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 '불에서 예술 피어나다' 첫째날, 낙화장과 함께하는 밤마실
어느 주말,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의 연간 체험행사 중 하나인 2026 유람유랑 문화유산사업 '불에서 예술 피어나다' 에 참가하러 누청리를 방문했다.

보은에는 축제 때마다 나와서 재능을 시연해주시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계신다. 낙화장, 목불조각장, 각자장, 야장. 축제에 가서 몇 번 현장구경은 해보았으나 내가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낙화장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작년에 알게 되었다. 이 체험은 1년에 한 번 5~6월 사이에 열리는 3인 이상 가족단위 행사로 예약은 4월에 미리 열리지만 매우 적은 인원을 받는다. 작년부터 휴대폰에 미리 알림 설정을 해두는 치밀한 준비 덕에 예약 오픈이 되자마자 네이버 폼으로 예약에 성공했다 🤗 때는 5월 마지막 주말. 누구랑 갈지 몰라서 일단 3명으로 접수했고, 예약금 10000원도 입금 완료.

2026 유람유랑 문화유산사업 '불에서 예술 피어나다' 체험은 총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 첫날은 저녁 7시에 모여 인간문화유산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듣고 낙화장 시연을 구경한 뒤, 작품 감상을 한다. 둘째날에는 오전 10시에 다시 모여 낙화장 체험을 해보고 목불조각상 무형문화유산 장인의 도움을 받아 소반 제작을 살짝 거들어보는 정도다. 사실 체험을 어느 정도까지 하는지 궁금했는데 주로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다. 나야 데려갈 애들은 없지만 체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신청해 본 것. ㅋㅋㅋ 체험 2주 전 쯤에 호적 메이트(친오빠)와 JS에게 운을 띄워놓고 당일에 호메차량으로 이동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둘...

속리산 갈 때 가끔 지나치곤 했던 길목인데 드디어 올 일이 생겼다.
함께 참가해준 둘에게 감사감사링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는 보은국민여가캠핑장 안에 위치해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캠핑장을 살짝 둘러보았다. 사람도 적고 여유공간이 많아서 나도 한 번 캠핑하러 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JS도 6월 중에 다같이 캠핑 한 번 오자고 여사님에게 전화하고 그랬네. ㅋㅋㅋㅋ (이번 6월에는 일정이 가능했던 유일한 주말에 비가 와서 패스했다... 언젠가 다시 재도전!)


보은국민여가캠핑장 소개는 나중에 찐으로 캠핑하러 왔을 때 다시 하는 걸로 하고...

6시 50분 쯤에 체험장으로 입장했다.
체험 명단 확인하시는 분이 계셔서 확인을 받았다.

왼쪽에는 체험을 진행할 공간! 가족별로 앉을 좌석을 마련해주시고 간식거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장인분들의 문화유산자격 인증서가 쭉 진열되어 있었음.

오른쪽에는 장인분께서 만들어낸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들어가보려고 했더니 이따가 다같이 갈 예정이라고 하셔서 참았다.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타입이어서...

참가 가족들은 모두 보은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로, 대부분 충청도 지역에서 오시긴 하셨다. 1박을 캠핑장에서 지내시면서 양일 체험을 참가하시는 거라고. 아이들 없이 성인 셋으로만 온 가족은 우리 뿐이라 조금 민망하였음. ㅋㅋㅋㅋㅋ


체험장 가장 안쪽에는 장인분들이 사용할 도구들과 시연용 한지 종이가 있었다.

벽쪽에는 그간 수강했던 사람들의 작품으로 보이는 귀한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낙화장 특강. 김영조 낙화장의 자기소개와 함께 낙화장이라는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본인이 미술을 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였는데, 아이들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조곤조곤한 말투로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듣기에 좋았다.

낙화장(烙畵匠)이란 달구어진 인두로 종이, 나무, 가죽 등의 표면을 지져서 산수화, 화조화 등의 그림이나 글씨를 표현하는 전통 장인, 또는 그 기술을 말한다. 한자 뜻 그대로 '불로 지져서(烙) 그리는 그림(畵)을 그리는 장인(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낙화는 붓이나 먹, 채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두로만 종이를 태우며 그림의 농담과 선의 굵기를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특강을 해주고 계신 김영조 낙화장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 낙화장을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셨다고 한다. 몇 번 좌절하시기도 하셨고...
전세계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시연도 종종 하시고 전시회도 여는 세계적인 예술가이시기 때문에 시연 행사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 게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사실 처음에는 체험행사가 1년에 이 시기에만 진행할까 아쉬웠었는데 작품 활동이다 전시회다 세계적으로 바쁘신 분을 직접 뵙고 체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드네.

그렇게 낙화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전시되어 있는 낙화 작품들을 구경하러 갔다. 건물 한 가운데에 걸려있는 거대한 작품. 노숙자 분을 보고 그린 작품이라는데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표정 속에서도 눈동자가 매우 생생하다.
이 큰 그림 속의 명암이며 선 묘사가 전부 다 인두로 종이를 태워 표현한 것이라니 매우 놀랍고 작품 하나당 쏟는 시간이 엄청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진심 사진인 줄 알았던 경주 남산의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작품.
다시 봐도 사진같다;;;

스ㅇ벅스와 삼일절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판매했던 텀블러인데, 요즘 그 기업이 이슈가 많아서 아쉽다고 하셨다.
딱 봐도 소장 가치 있어 보인다. 난 스ㅇ벅스 MD는 지역 관련으로만 모았어서 (코로나 이후로 안 모음) 이런 제품 나왔는지도 몰랐는데 당시 알았다면 구매했을 것 같다. 그림은 주한미국공사관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동양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예술이라 그런지 산수화와 옛 지도와 같은 그림이 많았고 너무나 취향이라 감명깊게 보았다.
석굴암 그림 역시 굉장히 사진 같다. 저 명암 표현이 말이 안되는 게, 낙화로 색상을 진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이를 오래 지져야하는데 그러면 종이가 타버려서 구멍이 나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한다고 한다. 종이 질 또한 매우 중요하고...
분명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이 그림 대체 어떻게 그리신 거람... 너무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어느 국제영화제에서 그리셨다는 작품... 현대적인 느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유명인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도 가끔 들어오신다고.



