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종일 흥얼흥얼,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하루종일 흥얼흥얼,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흥얼거리게 하는 마성의 멜로디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 밴드 Queen쿠이이인의 전기적 영화이다. 영화적 장치와 전개는 조금 허술한 면이 있지만서도, 노래가 다 했다.
후기가 대부분 '퀸 노래를 몰라서 영화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 걱정하며 들어갔다가, '다 아는 노래인데 이게 한 그룹의 노래라니?' 라고 충격에 빠져서 나온다 하더라. 영화를 보며 충격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미리 어떤 노래가 있는지 공부를 하고 갔다. 물론 사전 공부를 하면서 같은 이유로 충격에 빠졌다. ㅋㅋㅋ
나의 경우는 노래는 꽤 많이 알고 있는데 그 노래가 전부 다 퀸의 노래라는 건 몰랐던 케이스.
영화를 보러가기 전부터 그간 알고 있던 노래와 새로 알게 된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로 삼아 1주일간 계속 흥얼거렸다.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닌데, 멜로디가 너무 중독성 있어...
가장 가까운 영화관이 집에서 약 25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시외버스 교통비가 부담되는데, 얼마 전에 시내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주말에 보러갔다 :) 가지고 있는 기프티콘 사용을 하려고 오랜만에 롯데시네마에서 관람.
분명 오후 2시 50분에 상영되는 영화를 예매했는데 전광판에는 오후 2시 10분이라고 쓰여 있는 게 이상해서 사진을 한 번 찍어봤다. 청주 성안길 롯시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점은 편하지만 매장과 카운터가 너무 자그마해서 어수선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성안길을 좀 돌아다니다가 보러 들어갔다.
영화는 퀸의 멤버 브라이언 베이와 로저 테일러가 연주한 20세기 폭스의 사운드로 시작한다(미리 공부하고 보러갔음).
브라이언 메이의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레드 스페셜 기타 사운드(공부했음ㅋㅋ)가 정말 독특하다.
싱크로율 100%의 캐스팅
영화는 퀸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프레디 머큐리가 어떻게 퀸을 만들어 내고 퀸의 음악에 정체성을 불어 넣었는지 설명해주면서 시작된다. 음악 영화 특성 상 중간에 약간 손발 미칠 것 같은 부분도 있지만 재밌게 봤다. 프레디의 카리스마가 쩔어줘서...
프레디는 이미 예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기에 우리는 그가 당시 어떤 생각을 하며 행동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그를 이해하려는 시선이 느껴졌다. 엄청난 스타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무대를 뛰면서 느꼈을 외로움과 메리와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멤버들과의 우정.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실제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참가했기 때문인지 영화 속 프레디를 진지하게 잘 그려냈다. 생전에 항상 가쉽거리로 소모되던 그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전등으로 대화하려고 시도하던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다.
(프레디 머큐리 역할을 맡은 라미 말렉이 캐스팅 되기 전에 3년 동안 역할 준비를 하던 배우가 있었는데, 너무 프레디의 성적인 면모만 부각시키려 해서 잘렸다는 카더라가 있다. 내 생각에도 라미 말렉 배우가 훨씬 나은 것 같음)
영화의 처음과 끝에 보여주는 라이브 에이드 무대. 프레디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보았던 10만명의 관중들은 간접 경험인데도 소름이 돋았다. 이 무대를 화질로 크게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관중들 중 하나가 되어 퀸의 무대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실제 라이브 에이드 영상과 비교해보면 싱크로율에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영화 보기 전에 미리 실제 라이브 에이드 영상을 열심히 보고 갔다ㅋㅋ)
역사상 락 밴드 라이브 1위에 빛나는 공연을 마치고 영화는 끝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내가 가장 처음으로 즐겨 들었던 퀸의 곡, Don't Stop Me Now가 나와서 좀 서운했다. 왜 영화 장면에 안 넣어줘요 ㅠㅠㅠㅠ Don't Stop Me Now가 끝나면 The Show Must Go On이 흘러나온다. 비장한 엔딩곡.
퀸의 전신인 스마일 밴드의 보컬이 밴드를 떠나는 부분이나 프레디 솔로 전향 때문에 다른 멤버들과 불화가 생기는 부분은 영화적 각색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다들 친했으며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솔로가 먼저 나왔었다고. (TMI: 퀸의 멤버 넷 모두 영국 명문대 출신이며, 기타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 물리학자 박사까지 하고 대학 총장까지 했다고. 프레디 머큐리 전의 보컬은 영국의 토마스 기차 브랜드를 설립한 사람이라고 한다... 뭐야 이 엘리트밴드)
또한 매니저 폴이 만악의 근원처럼 보이는데, 퀸 멤버들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돈 받고 프레디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녔던... 그에 비해 메리는 끝까지 프레디의 참사랑으로 남아 (결혼은 안했지만) 저택, 저작권 지분 등을 유산으로 받았다고. 뒷얘기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프레디는 정말 영화적인 인생을 살다 간 듯 하다. 죽기 직전까지 남김없이 자신을 불태우고.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절대 못할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두 곡! 라디오 가가는 드럼 로저 테일러 작곡, AOBD는 베이스 존 디콘 작곡.
마이클 잭슨이 AOBD가 좋다며 칭찬했다던데, 비트에서 마잭 취향이 느껴진다는 점이 재밌다.
영화의 후유증을 꼽자면 일단 노래들이 다 중독성이 있어서 지겹도록 흥얼거린다는 것과... 이미 40년 전 전성기였던 할아부지 밴드의 옛날 사진을 찾아보고 있다는 점? ㅋㅋㅋㅋㅋ 나같은 사람이 많은지 어제 빌보드 아티스트에서 퀸이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제목이 보헤미안 랩소디인데 보헤미안 랩소디 완곡이 안나온다ㅠㅠㅠ 이 거 실 화 냐(Is this the real life)?
한국 사람들 음악 영화 참 좋아하는데,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감동까지 있다. 그래서인지 개봉 3주차에도 예매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역주행중. 영국 다음으로 흥행 2위라고(북미 제외)... 프레디 생전에 내한 공연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고 있는 것 같다. 내 시대를 호령했던 밴드는 아니지만, 올타임 레전드의 무대를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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