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후쿠오카 #17 마지막 밤, 걸어가며 보았던 소료나가시 불꽃놀이
지난 글 : 2017/09/10 - [발자취 足跡/일본 日本] - 한여름의 후쿠오카 #16 캐널시티 무인양품(MUJI) & 툴리스 커피(TULLY'S COFFEE)
아수라장 돈키호테를 빠져나오고 나서 또 다시 밥을 먹을 시간이 왔다. 쇼핑을 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마리노아 시티로 가는 거였는데,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몰라서 배고파무새들을 미리 입다물게 하자는 나의 은밀한 계획.
원래는 텐진에 있는 Egg's & Things 를 가고 싶었지만, 별로 배부르다고 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눈 앞에 보이는 마츠야(松屋) 덮밥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또 내가 먹고 싶은 걸 포기하게 되는구나.
메뉴 고를 때도 날 조금 귀찮게 하긴 했지만 다들 나름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살짝 매운 양념이 가미된 소고기덮밥과 된장국을 함께 시켰다.
개인적으로는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거 같다.
◇◆◇◆◇
식사를 다하고 화장실에 들른 후 어디를 갈 지 의논했다. 원래는 마리존의 해변과 마리노아 시티 관람차 두 가지를 다 볼 생각이었는데, 쇼핑으로 인해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하나만 선택해야했다. 다수결로 관람차가 있는 마리노아 시티로 결정. 그런데 가지고 있는 투어리스트 패스로 이 위치에서 편하게 가기 위해서는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기가 힘들었다. 버스가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타고자 했던 버스와 비슷한 버스가 와서 마리노아 시티까지 가냐고 물어보았더니, 버스 드라이버가 $%^&까지만 간다고 말을 해주었다. $%^&가 어디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일단 타는 것을 보류했다.
나중에 체크해본 사실로는 $%^&는 하츠부츠칸이라는 곳이다. 사실 투어리스트 패스로 마리노아 시티를 가기 위해서는 1. 하츠부츠칸에서 내려서 걸어간다. 2. 메이노하마 지하철을 탑승한 후 쇼와버스를 이용한다 라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원래 마리존을 먼저 갔다가 마리노아 시티까지는 걸어가려고 했던 내게는 이 정보가 없어서 당황하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습했을 테지만, 내 옆에는 "왜 안타요? 이 버스 아니예요?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라고 계속 질문 공세를 하던 일행들이 있었다(적립4). 아침부터 쭈욱 하고 싶었던 것들, 먹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한 채 여러 다사다난한 일을 해결해야 했던 나는 이 시점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고 파업 선언. 한 사람이 질문 두세가지를 하는 건 괜찮아도,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나에게 돌림 노래처럼 똑같은 질문을 연달아 하는 것에 정말 기운이 빠졌다.
영문을 몰라하던 일행들과 입을 다문 나 사이에서 중재를 한 것은 D씨였다. 이 여행이 D씨와의 추억 쌓기로 시작된 만큼, 여행지 선정도 D씨의 의견으로 정해졌었다. 본인이 한 번 와봤다고, 맡겨만 달라고 했었는데... 여행 준비를 도맡아하고 현지에서 가이드마냥 모두를 안내하다가 결국 폭발해버리고 만 나에게 미안하다고, 도와드려야했다고 사과했다. 딱히 D씨에게 섭섭하진 않았지만 사과를 받는 순간 서운함과 민망함이 동시에 몰려오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그렇게 굳어버린 분위기를 정리하고 우리는 다시 텐진 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메이노하마 역으로 이동했다. (돈키호테에서 쇼핑한 물건들은 일찌감치 텐진역 지하철 코인락커에 넣어둔 상태. 인원이 많아서 코인락커를 3개나 사용해야 했다.)
메이노하마 역에서 내려서 쇼와버스를 탑승하면 좋았겠지만, 그 버스의 존재를 몰랐던 우리는 무작정 마리노아 시티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카타를 입고 마리노아 시티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그렇게 계속 북쪽으로 쭈욱 걸어가고 있던 도중 핸드폰 숫자는 어느새 8시를 알려주었고 그 때 가까운 곳에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혹시나 일정 도중 열리는 여름 축제가 없을까 찾아보았었다. 7월 말 ~ 8월 초에 열리는 축제가 대부분이라 아쉬워하던 중, 정확히 우리가 자유시간을 갖는 날 밤에 한다는 소료나가시 불꽃놀이 일정을 보았다. 위치도 마리노아 시티 바로 옆! 마지막 날 마리노아 시티에 갈 때 구경하면 되겠다는 설렘도 잠시, 비가 오면 취소된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틀 내내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파팡! 불꽃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기분이 저조할 때라도 불꽃놀이 소리는 듣기 좋았다. 처음엔 건물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5분 정도 걷다보니 메이노하마 강변이 나와 나름 운치있는 곳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불꽃놀이를 보고 좋아하는 일행들을 보면서 조금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래,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린 애들 체력을 내가 못 따라간 것이 죄다.
생각했던 것보다 불꽃놀이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일행들에게 추억을 선사해주기에는 충분했다. 하긴 나도 이번이 6번째 일본이지만 불꽃놀이를 생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걸. 보고있자니 점점 내 기분도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또 5번째 적립을 시켜주는 일행들. 갑자기 화장실이 어디냐며 찾기 시작했다. 내가 압니까? 나도 여기 처음 오는데. 아까 식당 옆에 화장실 있었잖아요...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보았으나 주택가 옆 강변이라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한국이라면 노상방뇨라도 할텐데. 라고 말하는 일행의 등짝을 몇 대 때려주었다. 그냥 마리노아 시티까지 참으세요. 어쩔 수 없어요. 메이노하마와 마리노아시티를 잇는 다리 옆 강변에는 소료나가시 불꽃축제 때문인지 여러 노점으로 가득했으나 여행 3일째 등장한 화장실무새 때문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쇼핑무새, 배고파무새, 화장실무새는 다시는 단체여행을 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게 만든 세 종류의 앵무새이다...
화장실 소리를 들으며 건너야했던 마리나 거리 다리 위
마지막 일정인 마리노아 시티화장실의 관람차가 눈 앞에 보인다
다리 위에서 관람차와 불꽃놀이를 한 프레임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광각렌즈를 소유하고 있지 않음에 안타까움만 늘어났다.
덤으로 병합하느라 화질이 약간 떨어졌지만 보기에는 무리없는 불꽃놀이 영상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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