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나라 단풍여행 #12 나라사슴공원을 지나 도다이지(동대사東大寺)로

#12 나라사슴공원을 지나 도다이지(동대사東大寺)로
181126 _ DAY 3
Previously on Darakbang Ilgi....
우정여행으로 2018년 11월 교토로 여행을 떠난 트랙삐 멤버들. 여행 3일차, 교토에서 호류지, 다시 호류지에서 긴테츠쓰쓰이역으로 이동하는 데만 이자저차 요러쿵저러쿵해서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점심도 먹지 못한 채로 오후 세 시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 가 지난 이야기 되시겠다.

호류지에서 긴테츠쓰쓰이역으로 이동한 다음, 나라 시내로 가려고 기차를 탔다.
다행히 나라까지 빨리 갈 수 있는 기차가 바로 와서 (더이상의 시간 낭비 없이)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Ltd. Exp 는 논스톱으로 가지만 티켓이 따로 있어야 해서, 15:25에 출발하는 Express를 탑승했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교통편이 은근 띄엄띄엄 있어서 길바닥에 시간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택시를 타기에는 비싸고... (역시 렌트가 답? ^^; 이라고 외치는 무면허자) 관광지들이 대부분 5시 30분~6시면 닫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곳을 둘러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드디어 나라 시내로 간다.

쨘! 나라 도착~ (...)
애초에 나라 변두리에서 나라 시내로 가는 거라 10분 밖에 안걸렸음
긴테츠 나라역에서 5번 출구로 나가면 시내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미리 구매한 긴테츠 나라 세계유산 티켓으로 나라 시내버스를 전부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사슴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걷기에는 낡고 지친 몸을 소유하고 있음)
이 때부터는 미리 분 단위로 계획해둔 일정이 아무 소용이 없어졌기 때문에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나라 시내에서 가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망할 것 같은 예감 ㅠㅠ

5번 출구로 나가기 직전에는 어떤 버스를 탑승하면 나라의 특정 관광지로 갈 수 있는지 자세히 쓰여있다.
일단 사슴이 그려져 있는 노선을 탑승하기로 결정하고, 1번 정류장에서 2번 버스를 탑승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면서 친구들과 엄청나게 토론을 했다.
나라사슴공원을 먼저 갈 것이냐,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불상이 있다는 도다이지(동대사)를 갈 것이냐.
나라사슴공원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도다이지 입장이 늦을 것 같고, 도다이지에 갔다오면 사슴 구경을 못할 것 같고.
호류지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쓴 나비효과가 나타났다 ㅠㅠ
대부분이 사슴을 보고 싶어했고, 어떤 친구는 나라까지 왔는데 도다이지를 안보는 건 쫌... 이라면서 탐탁지 않아했다. (나도 솔직히 도다이지를 더 가고 싶었음) 버스에 탑승한 짧은 시간 동안 양자 택일 심층 토론을 거쳐, 결국 도다이지를 포기하고 사슴을 보기로 결정.
이 때 버스에서 앉아계셨던 어떤 일본인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말을 거셨는데...
"어디서 왔냐, 다들 예쁘다" 라고 물어보셨다.
근데 어쩐지... 분명 칭찬으로 얘기하신 것 같긴 한데..?
교토 쪽은 욕할 때도 한~참 돌려서 말한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ㅋㅋㅋ 마치 "왜 이렇게 시끄럽냐, 대중교통에서 그만 좀 떠들고 조용히 해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닼ㅋㅋㅋ
J도 느낌이 왠지 돌려 까는 것 같다고 했다ㅋㅋㅋ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때묻은 어른이라 지송

그렇게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 사슴공원이라는 버스 안내문이 떠서 잽싸게 내렸다.
그리고 곧 어리둥절해졌다.
'나라 사슴공원'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에, 내심 나라 시내에 사슴들이 평화롭게 뛰놀 수 있는 초원이 있고, 사람들이 사슴들을 존중하며 조용히 입장하는 시설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수많은 사슴들이 그냥 나라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를 걸어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 거였다.

