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남산 아래 고택과 정원, 고즈넉한 게스트하우스 지월장(指月藏)
남산 아래 고택과 정원. 고즈넉한 게스트하우스 지월장(指月藏)
서울에서 머무를 때는 대체로 사촌의 집에 신세를 지지만, 아주 가끔 숙소를 잡을 때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쓸 필요가 없는 비용이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 안에서 예약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에 머물고 온 지월장은 이전에 친구들과 함께 숙소를 잡고 놀 계획을 세울 때 발견한 숙소로,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어언 10개월이 지나고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결혼식이 끝나고 약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명동에 가서 쇼핑을 하고. (힐을 신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쇼핑을 하다니 이제 생각해보면 조금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서 그걸 타고 왔다. 날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호스트분들.
가까운 지하철역은 4호선 숙대입구, 버스정류장은 도보 2분 거리에 몇 군데 있다. 다만 배차 간격이 10분씩이라 난 결국 지하철역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도보 10분 가량. (마침 다음 약속이 사당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용산, 서울역, 명동, 종로를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다.
1층에는 게스트룸이 3개, 샤워실(화장실)이 있다. 사진을 안찍었네. 처음에 예약할 때 1인실이 2개 남아있어서 102호를 예약했는데, 101호에 에어컨이 있다면서 방을 바꿔주셨다. 1인실에 딱 맞는 아기자기한 사이즈. 이틀 내내 화장실은 나 혼자 사용했다.
내가 머물렀던 방 앞에 있던 컴퓨터. 손님들이 사용하는 공용 컴퓨터로 보인다. 아주 잠깐 컴퓨터를 켜서 예비 포스트를 쓸까도 생각했지만 말았다. 그리고 울집에도 있는 수호랑과 반다비 :)
1층에 있는 부엌은 호스트분들 전용으로, 게스트는 2층에 있는 거실과 부엌을 사용할 수 있다.
내가 머물 때는 혼자만 있어서 그런가 1층 부엌에서 먹을 것도 얻어먹고 식탁도 아주 잘 이용했다. ㅋㅋ
곳곳에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문서와 사진들이 있었다.
2층을 보러 가자. 2층은 정원으로 통하는 계단을 지나쳐야 올라갈 수 있다.
비가 오면 너무나 멋질 것 같은 마당. 요청인원수가 4명일 때 바베큐 파티를 열기도 한단다.
2층 정원쪽 테라스에서 찍어본 정원 쪽 풍경. 밖에서 보았을 때는 규모가 작아보였는데, 은근 넓다.
담벼락에 있는 동그란 저것은 무엇인지 궁금. 존재감이 상당하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처럼 보인다. 심어져 있는 부지가 상당히 높았기에 신선한 느낌이었다.
2층 객실 쪽으로 들어가는 복도. 친숙한 삼선 쓰레빠.
후암동 쪽 테라스.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생활 소음도 별로 들리지 않는 곳.
항상 사람들로 가득한, 왁자지껄한 홍대나 종로 숙소 위주로 다니다가 이런 곳에 오니 도심과 약간 떨어져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주었다. (실제로는 도심 한가운데지만)
독특한 분위기
정원과 고택이 어우려져 있는 모습이 봐도봐도 참 신기한 구조다.
빈티지함이 한껏 묻어나오는 가구들도 한번 찍어보고.
2층에는 방이 총 3개. 장기 투숙하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혹시나 계실까봐 살살 걸음.
아늑한 거실 풍경. 다음번에 오게 되면 한옥 스타일 방에 머무르고파.
거실에 있는 탁자는 지월장 터에 걸려 있던 현판으로, 1919년에 쓰여졌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볼 걸 약속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이 쪽 방이 한옥 스타일인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
물고기 모양의 귀여운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한참 구경하다가 정원을 보기 위해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지월장에는 "가르키는 손 끝에 시선이 머물지 말고, 감추어진 달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얘기 내가 다니는 커뮤니티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 이놈아!" 라면서. ㅋㅋㅋ 이상한데 집착하지 말고 본질을 잘 파악하라는 의미다.
정원에도 특이한 장식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꽤 넓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 촬영지이기도 한 지월장. 영화를 안 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D 한 번 봐야겠다.
이건 외국의 모 가수가 홀딱 반해 수입해갔다는 바베큐용 파라솔! (아님)
담장 너머의 풍경. 지월장은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은 편이다. 아니, 다른 곳들이 도로 공사를 위해 깎아낸 걸지도.
정원 이곳저곳 사진을 찍다가 모기에 물렸다. ㅋㅋㅋ
정원 바닥에 특이한 부조들. 이거 비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오하라 산젠인의 이끼 정원이 생각났다ㅋㅋㅋㅋ
(이끼가 잔뜩 깔려있고 그 사이에 꼬마 지장보살 동상들이 있는 곳이다... 지장보살님 죄송합니다)
맘에 드는 사진. :)
도심 속에서도 푸릇함을 만끽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호스트는 낙엽 청소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ㅋㅋㅋㅋ
1층 지붕에는 무궁화가 새겨져 있다.
느긋하게 보는 내내 계속 혼자인 것도 좋았다. 모처럼 유리된 기분.
씻고 선배를 보러 약속장소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남산타워! 후암동은 남산 바로 밑 동네라 밤 풍경이 이렇게 멋지다.
처음 체크인할 때 찍지 못했던 현관. 기다란 담벼락이 인상적이다.
지나가다가 "이런 집에는 누가 살까?" 라고 생각할 것만 같다.
골목길 가로등 밑에서 바깥 사진을 찍고 왔더니, 왜 벌써 오셨냐는 환영인사를 받았다. (밤 11시)
본래 지월장에서는 11시 이후 소등/샤워 금지이지만 이 날 운이 좋게도 1층 손님이 나뿐이라 제약이 없었다. 히히.
밤 늦게 와플도 얻어먹고, 나는 답례(?)로 호박즙을 드리고ㅋㅋㅋ 호스트와 폭풍 수다를 떨었다. 무려 새벽 3시까지 얘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았는지! 나의 인싸적 모먼트 ꈍㅅꈍ✿ 별별 얘기 다했다. (이 날 오전 7시에 일어났던 걸 생각해보면 엄청 오래 깨어 있었다.)
호스트는 남산이 바로 근처라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며 아침 산책을 제안했다. 그래서 OK 했더니 정말 응할줄은 몰랐는지 조금 당황하셨다. 아침 6시에 내 방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꿈나라로. 호스트는 새벽 체크인 손님을 기다려야 해서 밤을 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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