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수장고형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담배공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19.07.13)
관리자 삭제 조치 이후 사진 편집하여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
하늘이 약간 구리구리한 여름날, 포스트크로싱 청주 밋업 사전답사를 위해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을 방문했다. 해당 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근처에 있어서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전시회보는 걸 좋아하니까 말이지. 청주에 나름 수십번을 방문했는데도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근방인데다가 어느 정도는 즉각적으로 방문한 셈이라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서...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그래서 색감도 날씨따라 구리구리. 사진도 찍다가 말았다. 전시 제목도 잘 기억 안 나지만 어쨌든 다녀왔으니 기록 삼아 올리는 글.
건너편에서 버스 하차를 하고 기다란 횡단보도를 건너면 파란색 수통(?)이 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레고에서 가끔 보는 모양이라 뭔가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영업시간 | 10:00 AM~18:00 PM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1F | 안내데스크, 아트존, 개방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
2F | 관람객 쉼터, 보이는 수장고
3F | 개방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 라키비움
4F | 특별 수장고
5F | 기획전시실
1층 입구 바로 앞에 아트존이 있어서 엽서를 구매했다. 제주도 왈종미술관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엽서들이라 몇 번 교환한 적이 있음. 개인적으로 다 모아보고 싶은데 구매하신 분이 많지 않아 지금은 쉬는 중. 이 때 엽서 여러 장 샀더니 2만원이 순삭되었다. ㅋㅋㅋ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입장권은 발급받아야 한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요런 한국적인 타일이 가득한 방이 있어서 잠깐 구경했다.
가운데에 서 있는 반짝반짝한 불상. 알로록달로록한 캔버스에 담긴 그림들과는 다르게 부처는 깨끗한 크롬 도금으로 고고하다. 하지만 역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부처가 비춰주고 있다... 는 모티브의 작품 :)
1층의 개방 수장고 전시실. 수장고란 박물관, 미술관의 금고를 의미한다. 그림과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항온, 항습, 방진 등의 설비가 되어 있는 장소이다. 청주관은 수장고 형태로 전시를 해두고 있어서 보관되어 있는 모습 그대로 관람을 할 수 있다. 1층 개방수장고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문제가 없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수장고를 혼자 둘러보다가, 마침 해설사님이 설명해주시는 시간이어서 졸졸 따라다녔다. 내 취향의 패턴 블라우스를 입으신 여성 분이셨는데 설명도 깔끔하고 간단한 질문도 던져주셔서 재미있게 들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설치미술 <바닥> 은 PVC로 만든 다양한 인물상들이 바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원래는 관람객들이 이 유리판 위를 거닐 수 있도록 제작하였으나 당시에는 아마 약간의 문제로 인해 막아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느낌이 드는지 고민하며 감상하는 작품.
그냥 조각 작품 아니야? 라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위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졌다. 옛 서양인들에게 유행했던 중국풍 도자기들은 그들의 취향에 맞게 조금 더 '오버'스럽게 문양이 그려져 있다. 설명을 듣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섬세한 비누들이다.
측면에서 보면 온전한 불상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반반(...)으로 이루어져 가운데가 비어있는 부처님.
해석은 각자 마음대로 :) 그게 바로 현대미술의 묘미 아니겠나요.
고전적 미의 상징인 밀로의 비너스를 현대적인 색감으로 재창조한 작품. 팝 아트 적이다.
정말 사람 같았던 레진 조각품. 앞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왜 뒷면을 찍었지? 현실은 뒷면 찍어서 올려도 게시글 신고당함 여러 사람들의 신체부위를 조합하여 하나로 만든 조각이라고 한다. 조각의 얼굴이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관람객한테도 뭔가 찝찝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작품. 자세히 보면 온갖 동물들과 본인이 보았던 일상적인 이미지를 모두 사진으로 찍어서 만든 작품이다. 틀 위에 붙인 작업 방식으로 부피에 비해서는 굉장히 가볍다고 한다.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백남준의 <데카르트>.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전자 회로기판을 이용하여 만든 로봇이다. 원래는 영상이 나와야 하는데 역시 보수 중이라고 했던가... 모종의 이유로 전원을 꺼두었다.
