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The Silenced, 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The Silenced, 2015)
왓챠플레이에서 뭐 볼 영화 없을까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영화. 개인적으로 근대 배경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아직 감상한 적이 없다. 이유는 영화의 완성도가 그리 썩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호감인 출연자들이 많아서 저번 주말에 보았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아픈 소녀들을 격리시켜 놓은 기숙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학교에 있는 여학생들은 학업과 운동실력을 기준으로 우수학생으로 선발되어 도쿄로 유학을 가는 것이 목표이다.
주란(일본이름 시즈코, 박보영 분)은 폐병에 걸려서 요양 겸 이 학교에 오게 된다. 친엄마는 돌아가시고, 본인에게 관심이 없는 아빠와 새엄마는 일본으로 가버렸다. 영화 초반에는 주눅들어 있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지만 연덕과 친해지면서 점점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연덕(일본이름 가즈에, 박소담 분)은 304호 기숙사 반장으로 같은반 학생들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운동신경을 겸비한 우수학생이다. 주란이 예전 친구 시즈코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소심해 보이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전학 첫날부터 신경을 써준다. 주란이 전학 오기 전에는 유카(공예지), 시즈코(고원희)와 절친이었으나 시즈코가 말없이 전학을 가게 되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듯 하다.
교장(엄지원 분)은 항상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학생들에게 인체실험을 하며 일본군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잔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이나 조교가 본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손찌검을 하기 일쑤.
도쿄 유학생으로 선발될 수 있는 학생은 1년에 단 두 명. 기회를 얻기 위해 학생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도 한다. 냉혹한 선생님들 아래 엄격한 규칙, 통제되는 생활 때문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다. 거기다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이 가끔씩 말도 없이 사라지는 일까지... 이런 타이밍에 전학온 주란이 매사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연덕이 주란을 감싸기까지 하니 유카는 속이 상해서 친구들을 부추겨 주란을 따돌린다.
처음에는 우울해보이던 주란은 연덕과 학교 밖을 잠깐 쏘다니기도 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밝은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폐병을 치료하려고 투약받은 약 덕분에 몸도 많이 건강해졌다. 멀리뛰기를 얼마 뛰지 못하던 그녀가 후반부에는 우수학생 연덕과 비슷한 기록을 낼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아진다. (완전 수상)
주란은 어제까지 대화를 나누던 학생이 말도 없이 또 전학을 가거나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자 학교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연덕 역시 예전 친구 시즈코가 사라진 것에 대해 어렴풋하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자주 방문하던 학교 지하실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주란과 함께 학교를 탈출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시놉시스가 꽤 흥미진진해 보이는데 왜 영화 평이 좋지 않냐하면... 후반부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을 때 갑자기 영화 분위기가 180도 뒤바뀌기 때문이다. 캡틴 코리아의 프리퀄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 또는 주란은 혹시 도봉순의 전생이 아닌가... 하는 배우 개그도 난무.
영화의 짜임새에 대한 평은 좋지 않지만 미장센은 훌륭하다. 주란과 연덕이 나들이 삼아 나갔던 호숫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지하실, 음울한 기숙사의 느낌들까지 촬영에 꽤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약간 장화홍련같은 분위기를 노렸나 싶기도 하고. 후반부가 너무 판타지스러운 전개라서 그렇지 결말도 나름 깔끔하게 끝난다. 물론 몇몇 희생된 캐릭터들은 꼭 그래야만 했나 싶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근대 시대 배경의 한국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가산점. 그리고 보기 드물게 여성 캐릭터로만 이루어진(눈에 띄는 남성 캐릭터가 단 한 명 뿐이다.) 영화라서 그 부분을 높이 사고 싶다. 특히 이런 공포영화 장르는 자칫하면 쓸데없이 섹슈얼하게 이야기가 진행될 때도 있는데 그런 면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 하도 혹평을 들은 후에 감상을 해서인지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
감독 | 이해영
개봉 날짜 | 2015.06.18
출연진 | 박보영, 박소담, 엄지원, 공예지, 주보비, 심희섭, 박성연, 고성희
왓챠플레이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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