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 정약용의 작업실, 만덕산 정다산유적 다산초당(茶山艸堂)
지난 글 : 2017/11/30 - [발자취 足跡/한국 大韓民國] - 강진 :: 한국의 다빈치 정약용을 기리는 다산기념관
다산기념관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 올라가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시절동안 펴낸 수많은 책이 탄생한 곳이 나온다. 그 곳은 바로 다산초당. 강진을 다녀오신 분들은 대체로 이 곳을 많이 방문하시는 것 같다. 역시 처음에는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강진을 둘러보면 볼수록 꼭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곳이다.
다산초당은 만덕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로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다. 중간의 휴게소가 나오면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이 때는 몰랐지, 꽤나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만덕산에는 백련사도 있다. 다산초당까지 0.4km, 백련사까지는 1.6km. 시간이 넉넉하다면 두 곳 다 한 번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백련사 또한 강진의 유명한 절이니 말이다.
이것은 분명 도로인데 어째서 차는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일까? (벌써 힘듬) 더운 날 산행이라는 것은... 몹쓸 짓이다. 거기다 나는 치렁치렁한 옷에 뻣뻣한 샌들을 신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산을 올라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웬 건물이 나와서 이 곳이 다산초당인가?! 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ㅋㅋㅋ). 그냥 식당. 온 것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 아직 멀었어요.
다산초당은 정확히 말하면 정다산유적 안에 포함되어 있는 건물로, 다산초당, 서암, 동암, 천일각을 통틀어 정다산유적 혹은 강진 정약용 유적이라고 부른다. 사적 107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도를 보면 현위치에서 다산초당까지 그리 멀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 여기까지는 걸을 만하다! 이제 몇 미터 남지 않았어!!
다산의 제자 윤종진의 묘
이 곳은 다산 선생이 초당에서 양성한 18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윤종진 선생을 모신 묘소이다. 선생의 자는 금계, 호는 순암이며, 부친은 강진읍 내에서 다산을 모셔온 윤규로이다. 다산 선생께서는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겨 삶의 터전을 새롭게 함은 물론, 제자들을 문답식으로 지도하고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6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당시 저술은 18인의 제자들의 역할이 컸다. 다산은 몸이 약하고 체구가 작은 순암을 위해 순암호기를 직접 써 주면서 호연지기를 키우게 했다.
다산이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남양주로 돌아가게 되자 순암은 18인의 제자들과 함께 다신계를 조직해 평생 동안 차를 만들어 보앴으며, 이 차는 금룡다산향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그는 1967년에 진사가 되었고, 1866년 병인양요 때와 1869년에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의병을 모아 참여하였으며, 추사 김정희, 백파 신현구와 교류하였다. 문집으로는 순암총서를 남겼다. 배위 광주 이씨와 함께 묻혀 있으며, 현재의 비문은 1914년 성균관박사 이금이 썼다.
다산초당 자체가 해남 윤씨 일가의 건물이었고, 정약용의 어머니도 해남 윤씨, 18인의 제자 중 6인이 해남 윤씨, 정약용의 딸도 해남 윤씨 가문으로 시집을 갔다고 한다. 윤씨 가문과 정약용의 관계가 엄청나다. 알쓸신잡2 해남/강진 편에 언급된 윤선도 역시 해남 윤씨. 윤선도는 정약용의 6대 외조부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약용과 윤종진 역시 아주 아주 머나먼 친척이 되는 셈이다. 그럼 윤선도와 윤종진은 어떤 관계지?
와! 한국학자료포털에서 이렇게 일가 족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맨 왼쪽 아래에 윤선도, 맨 밑 오른쪽에 윤종진이 있다. 해남 윤씨가 정말 엄청난 명문가였나보다. 족보가 정말 길어서 찾는 게 정말 힘들었다. 알고보니 해남 윤씨는 호남 제일의 명문가이자 부자 가문. 윤선도의 고조할아버지 윤효정의 11대 손이 윤종진이다. (...)
