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 뮤지컬 엘리자벳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 뮤지컬 엘리자벳
12월의 어느 날, 갑자기 뮤지컬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작품을 예매해보았다. 벌써 한국 라이센스 4번째 공연중인 '엘리자벳' 이라는 작품. 그동안 뮤지컬 무슨 작품이 유명하다더라, 누가 공연을 잘한다더라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한 번 맛들이면 통장이 텅장된다는 무시무시한(?) 악명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첫 관람 작품을 뭘로 해야 잘 봤다는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이번 엘리자벳 4연은 무려 3년만에 올라온 공연이라고 해서 선택했다. 다음 공연이 언제가 될 지 모르니까.
엘리자벳은 꽤 인기가 많은 작품으로, 공연 때마다 어떤 배우가 캐스팅이 되느냐에 엄청난 관심이 쏠린다. 일단은 첫 공연으로는 옥엘리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옥주현 배우가 나오는 날짜 +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배우가 나오지 않는 날짜를 선택했더니 1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 타임이 되었다. 좀 늦게 티켓 예매를 했지만 나름 앞 쪽 좌석을 잡는데 성공했다. (쿨하게 얘기했는데 이 좌석이 좋은지 다른 좌석이 좋은지 수백번 고민함)
책 보러 온 적은 있어도 공연을 보러 온 것은 처음인 블루 스퀘어!
예전에 방문했던 블루스퀘어 관련 글▼ 2018/04/06 - [국내여행/서울·인천·경기] - 서울 :: D 뮤지엄 → 블루 스퀘어 북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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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옷을 조금 가볍게 입고 갔는데 지하철에서 바깥으로 나갈 필요없이 바로 블루스퀘어로 들어갈 수 있어서 편했다.
티켓 박스에서 발권을 받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벌써부터 기대감에 두근두근...
2층에는 오페라글래스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일찍 도착했지만 앞 좌석이라서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빌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빌리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생각보다 무대가 깊어서 얼굴 표정이 잘 안보였기 때문에...
뮤지컬과 관련된 프로그램 책자 및 여러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첫 뮤지컬인 기념으로 책자를 구매했다.
가격은 15,000원.
내 좌석은 2열의 10번. 9열의 7번과 2열의 10번 중 어디를 앉을까 무진장 고민하다가 조금 더 왼쪽 사이드지만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2열을 선택했다. '블루스퀘어 좌석 어디가 좋아요?' 라는 질문글을 인터넷에서 속속들이 찾아 읽었더랬다. ㅋㅋㅋ
결론: 2열 10번은 가까이에서 주요 장면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괜찮긴 한데 목이 좀 아프다.
1층에는 엘리자벳이 극중에서 입고 나오는 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만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자로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팬분들은 즐거웠을듯.
이 날의 출연진. 옥주현 엘리자벳 + 박형식 죽음 + 박강현 루케니. (존칭 생략) 평소 호감인 출연진과 팬텀싱어에서 지켜보았던 뮤지컬 배우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비주얼이 훌륭한 캐스트라고나 할까... 아주 맘에 든다.
연기적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조금 갈린다지만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캐스팅이었다. 왜냐하면 난 뮤지컬 처음 보니까.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난 혼자 관람했기에 비어있을 때 찍어봤다.
물품보관소에 무거운 옷이나 가방들을 맡길 수도 있었다. (안썼지만)
벽면에는 여주인공 엘리자벳의 배우들이 래핑되어 있었고, 기둥에는 다른 역을 맡으신 배우들 사진이.
이런 이벤트도 하고 있더라. 요즘 엽서에 관심이 많은 나인지라 괜히 열심히 읽게 되었음. 쓰지는 않았고...
홀 바로 옆에 있던 어느 카페.