작품들 중에는 김영조 낙화장의 따님이신 김유진 이수자님의 작품도 있었다. 아까 예약 명단 체크하시던 분이 바로 그 분이셨다. 낙화장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불을 계속 달궈놓고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배우기도 쉽지 않은 기술이다. 소중한 기술이 어떻게 전수될지 궁금했는데 따님께서 명맥을 이어간다고 하셔서 아무 관련 없는 관람객인 나도 괜히 안심하게 되었다.




병풍 속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엄청나다.


어느 회사의 제작 의뢰를 받고 만들었다는 펜꽂이. 매우 고급스럽다.


말도 안되게 입이 떡벌어지는 작품들을 한 바퀴 구경하고 나서 이제 직접 시연해주시는 낙화 작품을 구경하는 시간이 왔다.
체험은 다음 날 오전에 별도로 진행하며 이 시간은 인두에 대한 설명과 낙화를 그리는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용이었다.
알려주신다고 내일 잘 따라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ㅋㅋㅋ

에어컨이 보급화 되어 있지 않던 예전에는 숯으로 인두를 달구면 온도가 너무 올라가 여름철에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바람 때문에 선풍기를 켜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고...

오른손에는 인두를, 왼손에는 인두를 고정하는 고리를 쥐고 작업을 시작하신다. 인두의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인두들은 모두 보은에 계신 대장장이, 야장 장인께 의뢰하여 제작하신다고. 예술의 선순환이 느껴져서 괜히 감동먹음;;

그냥 슥슥 그리시는데 강약조절이 예술이시다.
체험을 직접 해본 사람으로서, 저렇게 이쁘고 은은하게 선의 농도를 조절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놀랍기만 하다. ㅋㅋㅋㅋ

몇몇 슥슥 그리시고 나니 정자가 생기고 정자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좀 심심하지 않냐면서 뭘 더 그릴까 물어보신다. 나무요~ 강이요~ 배요~ 아이들이 대답하니 바로 출력해주심.

제일 신기했던 것은 바위산의 명암....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바위의 질감이 바로 느껴진다. 수만번 그려보셨으니 익숙하셨을 건 알지만 너무 쉽게 그리셔서 놀랐다.
우리에게 말을 건 시간을 빼면 10분도 안걸리신 듯한데... 역시 무언가를 쉽게 한다면 그 사람은 장인이라더니.
하긴, 그냥 장인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한 명 밖에 없는 장인이심.

인두가 달궈진 후 식어가는 타이밍에 따라 선의 농담이 달라지기 때문에 낙화를 작업할 때는 머릿 속에 하나둘 계획해가면서 그려야 한다. 막 꺼내어져 매우 뜨거울 때는 진하게 표기하고 싶은 테두리 선을, 점점 식어가고 있을 때는 연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칠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종이를 태우면 안되니까 누르는 힘도 조절해야하고... 왜 아무나 못하는지 알 것 같으면서 내일 나도 잘 할 수 있을까 무지 걱정됐다. 😓

간단하게 시연을 보고 난 후에는 한 가족 당 하나의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냥 주는 건 재미가 없으니, 앞에서 특강을 하면서 말했던 내용을 퀴즈로 내고 맞추면 주시는 걸로. 어린 아이들이 흥미를 갖도록 하는 목적이 있는 거라 어른이들인 우리는 조용히 했다. 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다 줄거니까 너무 경쟁하지 말라는 주의사항까지 얘기해주심. 그리고 완전 랜덤이라 어떤 가족이 무슨 그림을 가지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백로, 독수리, 소나무, 국화 등의 그림이 있었는데...

호메가 뽑은 그림은 난초! 마침 엄마 이름에 난자가 들어가서 아주 잘 뽑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림에 한자까지 아름답게 써주셨다. 난초는 아주 깊은 곳에서 향기를 내뿜는다는 좋은 글귀까지.
낙화장께서도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귀한 작품을 공짜로 받아도 될까요...

포장까지 멋스럽게 해주셨다.

첫날 체험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할 때, 다음날 체험할 때 쓰일 소반을 나와 호메 몫, JS 몫 이렇게 따로 2개씩 준비해주시겠다고 해주셨다. 우리 세션 때 한 팀이 취소를 하셔서 가능했던 듯... 완전 럭키잖앙. 보은 지역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이 처음이라 더 챙겨주시려고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직접 한 건 거의 없긴 하지만, 가까이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보고 시연하는 과정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니 괜시리 뿌듯하면서도 보람차게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실제로 진행할 체험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일지 궁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다.
이 체험은 매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4월 중순 즈음에 신청을 하시면 되겠다. 자녀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가족체험으로 강추드린다. 예약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홈페이지에 네이버 예약 폼 주소가 제공되면 원하는 일정에 맞춰 제출한다.
(마감이 매우 빨랐으나 확실하게 예약이 가능하다... 폼림픽...) - 보은전통공예체험학교에 전화(070-7795-3989)를 걸어 예약한다.
슬롯이 적고 예약이 매우 빨리 마감되기 때문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예약 오픈이 되자마자 접수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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