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 법주사 탈골암에서 신차 무사고 기원하고 절밥도 먹고

때는 작년, 여름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쯤 호적 메이트가 차를 샀다.

그리고 그 다음주쯤에 갑자기 엄마가 아침에 법주사를 간다고 하셨다.

둘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는 몰랐던 나는 잿밥(속리산 우체국 관광인)에 관심이 있어서 냉큼 따라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해가 제대로 뜨지 않아 날이 흐렸던 이른 아침부터 탈골암에 오게 되었다.

이전에 친구와 문장대를 등반할 때, 저긴 어떻게 올라가냐며

뼈를 탈탈 털어서 탈골암이냐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경사가 장난 아니게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차타고 왔기에 괜찮았다.

 

 

 

탈골암은 법주사의 산내암자로 통일신라시대 성덕왕 때에 창건하였다고 한다. 탈골암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유래가 있는데, 첫번째로는 경주 김씨의 시조인 알지가 본인의 용모가 닭과 비슷함을 한탄하다가 탈골암에 몸에 좋은 약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와서 물을 마시고 아름다운 인간의 용모로 바뀌었기에 탈골암이라고 부른다는 설. 두번째로는 진표율사가 이곳에서 제자들을 깨우쳐, 생사윤회(生死輪廻)를 벗어나 해탈(解脫)하게 하였다 해서 탈골암이라고 부른다는 설. 이 중에서는 두번째 설이 더 타당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첫번째 설이 더 기억에 남는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절 좌측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유명한 약수터가 있다는데 그 약수가 설화 속의 약수인가 보다.

 

 

 

뭘하나 싶었더니 약사전에서 불경을 읊으며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마도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인듯하다.

독실한 불교신자 분들(대체로 연령대가 높으신)이 평일 오전에 정말 많이도 모여 계시더라.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무슨 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말씀이려니 하고 들음

 

 

 

중간에는 딴짓을 하며... 약사전 내부에 그려진 귀여운 그림을 찍어보기도 했다.

기도 막바지에는 스님 앞으로 나가 맞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안 나가고 호메만 나가서 인사했다.

귀찮았던 나는야 야매 불교신자... 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음

 

 

 

기도를 끝내고 나오니 날씨가 맑아졌다.

아까 그 흐린 하늘 어디로 갔죠?

 

 

 

초여름, 산 속 공기는 시원하고도 기분이 좋았다.

 

 

 

 

 

약사전 앞에 차를 주차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하지만, 이 날은 기원대상차(?)이니만큼 특별히 허용.

스님들이 약사전에서 내려오셔서 차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원을 해주셨다. 간단히 말하자면 목탁을 두드리며 차를 몇 바퀴 걸어다니면서 불경을 읊어주신다. 엄마랑 호메랑 나도 같이 빙글빙글.

 

이 행위(?)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알 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보니, '글쎄... 신차 무사고 기원?' 이라고 대답해주셔서 이 포스트의 제목이 되었다.

 

 

 

떠나기 전이 마침 딱 점심시간이라서 약 1년 만에 절밥을 먹었다.

콩나물, 열무김치, 잡채, 부추전 등을 넣고 적당하게 비벼서 먹었다.

 

건강한 채식으로 절밥이 각광받기 전에도 나는 이미 여러번 절밥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템플스테이가 각광받기 전인 아주 꼬맹이 시절에 절에서 숙박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템플스테이라는 용어도 없었고 보일러도 없어서 찬 물에 세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 땐 절밥이 맛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맛있네.

 

 

 

 

이런 글을 일상 카테고리에 써야하는데 n개월이 지난 관계로 여행 카테고리에 올리는 나란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