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후쿠오카 #9 뭉게뭉게 수증기 피어오르는 벳푸 가마도 지옥
지난 글 : 2017/09/01 - [발자취 足跡/일본 日本] - 한여름의 후쿠오카 #8 벳푸 가는 길, 쿠스 휴게소 야마나미 목장 요구르트
벳푸 전망대를 패스하기로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벳푸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마을은 곳곳이 뭉게뭉게. 수증기가 잔뜩 올라와 신기한 풍경이었다. 날이 흐려서 하늘도 하얗고, 땅 위에서 솟아 오르는 수증기도 하얗고. 자연히 내가 느낀 벳푸의 첫인상은 하얗다, 였다.
너구리가 수증기를 밟고 있는 모양의 마스코트가 그려진 가마도 지옥. 가마도 지옥은 발음 때문인지 자꾸 가마솥이 생각난다. 가마솥 팔팔 끓는 물에 나쁜 놈들을 다 떨어뜨려버리는 지옥이 상상된달까? 가마도라는 일본어를 접해본 적이 없어서 검색을 해보니 부뚜막, 화덕, 아궁이라는 의미란다. 거의 비슷한데? 나의 이 언어학적 촉이란! 음하하. 그냥 우연일 뿐
투어 버스를 이용 시 가마도 지옥 입장료는 포함되어 있다. (400엔)
이 엽서처럼 생긴 녀석이 바로 티켓이다.
가마도 지옥 입구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입구 바로 옆에는 방문 스탬프가 놓여져 있었다. 차례차례 통과하면서 스탬프를 찍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가이드분이 나가면서 찍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관람을 전부 끝내고 나오면 시간이 모자라고 정신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입장할 때 찍는 걸 추천한다. 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자그마한 규모의 매점이 나온다. 이 곳에서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지만 다 관람함)의 타월 쇼(?)를 볼 수 있다. 쇼라고 말하기엔 조금, 아니 많이 거창할지도 모르겠다. 타올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그림의 색상이 바뀌는 원리를 이용해서 평범한 여자가 그려진 그림이 약간 남우세스러운 일본 춘화로 변한다. 일행 중 몇 명은 그 타올 춘화(...)를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안내문에 쓰여진 한국말이 좀 이상하다(...)
확실히 투어로 오면 좀 정신이 없다. 앞 뒤로 사람이 꽉 차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가 한 두 마디 하는 걸 듣고 바로 따라가야 한다.
가마도 1번지에 있는 온천 연못은 암반을 구성하고 있는 끈적끈적한 점토가 녹아내려 독특한 색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글도 당시에는 읽지 못하고 사진만 몇 방 찍었다.
꾸물꾸물 이 곳이 바로 지옥탕이다~
...라기엔 흙탕물 같아 보인다. 90도라니 상당히 뜨거울테지.
가마도 2번지에는 가마도 지옥의 마스코트인 도깨비 상이 보인다.
음 이런게 마스코트라니 역시 지옥답다.
일본 도깨비는 나쁜 놈이라고 들었는데, 바닥에 더 나빠 보이는 놈이 흐느적 거리고 있다. 나쁜 놈을 퇴치하는 나쁜놈인가? 도깨비에 이상한 괴물, 거기에 용. 비비드한 색상을 써서 나름 튀어보인다. 그나저나, 손에 웬 술병을 들고 있다... 일본 도깨비는 데운 술을 좋아하나보다. 온천에 있는 술이니까 데운 술이겠지.
2번지에서는 100도의 증기가 올라온다. 언뜻 보니 담배꽁초들이 가득하여 어째서 이런 거냐고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온천 수증기에 담배 연기를 불면 증기량이 2배가 되는데, 손님들이 시도해 보고나서 담배꽁초를 여기에 둔단다. 딱히 문제 되는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설명을 듣고 나니 실제로 어떻게 증기량이 늘어나는건지 궁금해졌는데, 이 후에 바로 가마도 지옥 스태프가 담배쇼를 보여주었다.