백남준의 작품을 이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거의 없어서 조금 신선했다.
뒷면에 쓰여있는 글씨는 아마 백남준이 직접 쓰지 않았을까...? inscrutible man. (오타로 추정)
건너편에 눈길을 끄는 작품.
작가는 미국 유학시절에 어머니가 보내주신 면장갑을 보고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후 면장갑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고 그 중 한 작품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갑으로 독특한 모양의 작품을 만들어 더 신기하다. 장갑의 손끝이 그라데이션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회화작품처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주사위를 하나하나 던져서 만든 <분비물>. 무게만 700kg이라는데 실로 육중한 분비물이다.
제목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기둥의 끄트머리에 보면 페인트칠을 덜 해놓은 곳이 있다. 옛 연초공장의 모습을 살짝 남겨놓은 흔적.
현대미술관 수장고의 포화상태로 인해 새로운 수장고 건립을 추진하던 중에, 청주시가 보유하던 옛 KT&G 연초제조창을 재활용하여 만든 곳이 바로 이 청주관이다. 도시재생사업에 있어 전국 최초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한 성공 사례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1층의 개방 수장고 전시. 해설도 듣고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2층에 올라갔지만...
5층 기획전시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저 '보이는 수장고' 로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복도에서 큰 창문을 통해 보는 몇몇의 회화 작품들은... 망원경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멀찍해서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웠다. 이름도 없고. 이 부분에서 조금 실망함. 그럼 수장고 전시는 1층이 끝인거네? 싶었다.
대강 훑어보고 5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는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를 보러 갔다.
전시장 가운데에서 환한 빛을 발하고 있던 작품.
작가가 야간 편의점을 하면서 보았던 아파트 야간 경비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운데 부분을 보면 나무 막대들이 꾸벅 꾸벅 졸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 남자의 조각. 영웅이란 말에 떠올리는 이미지는 떡벌어진 어깨와 듬직한 풍채, 당당한 포즈이겠지만, 지쳐보이는 몸을 한 아버지야말로 이시대의 영웅이다... 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같다.
뒤에 보이는 날개는...
잘린 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잘린 손은 익명의 개개인의 희생을 뜻한다고 한다. 그림자로 보면 영락없이 날개이지만 실제 조형물을 보면 섬찟한 느낌이 든다. 이 날 보았던 전시물 중에 가장 임팩트 있었으므로 썸네일로 선정.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작품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우주의 모습을 하고 있단다.
찾아보고 지금 알았음... ㅋㅋㅋㅋ
하단의 작품들은 분명 다른 특별 전시였는데 전시 타이틀이 기억나지 않는다. 건축물의 형태를 벽면에 표현하기도 하고... 대부분 사진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약간 피곤해져서 사진을 몇 장 안찍었음. ㅋㅋㅋ
천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달의 모습. 작품 속 보름달이 선명하길래 괜히 찍어봤다.
여러분 제가 핸드폰으로 찍은 달 사진이예요~ (거짓말은 아니지)
거울을 통해서 보아야만 똑바로 보이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사진 보정을 잘못한 것처럼 늘어진 금동상이 실제 동상이다. 약간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작품이라 재미있었다.
이건 왜 찍었더라...?
약 2시간에 걸쳐서 작품 관람을 끝냈다. 나야 해설사분 덕에 나름 재미있게 보았지만, 해설사 없이 많은 기대를 하고 가면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수장고에 대해 이렇게 홍보해놓고 요만큼밖에 못 봐~? 라는 느낌으로.
2020년 12월 개방 수장고 전시 물품을 전면 개편하였다고 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가서 뭐가 달라졌는지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 그 때는 카메라로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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