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 전라병영성 앞 하멜기념관에서 만나는 헨드릭 하멜 (+이한영 생가)
지난 글 : 2017/10/23 - [발자취 足跡/한국 大韓民國] - 강진 :: 월출산 국립공원, 극락보전이 멋진 무위사(無爲寺)
무위사에서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전라병영성 앞의 하멜기념관이다. 이 곳을 가게 된 이유는 강진군청 홈페이지(링크)에서 신청한 무료 관광책자에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강진은 은근히 갈 곳이 많으니 미리 사전조사를 하고 싶다면 관광책자를 받는 것을 추천드린다. 사실 처음에 하멜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국사 시간에 들어본 적 있어!' 정도였다. 하멜이 강진에 오래 있었다는 것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안 사실이다.
책자에 소개되어 있던 녹차밭.... 응? 아까 무위사 갈 때 봤던 거랑 별 다르지 않은데? 시기를 잘 맞춰서 봐야지 싶다.
대부분 5-6월이 제일 예쁘다고 한다. 7월 말에 보면 이렇게 누리끼리하다. 또 하나 배웠다.
하멜기념관으로 가는 길 중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녹차상표를 만드신 이한영이라는 분의 생가가 있다고 하여 가보기로 하였다. 주소 대로 찾아갔는데도 정확하게 알아보기 힘들어서 헤맸다. 그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이 다향산방이라고 써져 있는 건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선(茶仙)으로 추앙받았던 이한영 선생은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로부터 이어지는 우리나라 다인의 맥을 이어온 분으로,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전통차의 제다기술을 유지 및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한다. 이 월출산 자락에서 최초로 '백인옥판차'와 '금릉월산차'라는 이름의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였다. 최초의 차 브랜드인 셈이다. 다향산방은 이한영 선생의 3대손께서 운영하고 있는 찻집이다.
다향산방 뒤켠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이한영 생가는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구조이다. 다향산방 앞, 수국이 몇송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들어섰더니 생가가 보였다. 그런데... 저 텐트는 무엇이지? 사진에는 없지만 뒤 쪽 생가에 누워 계신 분도 있었다. 좀 난감하다. 겉핥기로만 대강 둘러보기로 했다.
백운옥판차는 일제시대의 차에 맞서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판차로, 곡우에서 입하 기간 중 오전찻잎을 따 푸른빛이 사그라질 때까지 닦은 후 손으로 비벼(시루에 쪄서 비비기도 함) 온돌에 한지를 깔고 한 시간 가량 말려 옹기에 저장하는 제다기법(製茶技法)을 사용한다고 한다. 고 이한영 선생님의 사진도 붙어있었다. 그런데 다인이 아니라 차인이라고 써져있다. 만든 사람의 한자 공부가 시급하다. 다도도 차도라고 부를 기세ㅠㅠ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싶었는데... 사랑채 너머 생활감이 짙게 느껴지는 저 텐트때문에 여기까지만 보고 하멜기념관으로 가기로 했다. 이 곳을 오려고 헤맸던 시간이 조금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항상 이런걸까? 아니면 운명처럼 이 날만 예기치 못한 텐트족과의 조우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까? 어찌되었건 2011년에 복원한 곳인데 관리 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문화재 보러 왔다가 민간인의 후리한 모습만 보았다. 아쉽.
괜히 민망하여 생가 앞에 핀 수국 한 장 찰칵.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은 우리나라를 최초로 서양에 알린 헨드릭 하멜(1630~1692)을 기리는 전시공간으로, 전라병영성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전라병영성에 대한 포스트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기념관 앞에 귀여운 하멜 미니어처(...)가 관람객들을 반겨준다.
하멜이 네덜란드 사람이라 풍차도 조성해놓았다. 어쩐지 여름방학 체험학습으로 온 것 같은 아이들 옆에 세워진 동상은 1998년 강진군과 하멜의 고향 호름큼시와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호르큼시에서 1999년 4월 강진군에 기증한 것이다. 하멜이 조선을 서양에 처음으로 알린 하멜표류기(하멜보고서)를 왼쪽 팔에 낀 채 먼 나라 조선을 떠올리는 듯 오른손으로 동방을 가리키며 서있다. (높이 150cm) (출처 : 강진 관광안내 책자)
미니어처 동상은 7가지나 있다. 다 찍지는 못하였다. (움직이기 귀찮았...)