담배쇼를 보러가기 직전에 극락 0번지~3번지가 있다. 온천수 마시기, 손발 담그기, 온천 수증기 쐬기의 3가지 무료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가이드가 나중에 해보라, 담배쇼를 먼저 구경하신 다음에 한 바퀴 돌아서 해보시면 된다고 했으나 다시 이쪽으로 올 일이 없어서 결국 체험을 못해봤다. 무조건 기회 있을 때 해야한다. 이게 내가 투어 신청을 싫어하는 이유다(...) 생각할 시간을 안 주니까.
사람이 많아서 안 한 것도 있다. 하하
가마도 지옥 3번지의 푸릇푸릇한 온천 연못. 코발트 블루라 참 예쁘다. 물 온도는 85도.
코발트 블루의 연못을 지나면 이제 가마도 지옥 4번지에서 담배쇼를 볼 수 있다.
담배연기를 후~ 불면 온천 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가마도 지옥에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인지, 일본인 가이드가 열심히 한국말로 설명을 한다.
후~ 후~
가마도 지옥 4번지, 5번지, 6번지 구간을 설명해주는 스태프.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최고-_-b
대박이네~ 신기하네~ 라는 가이드 말투가 꽤나 중독성이 있다.
가마도 지옥 5번지의 라무네 칼피스(...) 색상의 온천.
참 맛있어 보인다. 색상이 짙어졌다가 연해졌다가, 이유 없이 변할 때도 있다고 한다.
온천 뒤 쪽의 나무에게 까지 증기가 올라가는 게 멋있어서 찍어보았다. 나무가 브로콜리 같다. 나 지금 배고픈가? 왜 자꾸...
이 곳의 나무들은 온천 스팀 마사지를 매일 매일 받고 있는 셈인가. 부럽군.
담배쇼를 보고 나면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간다. 온천 달걀, 라무네, 각종 음료수, 찐옥수수,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투어 코스에 2인 1병의 라무네, 1인 1개의 온천 달걀이 포함되어 있어서 줄을 서서 받았다. 족욕 이용 시 사용할 수건도 함께.
매점 앞에 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해서 정신이 없었다. 이거 뭔가 닭장의 닭 느낌인데. 이쪽으로 가라~ 훠이 하면 이동하는 그런 느낌. 어쨌든, 먼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맛간장과 함께 온천 달걀을 먹어보았다. 아 닭이면 달걀을 먹을리가 없지 달걀을 깠을 때 표면이 굉장히 탱글탱글해서 식감이 좋았다. 간장도 달달하고 맛있었다. 라무네는 많이 마셔봐서 별 생각 없었는데, 일행들은 무지 좋아라했다.
테이블 뒤쪽에는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여름인데다가 양말을 신고 와서 처음에는 꺼려졌지만, 다들 뜨뜻하다고 좋아하길래 나도 담가보았다. 겨울에 와서 족욕을 하면 가마도 지옥이 아니라 가마도 천국이겠네.
한국말로도 열심히 홍보를 한다. 가려져 있는 부분의 멘트는 '이론맛 처음이야'
스팀 받고 있는 옥수수. 맛있다고 가이드가 강력 추천을 해서인지, 투어 버스로 돌아갔을 때 버스 안이 옥수수 냄새로 가득했다.
허연 수증기 속에 둘러싸여 구경했던 벳푸 가마도 지옥. 좀 서둘러서 보기는 했지만, 오래된 시골 마을의 관광지 같은 느낌이랄까?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호호 할머니가 뿅 하고 나타나 온천 증기에 찐 옥수수를 내 손에 쥐어줄 것만 같았다. 물론 이 곳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기에 나의 일방적인 감상일 뿐이다. 투어 버스로 와서 조금밖에 구경을 못했는데도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나중에 자유 일정으로 오게 되면 꼭 주변을 탐방해보고 싶다. 어디선가 할머니로 둔갑한 도깨비가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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