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 한국의 다빈치 정약용을 기리는 다산기념관
지난 글 : 2017/11/17 - [식도락 食道樂/식당 食堂] - 한 상 가득 차린 남도한정식을 즐겨보는 강진 남문식당
자 다시 강진으로 워프.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놓은 남도한정식을 열심히 먹고, 이번에는 다산기념관으로 갔다. 이 곳은 딱히 내 계획에 들어가 있던 곳은 아니었지만, 강진을 둘러보고 있자니 정약용 선생님의 존재감이 시시각각 커져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를 이 쪽으로 굴리게 되었다.
다산기념관을 방문할 때 주의할 점. 근처에 다산수련원이 있는데, 차로 진입할 때 안내문이 좀 이상하게 되어 있다. 처음에 다산기념관이라고 써져 있는 곳으로 갔으나 수련원이 나왔다. (위 사진이 다산수련원이다. 오거리에서 진입하면 십중팔구 다산수련원이 나오니 조심!)
그렇다고 다산수련원과 다산기념관이 도보로 쉽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닦여 있지 않다. 방향을 잘 잡을 수 없이 풀이 우겨져 있다. 결국 카카오맵을 켜서 인간 내비게이션 역을 자처한 후에야 기념관에 도착하였다.
남도의 기념관, 박물관들은 부지가 다들 넓어서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서 에어컨을 쐬러 습한 공기를 지나 기념관 안으로 초스피드로 걸어갔다. (뛰는 건 땀이 나니까 안된다)
강진다산기념관 | http://dasan.gangjin.go.kr/
다산초당 남쪽 700m 아래에 있으며,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유배생활한 곳이자 실학을 집대성한 곳인 강진에서 다산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2014년 개관하였다. 다양한 다산 친필 간찰과 제자들의 유물들을 통해 강진에서 다산의 학문과 성과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성인 2천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다산 선생과 그의 제자들로 보이는 허연(...) 조형물들이 있다. 벽에는 목민심서의 문구와, 천장에는 별자리.
정약용 선생이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으셨던가? 워낙 잘하시는게 많아서 잘 모르겠네.
공식 홈페이지에는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해서 별자리를 관람할 수 있는 용도라고 한다.
본방을 보지 못했지만, 몇 주 전에 알쓸신잡2에서 이 곳 다산기념관을 방문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방영분에서 유시민 작가가 말하길 정약용 선생은 한국의 다빈치 같다고. 그의 성장기부터 말년까지의 일생을 정리해놓은 연표. 뭐 그리 해놓은 게 많으신지 한 칸 한 칸마다 글씨가 빼곡하다. 1762년 생인데 14세에 결혼하시고 15세부터 당대의 유명한 실학자들과 교류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학교 매점에서 까까 사먹을 나이. 하이고 참내.
정조와 정약용은 어쩐지 한 세트라는 느낌이다. 같은 정씨라서 그런가?(아님) 정약용의 업적에 대해 말할 때 정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전에 경복궁 옆 국립고궁박물관에 갔을 때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가 수원 화성으로 행차하는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자꾸 생각났다. 정약용이 화성 건축의 공헌자이기도 하니...
강진의 사계절을 표현한 스크린. 새도 날아다니고, 봄이 되면 꽃도 피고, 여름이 되면 비가 내리는 모습을 구현해놓았다. 사운드도 듣기 좋다.
이 기념관에서 주목할만한 문화재 하피첩. 강진 유배시절에 부인 홍씨가 보내온 다섯 폭의 치맛자락을 잘라 서첩을 만들고, 아들에게 당부할 말을 적어서 보낸 수첩이다. 당시 총 네 첩을 만들었으나 세 첩만 남아 있다고 한다. 유배지로 치마를 보내는 아내의 절절함과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귀중한 문화재. 그건 그렇고 치마로 책을 만들다니 역시 유배 시절동안 책 백 권도 넘게 펴낸 사람답다(...).
매화병제도는 정약용이 딸아이에게 보낸 편지로, 위쪽에 매화와 참새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렇다! 다산은 그림도 잘 그렸다. 이것 역시 부인의 치마자락 위에 그려서 보낸 것이다. 시 내용 자체는 봄을 읊는 것뿐이지만 유배 생활 동안 지었다고 생각하면 좀 짠한 감성이 느껴진다.
翩翩飛鳥 息我庭梅 편편비조 식아정매
有烈其芳 惠然其來 유열기방 혜연기래
爰止爰樓 樂爾家室 원지원루 락이가실
華之旣榮 有賁其實 화지기영 유분기실
펄펄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에 쉬네.
꽃다운 향기 매워, 기꺼이 찾아왔지.
머물러 지내면서 집안을 즐겁게 하렴.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겠구나.
화성능행반차도를 애니메이션화 하여 틀어놓았다.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를 하는 모습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고 하더라. 가는 내내 백성들에게 음식도 나눠주고, 풍류를 아는 임금님. (정조는 신하들에게 편지로 호로새끼라느니, 뒤쥭박쥭이라느니, 늙어빠졌다거나 껄껄껄(ㅋㅋㅋ)을 쓰는 등의 호탕한 성격이시다 ^^)
1인칭의 현대식 말투로 정약용의 생애를 표현한 팻말이 있었는데... 굳이 안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와우~대~~박!! 이라고 하는 정약용이라니...(...) 끄응....
기념관 안에는 거대한 수원 화성 모형도 있었는데 그건 따로 찍지 않았다. 좀 귀찮았나 보다. 나가기 전에 목민심서를 친히 나눠주시는 정약용 선생님과 인증 사진 한 컷 찍고 기념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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