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2018 제4회 궁중문화축전 창경궁 야간 특별 관람 with 대온실
경복궁 야간 특별 관람은 친구들과 함께 했지만, 다음날 일정인 창경궁은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호적 메이트와 함께 갔다. 귀찮았을텐데 같이 가줘서 감사. 경복궁 때와 마찬가지로 1인 최대 예매 장수인 4장을 구매했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눠줄 사람을 구했다.
창경궁에서 가장 가까운 5호선 역인 종로 3가에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시간은 오후 6시 30분 경. 역 근처 골목길로 진입했더니 벌써부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다 이 쪽길은 고깃집이 유명한 건지 긴 줄을 세우고 대기하는 맛집이 있었다. 플라스틱 의자와 철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굉장히 한국적인 저녁 식사 풍경이다. 나중에 한 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덕궁 앞 돈화문 쪽으로 창경궁 쪽으로 진입하려고 했더니 보도를 폐쇄해놓은 상태라 걸어갈수가 없었다. 위 공사는 내년 12월까지 지속된다고 하니 창덕궁 옆길을 통해 창경궁으로 가실 분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말고 종묘 위 쪽 지하보도를 이용하시길 바란다.
윗길에도 이런 지하보도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 그냥 보도블럭을 공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묘 쪽 지하보도는 나름 쾌적했다. 여름에 햇볕이 쨍쨍할 때 걸어가면 시원하고 좋을 것 같다.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좀 답답했지만.
20분 정도 걸어서 겨우 창경궁 앞에 도착했다. 주변에 걸어가는 사람들도 야간 개장을 보러 오신 분들! 내적 동질감을 느끼며 룰루랄라.
궁중문화축전이니만큼 창경궁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토요일에 왔다면 창경궁에서도 국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일요일에는 별도의 공연이 없었다. 열흘 동안 수고하셔서 마지막날에는 쉬시나보다.
항상 생각하지만 고궁 입장료는 조금 더 올려받아야 한다. 평소에도 저렴한데 야간 특별 관람에도 추가 금액이 없다니 문화재청은 뭘 먹고 사는거야! (?)
거리도 먼데 괜히 오자고 했나 호적 메이트에게 좀 미안했는데 나름 즐기는 것 같았다. 휴 다행
명정전의 일월오봉도. 조명을 은은하게 설치해둬서 예뻤다. 이 앞에서 꼬마들이 쌩긋 웃고 엄마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걸 따라하는 호적 메이트...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경궁 부지는 상당히 넓지만 전각이 경복궁처럼 나눠져있지 않고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구조이다.
집복헌과 영춘헌 안 쪽을 서재처럼 꾸며 놓았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야간 개장 때문에 이렇게 해놓은 건지, 평소에도 이런 건지 모르겠다. 너무 세련된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영춘헌 옆 길을 통해 창경궁 야간 개장의 하이라이트인 춘당지와 대온실을 보러 갔다. 가는 길목의 소나무들 사이로 조명을 비춰두어서 오묘한 느낌이 났다. 본디 이곳은 내전 여인들의 터였지만 복원을 하지 않고 나무를 심어서 우리나라 고궁답지 않게 휑한 느낌이 난다. 잔디라도 좀 더 깔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춘당지. 혼자 왔을 때 한복을 입고 뺑뺑 돌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9월이었는데도 굉장히 더웠다. 물론 5월인 지금도 조금 더웠다. 앞 쪽의 연못은 대춘당지라고 하여 왕이 몸소 농사를 짓는 11개의 논이었다고 한다.
점점 어두워지는 춘당지를 감싸며 빛나는 청홍등. 물 위로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왼쪽 산책로에서 보이는 반대편의 풍경 역시 버드나무 덕에 운치있다고나 할까. 항상 고궁에 있는 연못 옆에는 저렇게 멋있는 나무들이 있는 것 같다. 경회루도 마찬가지고.
아직 어두워지기 전 푸릇푸릇한 느낌
소춘당지 앞 팔각칠층석탑에도 조명을 설치해두어서 신비로운 느낌 뿜뿜
경회루의 서쪽에 있는 인공 동산은 만세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춘당지의 이 인공산은 이름이 따로 없는 것 같다. 1984년에 생겨서 그런 듯 하다.
이번 창경궁 야간 특별 관람에서 제일 고대하던 대온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대온실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관람을 하지 못했다. 굉장히 아쉬웠었는데, 작년 11월부터 재개장을 하였다. 낮보다 밤 풍경이 더 멋있으니까 오히려 더 잘됐다!
대온실 오른편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가운데가 폭 파여있고 그 위로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온실 벽 앞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천장은 이런 느낌. 어두워지는 하늘과 하얀 대온실이 잘 어울린다.
쑥쑥 자라는 식물들. 약 130여종의 풀들과 70여종의 나무가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서 마냥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라는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대 문화재들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운데에 폭 파인 부분도 계단으로 내려가서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
대온실에는 꽃보다는 나무와 풀 위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중 활짝 핀 철쭉.
보수 공사 도중에 준공 당시에 사용된 영국 회사 민턴 홀린스의 타일을 발견하여 그를 토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빈티지한 색감과 무늬가 마음에 들었다.
창경궁 대온실 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창덕궁 향나무와, 통영 팔손이나무, 거제 동백나무, 부안 꽝꽝나무와 호랑가시나무도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본인은 포스팅을 올리며 알게된 사실이라 발견하지 못함...ㅠㅠㅋㅋㅋ)
대온실 가운데 정문으로 나오면 분수대와 미로정원이 있다. 미로정원이라고 하기에 조금 규모가 작지만 귀여운 맛이 있다. 핫플레이스라 사람들이 도무지 비키지 않아서 그냥 이대로 찍었다ㅋㅋㅋ
밤하늘 밑에서 하얗게 반사되는 모습
대온실 앞의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입구를 살짝 가려준다. 신비로운 느낌.
이제 관람을 끝냈으니 다시 춘당지를 걸어서 나가기로 했다. 반대쪽 길로 갈까 하다가,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갔다.
밤하늘 아래의 춘당지.
오후 7시 10분과 8시. 40분 사이에 느낌이 확 달라졌다.
이 날은 어쩐 일로 공기도 맑아서 N서울타워가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걸.
그냥 갈까 하다가 어둠 속 창경궁 전각들을 담아보고 싶어서 다시 위쪽으로 갔다.
경비를 서고 계시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해보이셨다. 아마 자원 봉사이시거나 은퇴하신 분들을 고용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제도 찬성입니다.
다시 명정전 앞으로 와서 한번씩 (괜히) 더 찍어보고...
작별인사. 4대 고궁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창경궁을 덜 선호하는 편인데, 밤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온실을 다녀와서 그런가? 하하.
홍화문의 뒷태. 8시 20분이 넘었는데도 이제 입장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창경궁은 부지가 넓고 관람 포인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40분은 관람하기에 조금 부족할 수 있다. 넉넉하게 1시간 30분 정도 여유 시간을 두는 것을 추천한다.
3년 전 4대 고궁과 종묘를 탐방하면서 관람했던 창경궁. 어쩌다보니 밤의 창경궁을 먼저 올리게 되었다. 경복궁 이후로 올리지 않았던 4대 고궁 포스트도 천천히 올려봐야겠다. :)
5호선 탑승을 위해 을지로 역까지 가다가 본 청계천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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