요렇게.



그러니까 사슴공원은 따로 오가는 시간이 전혀 들지 않음... 널린 게 사슴이기 때문에! 그냥 시내=사슴공원임
왔다갔다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 도다이지를 포기하자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게다가 바로 옆에 도다이지가 있어서 그냥 도보로 걸어가면 됐다... ^^ 토론 왜 한거야... 허무
이 때 친구 중 한 명이 "너 이거 몰랐지ㅎㅎ..." 라고 해서 쫌 기분이 나빠졌다.
나도 나라 처음 왔는디...? 알리가 있나


이 사슴깡패 놈들이 간식을 달라고 계속 달려든다. 공원 한복판에 간식 판매하시는 분이 있어서 한 팩 사서 친구들한테 나눠줬다. 가격은 150엔이었음.

도다이지까지 도보로는 조금 거리가 있다. 단풍 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놓은 산책로가 있어서 고즈넉하게 걸어갔...으면 좋았겠지만!




확인해보니 도다이지 입장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친구들에게 서두르자고 했다. 다만 다들 사스미와의 투샷을 간절하게 원했는지 걸음이 나아가지지를 않았다. 조금 걷다가 사진 찍고 조금 걷다가 또 사진 찍고...
호류지에서도 이러다가 n시간 걸린 거 아니야~ 얘들아 빨리 가자~며 재촉하고 있었는데
아까 내 마음을 살짝 상하게 한 친구가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짜증난다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도다이지 들어가는 길목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 싫어서 애들은 먼저 걸어가게 냅두고 숨어서 울었다. ㅋㅋㅋ
이해는 한다. 자유여행으로 왔는데 옆에서 자꾸 이래라 저래라 했으니 짜증이 났을 수도 있고... 계획을 이렇게 하자고 했다가 또 바꿔버렸으니 영문을 모르고 따라오다가 당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도 나라 처음이라구. 몇몇은 교토 여행 해봤고 몇몇은 안해봐서 최대한 안 겹치게 하려고 나라로 온건데. 기왕 나라 갈 거 알차게 여행해야겠다 싶어서 짠 계획은 호류지에서 다 틀어져버려서 엉망진창 되버리고. 커피 사느라 기차 놓치고. 화장실 가느라 입장 못하고. 소요 시간, 입장료 전부 일정표에 표기해뒀는데도 자꾸만 나한테 물어보고. 읽기는 한건지. 나는 가이드도 아니고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야...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누구는 나라까지 왔는데 도다이지 못보면 안타깝다고 하고. 누구는 사슴이랑 놀고 싶다고 그러고. 나더러 어쩌란 거야... 배고프다 엉엉.... 상태가 되어 질질 짰음. 도다이지 들어가던 많은 관광객들이 쟤 왜 저러나 싶었을 거다. ㅋㅋㅋㅋ

눈물 닦고 입장권 구매하는 곳으로 걸어갔더니 애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 얼굴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나더러 길을 잃어서 울었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리가!
상기 설명한 이유와 같이 분위기 싸하게 만들기 싫어서 그냥 들어가자고 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 때문인 것 같다며 사과했다. 서러운 마음 참고 나도 재촉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근데 친구야, 사과할 때 '왜 울어서 날 나쁜 사람 만들어' 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우는 게 잘못은 아니자너... 지금도 생각난다야. ㅋㅋㅋㅋ
(이 여행기는 벌써 2.5년 전 얘기이며... 지금도 잘 지냄)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도다이지, 동대사에 들어섰다.
입장 마감시간이 4시 30분이고 아마... 아슬아슬하게 들어왔을 거다.

동대사 역시 나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입장료는 성인 600엔.
박물관 통합권도 있지만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대불전만 보기로 했다.


일본 최대의 목조 건축물이자, 세계 최대의 청동 불상이 있다는 대불전.
건물을 짓는데 신라 출신의 목수가 총감독을 했다고 한다. 다만 지금의 모습은 1709년에 재건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본식 양식이 가미되었다.


