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앙리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 마이아트뮤지엄 (2021.03.21)
봉은사를 잠시 구경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잠시 들렀다.
책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날이 추워서 삼성역까지 지하도로로만 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별마당 도서관이 생긴 지가 언제(2017년임)인데 이제야 구경해보는구만.
전시회 끝나고 엽서지인 ㅇㅅㅌ님을 잠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앉아서 여유부릴 시간은 없었고,
지나가면서 사진만 잠깐 찍었다. 외국인들한테 꼭 방문해야할 도서관으로 유명하다던데 예쁘긴 예쁨
사람이 많아 강남은 역시 코로나랑 동떨어진 세계였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ㅇㅅㅌ님이 하시는 말씀, 이 정도면 완전 한산한 풍경이라고.
앙리 마티스 전시회를 보러 도착한 곳은 마이아트뮤지엄.
이전에 무하 전시회를 보러 2번이나 왔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숙한 느낌?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친숙함 ㅋㅋㅋ
2020.02.28 - [보고 듣는] - [전시] 알폰스 무하 展 @ 마이아트뮤지엄 (2019.11.17 & 2019.12.28)
전시회장의 정제된 공기를 마시며 입장해보았다.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내가 둘러보는 건데 이상하게 항상 전시회를 보러가기 직전에는 긴장이 된다.
앙리 마티스가 누군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인스타그램 감성용 카페나 인테리어 업체의 물품 소개글 한 켠에 걸려 있는 그의 작품의 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선으로 대충(?) 그린 듯한 여인의 얼굴이라든가, 색감이 톡톡 튀는 패턴 회화가 바로 그 예. 피카소보다 더 감성적인 화풍이라 그런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듯.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2020년 10월부터 2021년 4월 4일까지 진행되었다. 국내 최초로 마티스 단독 전시회가 열려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코로나 때문에 이동을 자제하고 있었고... 본디 3월 초까지 전시할 계획이 4월 초까지 연장되어 전시 막바지에 겨우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주말 도슨트는 운영하지 않았다.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만나기로 한 지인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그냥 들어갔다. 명화 엽서 교환을 시작하면서 앙리 마티스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는 이상한 자신감도 한 몫했다. (객기였음)
KT 멤버쉽 포인트로 예매해서 반값 가격. 몰랐는데 포스터도 준다고 한다. 티켓을 발권받고 모니터에 표기되어 있는 입장번호에 맞춰서 들어갔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관객 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무하전과 다르게 마티스 특별전은 촬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불굴의 블로거! 2년 동안 띄엄띄엄 활동해놓구선 마음에 드는 그림은 메모장에 적어가며 기록을 해놓았다. 도록에 다 써있긴 했지만... ^^;
마티스 특별전은 총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오달리스크 드로잉
2. <재즈>와 컷아웃
3.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5. 로사리오 성당
오달리스크 드로잉
여자의 몸을 그린다고 가정하자. 먼저 나는 우아함과 매력을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어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신체를 이루는 본질적인 선을 찾아내 그 의미를 응축시킬 것이다.
첫눈에는 매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좀 더 폭넓은 의미, 가장 깊은 인간적 의미의 매력이 그림에서 솟아나게 될 것이다.
오달리스크란 터키 궁정의 궁녀, 하렘의 여인을 의미한다. 19세기 초 오리엔탈리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앵그르, 들라크루아, 르누아르 등 많은 화가들 회화에 등장하는 근대 나체화의 주요 주제였다고 한다. 마티스는 1920년대 초 프랑스 남부에서 지내던 시기부터 이국적 화풍인 오달리스크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고, 모로코에서 만났던 하렘의 여인들, 동양의 의상을 입은 여성을 모델로 삼아 매혹적인 여성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 마티스 특별전 도록 발췌
오달리스크 섹션에는 누드화가 상당히 많았는데, 블로그에 누드화를 올렸다가는 또 신고를 먹을지도 몰라 대표작 하나만 올린다. ㅋㅋ 마티스는 '인위적이지 않은' 누드를 그리기 위해 오달리스크라는 소재를 택해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많은 오달리스크 소재 작품에는 앙리에트 다리카레르라는 발레리나가 등장하는데, 그녀가 마티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기에 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즉, 화가와 모델로서 대등한 관계였다는 뜻.
전시회에서는 각 작품이 어느 나라 출신 종이에 그려져 있는지도 표기 되어있어 흥미롭게 보았다.
마티스는 아쿠아틴트[각주:1]기법을 이용해 아랍계 유목민 여성을 그렸다. 검정색과 유색 잉크로 넓은 획을 그어 마치 동양화의 붓처럼 보인다. 마티스는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중국의 서예 현판을 수집하여 걸어둘 정도로 한자 서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 마티스 특별전 도록 발췌
<재즈>와 컷아웃
나는 항상 그림의 아름다움의 많은 부분이 예술가가 그의 한정된 매체와 투쟁을 벌이는데서 발생한다고 믿어왔다. 가위는 연필이나 차콜로 선을 그리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다. 색채를 곧장 잘라나가는 것은 조각가가 석재를 가지고 하는 일을 연상시킨다.