그냥 궁금해서 찾아봤음... (...)
다산초당 가는 길은 험난하고도.... 가파르다. 돌 위로 경사진 길을 올라가고 있자니 이게 웬 생고생이냐! 여름에 오면 절대 안되겠다. 운동화도 꼭 신고와야겠다. (이렇게 산을 오르며 사진 찍는 것도 참 힘들다.) 땀이 비오듯 흘렀다.
드디어 보이는 다산초당. 이렇게 깊은 산 속에서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 밥은 어떻게 먹지? 제대로 된 길이 나 있지도 않았을텐데. 아침 일찍 왔다가 이른 저녁에 내려가는 거였다면 옛 사람들 하루가 짧은 것이 이해가 된다. 혹시 여기서 숙식을 해결했나?
이렇게 가파른 길을 올라와야 다산초당을 볼 수 있다. 의미있는 문화재를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법. (그러나 샌들에 갇힌 발바닥이 비명을 질렀다.)
어쩐지 공부를 하러 온 듯한 느낌의 방문객들. 그냥 등산이었으려나?
이 건물이 바로 서암. 다산의 제자들이 이 곳에 머물면서 책을 엮어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면 다산의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학생들끼리 토론도 나누고 했단다.
사의재에서는 모든 의욕을 다 잃고 계셨던 분이, 이 곳에서는 손님 맞이할 상도 꺼내놓으시고 돌에 글도 새겨놓으시는 등 꽤 분주하셨던 모양이다. 다산 4경이라는 것도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정석, 석가산, 차부뚜막, 약천)
이렇게 자그마한 작업실에서 600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하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난 평생 책 한 권도 못 쓸 것 같은데.
다산초당 가운데에는 정약용 선생님의 초상이 놓여져있다. 날이 너무 더워 더 가까이 다가갈 기력이 없었으나...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찍어보았다.
이 다산초당은 복원한 것으로 실제 예전에 쓰이던 건물은 아니다. 어쩐지 너무 깨끗하더라. 초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기와집인 이유도 역시 복원할 때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일어난 일이다.
초당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푸릇푸릇한 산 속 나무들이 정면에서 반겨준다. 이렇게 맑은 공기 속에서 공부를 하면 확실히 잘 될 거 같다. 하긴 그 땐 TV도 스마트폰도 없으니 공부가 재미고 낙이었겠지.
연지와 석가산. 풀잎이 떨어져서 지저분해 보이지만 약 이백년전에는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물이지 않았을까? 다산이 직접 네모네모하게 연못을 만들고 가운데에 돌로 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부하는 와중에도 풍류를 잃고 싶지 않으셨나보다.
왼쪽으로 가면 백련사와 해월루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백련사는 안갈거야... 그치만 동암이 있지.
동암은 정약용의 서재이자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저서를 집필할 때 필요한 자료들도 이 곳에 있었다고...
마지막 칸의 문이 열려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좀 더 책이라든가, 당시 분위기에 맞게 학자의 방처럼 꾸며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조금은 아쉬웠다.
(백련사는 안간다니까...)
동암에서 보는 다산초당의 모습이다.
다산초당을 떠나려던 순간 보였던 정석. 성씨를 딴 정자만 간단하게 새겼다. 다산이 유배생활을 끝내며 이 곳을 떠날 무렵 바위에 새긴 돌이라고 한다. (힘이 장사셨던 건 아닐테니 한 번에 만들지는 않으셨겠고... 떠나기 전에 본인의 흔적을 남기고 싶으셨나? 좀 귀여우신데? ㅋㅋ)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그대로 가파르니 아주 조심해야한다. 나무 뿌리와 돌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자빠짐을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조심 내려와 차를 다시 타는 순간 너무나 시원했다. 에어컨은 소중하다. 물 한 병 벌컥벌컥 마신 후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차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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