과거의 대불전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재건되었지만 워낙에 건물 크기가 커서 기와 무게 때문에 처마가 처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1882년에 버팀목을 추가하는 등 여러 수리 작업을 거쳤지만 해결이 안되어서 결국 해체하고 철골 기둥을 넣는 등의 보수 작업을 했단다. 이 때문에 대불전을 그냥 현대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팜플렛은 읽지도 않고 그냥 찍어만 보았다.


일본은 해외 관광객들에게 일본의 문화와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서 가이드 제도가 있다.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가이드 자격을 취득한 후에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관광지를 방문하면 가이드 본인은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혜택이다. 한국에서 취득하는 가이드 자격처럼 정식은 아닌 것 같던데, 정확한 명칭이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Y는 그 혜택을 받아서 나라 관광지를 모두 무료로 입장 :D



대불전 앞에서 내가 찍은 친구들 사진은 전부...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가출하여 망했다.
E가 사진이 이게 뭐냐고(...) 해서 E의 사진만(?) 최대한 보정을 먹여 살려보았지만 그래도 망했따... ㅋㅋㅋ
원래 클레임 거는 고객(?)한테만 서비스를 주는 거 아니겠나요






절에선 역시 향냄새를 맡아야하는데
도다이지에선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불상은 백제 출신이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항저우 영은사에서 봤던 불상도 엄청 규모가 컸었는데... 그 여행기는 언제 올리나...? ㅠㅠ

대불전에서 바라보는 풍경. 수학여행 온 일본 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수학여행 갈 때도 교복을 입나봄.



어둑한 조명으로 인해 뭔가 무섭게 나왔다. ㅋㅋㅋ
폐장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서 관람했다. (별로 본 게 없다는 뜻)


대불 왼쪽에 불타서 없어지기 전의 도다이지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구현해놓았다.
확실히 이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옛 건물의 형식을 하고 있다. 복원을 그대로 하지 않고 일본식을 새로 가미해서 재건하다니 참 일본이라는 나라 항상 생각하지만 특이한 나라야.



대불전 안에는 구멍이 뚫려있는 거대한 나무기둥이 있다. 사람들이 여기에 다 줄을 서 있길래 왜 그러나 하고 봤더니, 이 구멍을 통과하면 운수대통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운수대통? 놓칠 수 없지. 우리도 줄 서서 통과해보았다. ㅋㅋㅋ

통과할 때 어깨가 아파서 혼났다.... 은근히 좁음
다들 귀신미를 뽐내며 머리가 산발된 채로 운수대통을 기원했다.

폐장 시간이 다 되어 사람들이 나가길래 우리도 슬슬...
가는 길에 관광객들의 주머니 털이를 위한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나는 나라 마스킹테이프 두 개와 마그넷을 하나 샀는데 마테는 벌써 다 썼다. 마테 하나에 거의 5천원이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 친구는 일본 문양이 그려진 천인지 수건인지를 매우 탐내하였고 선물용으로 샀던 것 같은데 본인을 위한 선물인지 타인을 위한 선물인지 잘... ㅋㅋㅋㅋ




도다이지 관람을 마무리하고 가는 길에 역시나 또다시 사슴들이 먹이를 찾으러 다가오기 시작했다.



친구들한테 아까 나눠준 사슴 먹이(=센베)의 냄새를 맡고 돌진하는 모습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B...

노루궁뎅이 버섯이 떠오르는 아찔한 사슴의 뒷태

나가려는 찰나에 관광객들이 열성적으로 뭘 찍더라.


사천왕이었다. 조명을 비춰놓아서 어두운 밤에도 잘 보이니 좋더라!
오후 5시, 이렇게 나라에서의 관광을 끝내고 드디어 첫 끼를(....) 먹으러 갔다.
괜찮아 그래도 아침에 전철 탈 때 메론빵 사먹었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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