
(원본은 정말 불타오르는 주황+보라 하늘인데 너무 어두워서 살짝 밝기 보정함)



이 아래로는 데이터를 잡아먹는 디카사진인데, 폰카로 찍은 풍경이랑 별 차이 없기도 하고... 줌을 안 떙겨서 전부 승강장 사진이지만 접어서 올려본다. 시간별로 찍은 게 조금 아까워가지구...
ㄸㅇ는 처음에 이렇게 굳이 석양을 보려고 2시간씩이나 기다리는 일정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말하길 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는 감상을 남겨줘서 쫌 감동먹음. 후후...

이제 우리를 마쓰야마로 태워다 줄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역 근처에서 바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제 체크인 했던 특이한 숙소에서 바로 체크아웃하고 오카이도 쪽으로 이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너무 피곤해지면 안됐거든. ㅎㅎ
좌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상세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
'해외여행 > ’23 에히메현 愛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2 오카이도 상점가 도보 3분 거리, 가성비도 좋은 숙소 다이와 로이넷 호텔 마쓰야마 (5) | 2025.04.01 |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1 JR 마쓰야마 역 앞 중화요리 전문점, 미식방 하루핀에서 7가지 요리 세트메뉴 (16) | 2025.03.18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9 경사가 가파른 오즈 성 관람 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찾아서 자전거로 씽씽~ (18) | 2025.01.09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8 오즈시 가류산장 근처 카페 umitokamome 후르츠산도 먹고 아카렌가 구경 (22) | 2024.12.27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7 무역상인이 10년 동안 지은 별장, 오즈의 관광명소 가류산장(臥龍山荘) 정원 (12) | 2024.11.20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2 오카이도 상점가 도보 3분 거리, 가성비도 좋은 숙소 다이와 로이넷 호텔 마쓰야마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2 오카이도 상점가 도보 3분 거리, 가성비도 좋은 숙소 다이와 로이넷 호텔 마쓰야마
2025.04.01#12 오카이도 상점가 도보 3분 거리, 가성비도 좋은 숙소 다이와 로이넷 호텔 마쓰야마230609 _ DAY 2 저녁 식사를 마치고 원래 있던 Ref 마쓰야마시에키(レフ松山市駅) by Vessel Hotels 숙소에서 맡겨뒀던 짐을 찾고 두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굳이 번거롭게 이렇게 한 이유는 첫번째 날 숙소가 특이해서 1박 정도 머물러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ㄸㅇ도 나도 숙소에 대해 크게 선호도가 있던 건 아니라서 나머지 2박은 마쓰야마 시내를 둘러보기 좋은 오카이도 쪽의 여러 숙소 중에서 방이 넓고 가격대가 괜찮은 다이와 로이넷 호텔 마쓰야마로 정했다. 트윈 룸 중에서 객실이 조금 더 넓은 방을 2박 22,189엔에 예약했고 결제는 현장 결제로 진행했다. 일정 짤 때 ㄸㅇ가 예약한 숙소 비용은 언…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1 JR 마쓰야마 역 앞 중화요리 전문점, 미식방 하루핀에서 7가지 요리 세트메뉴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11 JR 마쓰야마 역 앞 중화요리 전문점, 미식방 하루핀에서 7가지 요리 세트메뉴
2025.03.18#11 JR 마쓰야마 역 앞 중화요리 전문점, 미식방 하루핀에서 7가지 요리 세트메뉴230609 _ DAY 2 우치코-오즈-시모나다의 일정을 마치고 마쓰야마로 돌아온 우리는 바로 밥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바로 전 날 산책 패스를 구매하기 위해 마쓰야마 역을 들렀을 때 슬쩍 눈여겨 봤던 식당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중화요리 전문점, '미식방 하루핀' 이었다. 하루핀이 뭔가 찾아봤더니 '하얼빈' 이란다. 베이징이 '페킹' 인 걸 안 이후로 또다른 충격이네. 일본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가는 건 처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종종 가는 편. 애초에 일본 라멘의 원조가 츄카소바이기도 하고, 교자도 중국 거고. 일본에서 중식당 가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맛있고 싸거든. ▼이전에 다녀왔던 일본의 …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9 경사가 가파른 오즈 성 관람 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찾아서 자전거로 씽씽~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9 경사가 가파른 오즈 성 관람 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찾아서 자전거로 씽씽~
2025.01.09#9 경사가 가파른 오즈 성 관람 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찾아서 자전거로 씽씽~230609 _ DAY 2 오즈에서의 여행을 마무리 하기 위해 이제 하나 남은 관광지인 오즈 성으로 향했다. 오즈 성의 위치는 가류산장보다는 오즈역에 더 가깝다. 원래 여행을 할 때 먼 곳을 먼저 둘러보고 가까운 곳으로 점점 이동하는 식으로 루트를 짜기 때문에 이런 스케줄이 되었다. 오즈 성이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건 조금 무리라고 판단하여, 아래쪽 자전거 주차장에다가 주차해뒀다. 일반 자전거였다면 너무 거리가 있어서 도둑맞을까봐 걱정스러웠겠지만 전동자전거라 열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걱정없이 두고….오즈 성으로 총총 올라갔다.근처 학생들이 관람을 하러 왔는지 교복을 입은 … -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8 오즈시 가류산장 근처 카페 umitokamome 후르츠산도 먹고 아카렌가 구경
에히메현 소도시 여행 #8 오즈시 가류산장 근처 카페 umitokamome 후르츠산도 먹고 아카렌가 구경
2024.12.27#8 오즈시 가류산장 근처 카페 umitokamome 후르츠산도 먹고 아카렌가 구경230609 _ DAY 2 블로그 챌린지로 이모티콘만 받아서 의욕이 상실된 자의(……)에히메현 오즈시 여행기를 이어서 써보겠다. 사실 이 쪽 거리 건물은 다 이런 느낌의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라 가게가 열었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이 카페는 통창 유리 덕에 확인이 쉬웠다. ㄸㅇ가 미리 이 카페 후르츠샌드 사진을 봐두기도 했고, 근처에 다른 카페 찾기도 좀 힘들어서 여기서 디저트도 먹고 커피 한 잔 하기로~ 날이 습해서 들어가자마자 에어컨 바람이 너무도 반가웠던 기억…. 카페오레, 커피, 귤 쥬스, 귤 스무디, 딸기 스무디, 벽돌거리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여름에 딱 입맛 돌기 좋은 메뉴들…
슬_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응원 댓글을 써보세요. 블로거에게 지급되는 응원금은 새로운 창작의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은 만 14세 이상 카카오계정 이용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작성, 결제할 수 있습니다.
글 본문, 댓글 목록 등을 통해 응원한 팬과 응원 댓글, 응원금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응원금은 앱에서는 인앱결제, 웹에서는 카카오페이 및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