공연 시작 시간이 되어 자리에 착석했는데, 좌석이 무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해보려고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직원이 달려와서 사진 찍으시면 안된다고 했다. 무대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도... 살벌하구만;
심지어 카메라를 물품보관소에 맡기는 게 어떠냐고 물어봐서 됐다고 함;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실존했던 황후 엘리자벳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지성을 겸비한 아름다운 외모, 그 안에 깃든 자유로운 영혼과 드라마틱인 그녀의 삶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줬다는데... 사실 난 유럽 왕실에 대해 잘 몰라서 배경 지식 없이 관람했다. 일단 이 뮤지컬에서 '죽음'이 유명한 캐릭터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등장인물 루케니는 극 중 주요인물이자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일종의 내래이터 역할도 맡고 있는데, 대사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감탄했다. 팬텀싱어에서 잘 보았던 박강현 배우라서 혼자 내적 반가움을 느꼈다. 딕션이 좋아서 사오정인 내게도 아주 잘 들려서 좋았다. 인터미션 끝나고 2부 시작할 때 엽서를 뿌려줬는데, 내 자리 바로 앞이라서 엽서도 여러장 받음. (엽서라기엔 너무 팔랑거리는 전단지 재질이었지만..)
옥주현 배우는 초반 등장부터 연기를 생동감있게 잘 해서 즐겁게 보았다. 어릴 때는 어린 느낌, 황후일 때는 근엄한 느낌. 물론 노래도 엄청났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나는 나만의 것' 을 부른 후 관객들 모두 엄청난 박수.
사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스치듯이 본 위 영상이 엘리자벳은 꼭 옥엘리로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ㅎㅎ
뮤지컬 보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비중이 아주 많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매력적이고 임팩트 있는 역할이었다. 내가 고른 죽음 캐스팅은 구 제국의 아이돌의 박형식 배우였는데 완전 맘에 들었다! 일단 키가 크고 얼굴이 조막만한 비주얼이라 죽음의 매력을 아주 잘 살렸다. 하지만 두세명이 같이 부르는 앙상블에서는 목소리가 조금 안들려서 아쉬웠다. 이건 옥주현이 너무 잘해서 어쩔 수 없ㅋㅋㅋ
제목의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황후' 의 죽음이 바로 이 역할을 말한다. 죽음死을 의인화하여 만든 캐릭터로, 엘리자벳이 어릴 때 만나 그 후 계속 옆을 맴돈다. 결국 그게 무슨 뜻이냐면 엘리자벳 황후는 죽을 뻔한 적이 많다는 소리다. 죽음의 위기를 캐릭터화하여 로맨틱하게 풀어낸 것이 이 뮤지컬의 내용. 그러니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엘리자벳 황후는 죽어요(...)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윤소호 배우(엘리자벳의 아들 루돌프 왕자 역할)도 팬텀싱어에서 봤던 얼굴이라 반가웠다. 화면이랑 똑같고... 노래는 그럭저럭이지만, 루돌프 왕자와 죽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눈이 환해져서 좋았다 (^ㅅ^)/
어쨌든 뮤지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집중해서 잘 보았고, 마마보이와는 상종도 말아야된다는 인생의 교훈도 느꼈다. 어우 요제프 황제 답답해서 혼났네.
이렇게 노래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지만, 극중에서 묘사되듯이 엘리자벳은 내내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심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다. 황제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보는 도중에도, 보고 나서도 한 여자의 일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뮤지컬이었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감상은 여기까지.
한 번 뮤지컬을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같은 작품을 두 번 세 번 보러가는지 알겠다. DVD도 잘 나오지 않고 매 공연마다 캐스팅도 달라지니 재관람말고는 딱히 수가 없네ㅋㅋㅋ
티켓 가격이 비싸서 자주 보러 가기엔 쉽지 않겠지만, 엘리자벳으로 처음 관람한 뮤지컬은 만족스러웠고 두번째 보러갈 뮤지컬은 어떤 작품이 될 지 궁금하다. (지킬 앤 하이드 보고 싶었는데 티켓팅 너무 빡세서 포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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