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후쿠오카 #11 치킨난반이 맛있다는 유후인 식당 쿠루미야에서 당고지루와 토리텐
지난 글 : 2017/09/03 - [발자취 足跡/일본 日本] - 한여름의 후쿠오카 #10 유후인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풍경, 긴린코
긴린코 호수 입구로 다시 나와서 가이드에게 안내 받은 음식점의 위치는 호수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까 이 식당이라고 말해주지 그러셨어요. 괜시리 왔다갔다한 기분에 약간 꽁했지만, 우리 가이드가 아니고 옆 버스 가이드였으니 사실 데려다 준 것으로도 감지덕지다. 그렇게 생각하고 식당 문을 연 순간, 우리 가이드가 앉아있었다. 그걸 본 내 기분은 반가움 반, 이게 뭐야 하는 마음 반. 처음부터 우리 가이드 따라 왔으면 됐던 거네?
식당 이름도 모르고 들어온 후에 가이드가 나눠주는 메뉴판을 골랐다. 친절한 우리 가이드는 12명이나 되는 우리 일행에게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뭐가 맛있는지도 추천해주었다. 대부분의 음식이 괜찮지만, 미야자키 향토 음식인 치킨난반이 제일이라나? (유후인과 미야자키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로 가깝다.) 남자들은 전부 치킨난반으로 통일. 여자들은 알아서 먹고 싶은 거. 나는 좀 다른 걸 먹고 싶어서 당고지루 세트를 시켰다. 세트에는 닭고기가 함께 나오는데, 치킨난반으로 해도 되고 토리텐으로 해도 된단다. 개인적으로는 토리텐이 좋아서 가이드의 아묻따 치킨난반 추천에도 고집스럽게 토리텐으로 시켰다.
자, 그럼 치킨난반은 뭐고 토리텐은 뭐길래 내가 고집을 부렸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네? 안 궁금하다고요? 그러니까 치킨난반과 토리텐의 관계는 부먹과 찍먹의 차이와 비슷하다. 밀가루 입힌 닭고기를 튀겨서 소스에 살짝 적셔 내놓는 것은 치킨난반, 적시지 않고 내놓는 것은 토리텐이다. 치킨난반은 타르타르 소스도 추가로 들어간다. 난 개인적으로 타르타르 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토리텐을 선호한다. 그럼 가라아게는 뭔데? 그건 닭고기에 밀가루를 입히지 않고 튀겨낸 녀석!
주문을 하고 나서야 가이드에게 식당 이름을 물어볼 수 있었다. 쿠루미야 라는 이름이란다. 쿠루미(胡桃)는 호두라는 뜻이고, 야(屋)는 가게라는 뜻. 직역으로 호두가게인데, 은근 음식점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거 같다. 왜지? 실내 인테리어는 대부분 목재. 혹시 호두나무인건가? @.@ 대부분이 좌식 테이블, 2~3 테이블만 입식이었다.
밥을 기다리는 도중 앞에 앉은 놈이 찍어줬다.
치킨난반이 제일 빨리 나왔다. 가격은 980엔.
메인요리에 밥, 국, 다시마 간장조림과 단무지가 함께 나온다.
사진을 위해 기다리라고 했지만, 굶주린 하이에나들은 참지 못하고 이미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다.
나도 한조각 얻어먹었는데 간장 소스가 달달하고 맛있었다. 왜 1등 메뉴로 추천했는지 알 거 같았다.
드디어 오늘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식사. 나의 당고지루 세트가 나왔다. 가격은 1220엔
당고지루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놀랐다.
당고? 당고는 경단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 계실 것. 그러니까 당고의 원재료인 밀가루를 얇게 국수처럼 만들어서 먹는 일종의 수제비다. 일본 요리 특유의 슴슴한 맛의 된장 수제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한테는 짜지 않아서 좋았는데, 싱겁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토리텐! 바삭하게 튀겨진 닭튀김 식감이 좋았다. 가이드는 끝까지 토리텐보다 치킨난반이 더 맛있다며 본인이 더 아쉬워하셨다. 아니 그냥 제 취향이 이 쪽이라니까요. 덕분에 맛있는 식사합니다. 저는 마음에 들어요! 라고 속으로(...) 외쳤다. 만약 부먹이 아쉬우면 옆에 있는 간장 소스에 적셔 놓으면 된다.
밥이야 그냥 밥이고, 사이드 반찬인 다시마 간장 조림은 내가 안 좋아하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일행이 주방을 살짝 엿보았다가 한국 辛라면을 발견하고 신기해했다. 그랬더니 가이드가 본인들이 그걸 시켰다고 하셨다. 아마 가이드를 위한 메뉴인가보다. 메뉴판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사, 가이드라면 이 마을에도 자주 올텐데 아무리 맛있는 치킨난반이라라도 100번 먹으면 질릴 거고, 자극적인 辛라면이 땡길 수도 있는 거고. 이해가 되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음식을 싹싹 비웠다. 하나같이 메인 요리는 다 먹어 놓고, 다시마 간장조림은 서빙되어온 양 그대로 남아있다. 이쪽 테이블은 주메뉴를 닭고기로 선택하여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은 일행들은 뭘 잘못 시켰는지 대부분 남겼단다. 아무래도 일본 요리를 처음 먹은 친구들이 라멘 이런 것만 생각하다가 밍밍한 맛에 놀라서 남겼지 싶다. 내가 다 아깝다...
어쨌든, 조금 늦게 식당에 왔고 12인분의 식사를 시켰는데도 많이 기다리지도 않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보통은 유후인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고 거리에서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기 때문인지 손님으로 바글바글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나무로 지어진 식당에서 여유롭게, 현지인처럼 한 끼를 하고 싶다면 추천. 아참, 화장실은 정말 지저분하니 딴 곳에서 이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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