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021 특별전> 문자, 문양, 패턴 - 이응노의 문자추상 @ 대전 이응노미술관
이태리국시에서 식사를 마치고 근방의 아트박스와 다이소에 들러 사이좋게 문구류를 쇼핑하고 나서, 택시를 이용해 대전 예술의 전당 근처에 있는 이응노 미술관으로 갔다.
이렇게 말하니 즉흥적으로 방문한 것 같지만 현재 코로나로 인해 이응노 미술관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과 아주 소규모의 선착순 현장 방문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며칠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이응노 미술관 사전 예약 링크
네이버 예약 :: 2021 특별전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의 문자추상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의 문자추상 Letters, Designs, Patterns: Lee Ungno's Abstract Letters 이 전시는 1960년대 초 회화에서 시작한 이응노 화백의 문자추상 양식이 1970~80년대를 거치며 조각, 판화, 도자 등
booking.naver.com
내 명의로 해둔 1시 예약을 식사 및 이동시간이 촉박해서 취소하고, ㅅㅍㅍ님 명의로 2시에 3명을 재예약. 주말이라 빠른 취소/재예약이 안되어서 전화로 상황 설명을 하고 확약을 받았다. 2시에 3명 남아있길 망정이지. 휴.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 미술관이로구나.
누구나 나들이를 오고 싶은 그런 끝내주는 날씨.
그래서인지 돗자리 깔고 앉아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요기가 대전의 한강공원인가요
정부대전청사와 한밭수목원 사이에 있는 이쪽 구역에는 이응노 미술관과 더불어 대전 예술의 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이 위치해 있기에 하루 날 잡고 둘러봐도 좋은 곳이다. 원래 우리 계획도 이응노미술관 다음에 대전시립미술관을 보고 싶었는데 현재 관람 가능한 전시가 아동용이라 패스, 한밭수목원은 전시 다 보고 나니 시간이 부족해서 패스.
영업시간 | 하절기 10:00 AM~19:00 PM / 동절기 10:00 AM~18:00 PM
휴관일 | 1월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 시 그 다음날)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만년동)
전화번호 | 042-611-9800
홈페이지 | https://www.leeungnomuseum.or.kr/
창살 느낌의 지붕으로 지어진 이응노미술관. 알고보니 작품 <수壽> 와 관련이 있더라.
주변 잔디며 나무를 잘 관리해두는지 경관이 깔끔하다.
시기마다 전시 내용이 바뀔텐데 그때마다 유리창에 스티커를 새로 붙이는 건 좀 귀찮고 힘들겠군, 라는 뻘한 생각을 해보았다.
여기서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처음에는 예약했던 이름으로 찾는건가 좀 헤맸는데 그런 거 없고(ㅋㅋ) 새로 구입하면 됨!
입장료는 단돈 500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바로 발권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시를 구경하지 못하고 퇴짜를 맞았다.
190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난 고암 이응노 화백은 동양화의 전통적 필묵을 활용해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한 한국현대미술사의 거장이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동서양 예술을 넘나들며 ‘문자추상’, ‘군상’ 시리즈 등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유럽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미국 등지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열었다. 1964년에는 파리에 위치한 세르누시 미술관 내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동양문화 전파에 힘쓴 교육자이기도 했다.
- 이응노미술관 홈페이지 발췌
전시 관람을 하러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 입구 옆에 있는 이응노 화백의 연표를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에 걸쳐 변화하는 그의 화풍을 그가 겪은 인생의 역경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대전에 이응노미술관이 있는 이유는...?
그가 1967년 동백림 사건[각주:1]에 연루되어 대전 교도소에서 2년 6개월동안 옥고를 치렀기 때문이라서? 대전과의 연결고리가 교도소라니 이 무슨 슬픈 사연이냐.
사실 이응노미술관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서울 평창동에서 운영되고 있었더랬다. 그 후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대전광역시가 인수하여 2007년에 이곳에 새로 개관하였다. 아내 박인경씨가 현재의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인데, 이 분은 1977년의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사건에 연루되어 읍읍. 남편은 간첩 누명을 쓰고 깜방에 다녀왔는데 아내는... 찐... 헐... 이응노 화백은 아내가 이 사건으로 해외에 나갔다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한국 정부의 누명이라고 반론하다가 대한민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1983년에 프랑스로 귀화했다.
전시회장은 겉으로 보기엔 작지만 안쪽에 공간이 더 있어서 전체 관람을 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전시 테마에 걸맞게 문자로 되어 있는 작품이 벽면에 여럿 걸려있다. 작품의 제목을 언급하면서 감상을 말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작품 이름이 <구상>이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 80%의 제목은 구상이 아닐까? ㅋㅋㅋ
그 중 특히 인상깊었던 작품들은 옥중에서 만든 문자 추상과 조각품. 간장을 이용하여 명암을 표현하고, 밥풀을 이용해서 형태를 만들었단다.
문자 추상 뿐 아니라 패턴, 조각품, 도장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많아서 대화거리가 많았다. 즐겁게 관람하고 마지막 구역을 둘러보고 있는데, 누가 사진을 팡팡 찍는 것이 아닌가. 분명 촬영 금지라고 들었는데 요상하다? 전시관 안에 관리하는 분이 있었는데도 아무 말 안하길래 나도 대놓고 카메라를 켜서 찍었는데 같이 시민 의식 거지같아져 보자고! 쳇 정말 내가 찍는 장면을 보고서도 아무 말 안하셨다. 뭐임....................
홈페이지 주의사항 보니 역시 찍으면 안되는 거 맞고...
한 장 찍은 사진 포스트에 올릴까 말까 하다가 정신줄 잡고 삭제. ㅋㅋㅋㅋ
생각보다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 즐거운 관람이었다.
어려운 현대미술이라기보다는 추상화에 가까워 읽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관람실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어서 그냥 빠져나와 관람을 마무리 했다.
내가 생각하는 소규모 미술관 이미지: 하얗고, 복도에 창문이 나있고, 정원이 보임(?)
2020년 특별전으로 구글 아트 앤 컬쳐와 콜라보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해당 사이트에 작품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아도 좋겠다.
이응노: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 - Google Arts & Culture
이응노미술관과 함께 한국의 선구적인 작가, 이응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새롭게 들여다 봅니다
artsandculture.google.com
우리의 목표였던 아트숍 굿즈 털기!
아트숍이 굉장히 자그마해서 엽서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종류가 상당히 많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을 했다. 될 수 있으면 오늘 본 전시와 관련있는 작품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예쁜 게 많더라구. (더 샀다는 뜻)
온라인 아트숍에 없는 엽서도 있고, 온라인 아트숍에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엽서도 있었다. 마스킹 테이프와 핀뱃지도 구매. 전시회 가격은 500원인데 굿즈 사는데 2만 5천원 쯤 썼다. ㅋㅋㅋㅋㅋ
설문조사를 했더니 엽서 한 장을 더 주셔서 셋이서 아주 신났다는. 이번 특별전이 끝나면 새로운 전시가 시작될테니 또 와서 구경하자고 약속을 했다.
활기찬 미술관 앞 분위기에 힘들었던 계절이 끝나고 진짜 봄이 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1967년 중앙정보부는 대한민국에서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에 이르는 유학생과 교민 등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고 간첩교육을 받으며 대남적화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중앙정보부가 간첩으로 지목한 인물 가운데 유럽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 천상병 시인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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