우체통 옆의 하멜은 바로 앞이라 찍을 수 있었다. 저 너머로 돌담길이 보인다.
저 멀리 이 근방의 관광 포인트를 정리해놓은 안내판이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웠던 관계로^^;;;
간략히 얘기하자면 전라병영성 외에도 800년 추정의 은행나무와 병영 홍교, 개인 박물관 등 볼 곳이 꽤 있다.
하멜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무료. 관련 홈페이지는 이 곳이다. (링크)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정리 안 된 앞 뜰ㅋㅋㅋ 여름이라 더 무성하지 싶다.
기념관 앞에도 하멜의 동상이 있다.
해설사님도 계시므로 요청하면 설명을 들으면서 함께 관람이 가능하다. 작은 기념관을 걸어가면서 하멜의 고향 네덜란드 호르쿰 시에 대한 정보와, 하멜이 한국으로 오게 된 경위, 강진에서 머무는 동안 있었던 일, 하멜보고서에 대한 지식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강진에서 네덜란드에 온 느낌 받기!!
헨드릭 하멜은 1650년 11월 6일 네덜란드의 텍셀(Texel)항을 떠나 항해를 시작했는데, 1651년 7월 4일에 훠헬 스트라위스(Vogel Struijs)호의 포수로서 바타비아(Batavia)에 이르렀고 그 곳에서 빠르게 승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바타비아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기가 되었고, 1653년에는 장부 직원이 되었다. 장부 직원의 업무는 선박의 항해 유지와 재무 관리는 물론 재정을 맡아 보는 것이었다. 서열상으로는 항해사와 동등한 위치였다고 한다.
하멜은 1653년 6월 18일에 스페르붸르(Sperwer)호에 승선하고 바타비아를 출발해 포르모사(Formosa, 현재의 타이완)로 향하였는데, 그 배에는 코르넬리스 세사르(Cornelis Caeser) 신임 타이완 총독도 승선하고 있었다. 7월 16일에 타이완에 무사히 도착하였는데, 세사르 타이완 총독으로부터 다시 일본으로 항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총독에게 작별을 고하고 7월30일에 일본을 향하여 타이완을 출발했다. 그 후 8월 11일부터 거세진 풍랑으로 말미암아 8월 16일 새벽에 결국 미지의 땅 조선에 표착하는 난파사건을 겪고, 그의 인생은 크게 변화하게 된다.
- 하멜기념관 홈페이지 참조
하멜이 타고 있던 배가 제주도에 표착하고, 그는 그 곳에서 1627년에 한국에 먼저 표류해 정착하고 있던 박연을 만나게 된다. 그 당시 박연은 서울에서 관리직을 하고 있었으나 하멜을 위해 파견된 것이다. 하멜은 박연에게 일본 나가사키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였으나, 그냥 조선에서 나처럼 사는 게 안전하다는 조언을 해주고, 하멜 일행에게 우호적이었던 제주목사 이원진의 권유에 서울로 이동하게 된다.
하멜 일행이 서울에 있는 동안 청나라 사신이 네 번 방문하였다. 조정은 될 수 있는 한 두 일행을 마주치지 않게 하려 하였으나, 하멜 일행 중 두 명이 청나라 사신에게 네덜란드 송환을 기습적으로 요청하면서 감옥에 갇히고 며칠 후 죽게 되었다. 이와 같은 탈출시도를 막기 위해 하멜 일행은 강진으로 유배되어 그 곳에서 7년간 노역을 해야 했다. 처음의 전라병영사는 우호적이었으나, 두번째의 전라병영사는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많이 시켰다고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하멜기념관 앞의 돌담길이다.
이 후 강진에서 순천, 여수, 남원으로 하멜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힘든 노역생활을 하며 자금을 모아 배를 장만하고 8명의 일행들을 여수로 집결시켜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나야 이렇게 몇 줄에 걸쳐서 하는 설명으로 끝이지만, 헨드릭 하멜은 정말 미칠듯이 자유를 원했겠지. 말도 안통하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13년 동안 갇혀있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
국사책에 몇 줄로 서술된 헨드릭 하멜과 일행들이 이렇게 다사다난한 삶을 한국에서 지내다 갔다니 그저 놀라웠다. 지금은 다들 이 세상에 없지만, 7년간 머물렀던 강진에서 이렇게 그들을 위한 기념관이 조성되고 많은 관람객들이 그들의 삶을 기리고 간다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 13년 간의 조선 생활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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