컷아웃은 내가 찾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직접적인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제일 마음에 들었고 인기도 많았던 섹션인 <재즈>와 컷아웃. 마티스는 1941년 고령으로 그림을 그리기 어렵게 되어 종이를 오려 만드는 '컷아웃'을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티스의 추상화적인 작품은 바로 이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서커스와 연극을 주제로 한 <재즈>는 마티스 컷아웃 기법의 정점으로 꼽히는 판화책이다. 컷아웃 기법과 재즈 모두 자유로우면서도 즉흥적이라는 구조적 공통점이 있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마티스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 때 핀과 못으로 작품을 벽에 붙이고 여러 번의 이동을 반복하여 퍼즐처럼 완성시켰다. 마티스 개인은 회화 또는 조각에 비해 더 높은 완성도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어 컷아웃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종이의 색감이 톡톡 튀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
감각적인 색상과 오묘한 형태로 보는 이에게 독특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들. 즐겁고 신나는 서커스의 모습보다 당시 시대 상황-2차 세계대전에 맞춰 위험, 감금, 죽음을 작품에 반복하여 담아냈다. 해당 작품들에 어울리는 재즈곡들은 Genie 플레이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시간 없는 와중에도 나중에 찬찬히 감상해야지 싶어 매칭 리스트를 메모장에 고이 적어두었다.
1. Lullay of Broadway - 어릿광대
2. Take The A Train - 서커스
3. Funkallero - 무슈 루아얄
4. Faure : Sicilienne - 하얀 코끼리의 악몽
5. Petite Musique De Nuite (Allegro) - 말, 기수 그리고 어릿광대
6. Bubbles - 늑대
7. Seven Come Eleven - 마음
8. Avalon - 이카루스
9. Ron's Place - 형태
10. Waltz For Derby - 피에로의 장례식
11. Linger A While - 코도마
12. Humphrey - 탱크 속에서 헤엄치는 사람
13. Milestones - 칼 삼키는 사람
14. Watermelon Man - 카우보이
15. I've Found A New Baby - 칼 던지는 사람
16. Corcovado - 운명
17. Kubanischer Tanz - 석호
18. Rainbow Seeker 2 - 석호
19. Tour De Forece - 석호
20. Soundcheck - 급락 ; 터보건 썰매
판화책 외에도 앙리 마티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춤의 석판화 버전, 블루 누드 연작 그리고 가장 내 취향인 포스터 작품들도 이 섹션에 전시되어 있었다. 몇 가지 작품은 ㅌㅌ님과 교환 중이라 더 반가웠다. 미모사, 베르브 같은 작품은 알록달록해서 솔직히 예쁨. 마티스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이 섹션은 마티스가 러시아 발레단의 연출가 디아길레프로로부터 제안받은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무대의 의상을 전시해 둔 것이라 회화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래서 쓰-윽 훑어보고 지나갔음.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마티스는 1941년부터 1944년까지 프랑스의 아라공, 말라르메, 보들레르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집에 포함되는 삽화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이 중 보들레르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 찾아보니 윤동주 시인이 좋아하던 시인의 이름이었다는. ㅎㅎㅎ
삽화들은 시집마다 조금씩 다른 화풍으로 그려져 있어서 차이점에 유의하며 감상하였다. 말라르메와 보들레리의 삽화들은 굉장히 세밀한 선으로 부드러운 느낌, 파시파에의 경우 까만색으로 인상적인 배경을 사용했다. 마리아나 알코포라다와 피에르 르베르디의 시집에는 마치 크레파스를 이용한 듯한 삽화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로사리오 성당
성당 작업은 나에게 4년을 요구했다. 그 시간은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없는 시간, 집중적으로 끈기 있게 작업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이것은 나의 전 생애를 걸친 결과물이다. 비록 부족하지만, 나는 이 성당을 나의 걸작으로 여긴다.
이 섹션은 마티스가 디자인한 로사리오 성당을 일부 재현한 모습으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창문의 모습만 재현해 둔 것이라 마티스 말년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성당과 얼마나 흡사한지는 모르겠지만... 아기자기하니 예쁜 느낌이었다.
실제 성당에서 이 반사광을 보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 마티스 화풍의 그림이 곳곳에 그려져 있는 성당이라니! 팬이라면 가보고 싶지 않을까?
전시회 마지막 구역에는 앙리 마티스를 찍은 사진 몇 장이 전시되어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키우시다니! 뭘 좀 아시는 분이셨다(?) 침대에서 작업하는 와중에 다리 사이에 앉아 있는 고양이가 사랑스럽다.
그의 스튜디오 벽면에 작품을 여러 점 걸어놓아 마치 미술관같다. 흑백 사진이지만 그의 컬러풀한 작품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의 굿즈 구입을 지나칠 수 없어, 지인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열심히 골랐더랬다. 이전 전시회의 굿즈도 남아 있었다. 도록과 엽서 몇 장을 구매했더니 76,000원이 훌쩍... 그래도 만족스러운 쇼핑 >.< 포스터도 받아와서 방 한 켠에 붙여두었다. 컷아웃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이카루스' 대형 사이즈.
ㅇㅅㅌ님과 만나 현대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쌀국수, 스타벅스에서 자몽 허니 블랙티를 드링킹했다.
생각보다 쌀국수 맛이 괜찮아서 놀랐다는 :) 말로만 듣던 자허블도 맛있었다. 내 취향~
그동안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쌀국수는 내가 샀는데 스벅은 또 ㅇㅅㅌ님이 쏘셨다. 힝...
현대백화점과 코엑스에서 너무 편하게 돌아다녀서 다음에도 여기서 더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체크아웃하면서 맡긴 짐을 찾고 수서역으로~
대전으로 향하는 SRT를 타고 1박 2일 서울 나들이를 끝냈다 :)
코로나로 답답한 와중에 친구들도 잠깐 보고, 오랜만의 문화 생활로 마음도 풍요로워졌던 주말이었다.
이 날 먹은 육회 덕분에 위장도 풍요로워졌다는^.^)/
- 전통적으로 에칭과 같은 일차 판화방식에 음영, 깊이, 톤을 더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기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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