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주행은 기본! 완결까지 갓벽한 심리 추적 스릴러, 괴물 (2021)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고, 본다 해도 리뷰글은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워낙에 글감이 밀려있는 편인데다가 포스트 하나 작성하려면 꼭 각을 잡아야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서이다. 애초에 드라마 실시간으로 보는 걸 못함. 항상 완결 나면 몰아서 보니까 화제성 다 지나간 드라마 리뷰글을 굳이 써야하나- 귀찮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끝나니까 더 화제다. 일명 용두용미. 완결이 GOD벽하다고 무조건 보란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경찰 심리 수사극이네? 흥미가 물씬 돋았다.
티빙도 정기결제 중이긴 하지만 넷플릭스 자막과 함께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4월 11일 오후 11시,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자마자 1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5시간이 사라졌다. 수면시간을 잡아먹는 괴물같은 드라마였다. 이름이 괜히 괴물인 게 아니었다.
3일 만에 완결까지 다보고 내 수면 시간... 재주행 끝내고 대본집 예약 구매와 블루레이 선입금 예약까지 마쳤는데 아직도 장면들이 눈에 아른아른해서 안되겠다, 포스팅을 해야겠다 싶었다.
괴물은 경기도 문주시 만양읍에서 일어난 20년전의 사건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만양읍에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아주 많지만, 그 중 가장 메인 캐릭터는 바로 이동식 경사(40세, 신하균 분). 만양읍에서 나고 자라 서울청 광역수사대 강력계 형사까지 했던 그는 모종의 사건으로 2018년, 만양으로 돌아와 지구대 파출소에 근무하기 시작한다. 또라이 게이지가 차면 그 누구도 못말리는 성격을 지녔지만 마을에 일어나는 온갖 사건 사고들을 열과 성을 다해 해결하러 뛰어다닌다.
평소처럼 동네 아주머니들의 쩜당 50 고스톱 시비를 해결(?)하고 있을 때, 서울청에서 발령받은 냉철한 경위, 한주원(27세, 여진구오빠 [각주:1] 분)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굉장히 까칠한 태도로, 마치 사람들에게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야생 고양이(...) 같은 그는 무려 경찰대 수석 출신인데다가, 아버지는 경찰차장에 차기 경찰총장 후보라는 뒷배경까지 든든한 엘리트 형사다. 그런 분이 만양파출소에는 무슨 일로?
이렇게 1화가 시작된다. 아, 정확히 말하면 1화의 첫 장면은 만양파출소 순경들이 길 잃은 할아버지를 찾으러 갈대밭을 헤매이다 백골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초반 10분부터 이러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있나.
고인물 사회에 새 인물이 등장했다는 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는 시그널이다. 한주원 경위가 만양에 온 실제 목적은 바로 2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20년 전의 그 사건이 현재 그가 수사하고 있는 연쇄 살인과 흡사한 면이 발견되었고,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까지 되었던 사람이 아직 만양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매 화 너무나 촘촘하게 기승전결이 짜여져 있어서 (쉬어가는 화가 없음) 더 이상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무조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시놉시스는 여기까지만!
드라마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웰메이드 드라마의 필수 요건 중 하나는 바로 극 중 인물들의 캐릭터성과 케미스트리라고 생각한다. 괴물의 등장 인물들은 관계성이 세밀하게 짜여져 있고 성격도 다들 입체적이라 마치 실제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경기도 어드메에 문주시 만양읍이 있고, 이들이 살아 숨쉬고 있을 것 같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 되었기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에 연기 구멍이 없는데다가 처음 보는 배우들이 많아서인지 신선하고 현실감 있었다.
물론,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신하균 배우의 작품을 굳이 찾아본 적은 없었는데, 연기를 잘하시는 거야 워낙에 유명하시고... 잘생기셨고... 귀여우시고... 완벽하시고... 아차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갑자기 마음의 소리가 메이킹 영상에 나온 팬 주접 멘트인데 괴물 2번 보고 나니 공감된다. ㅋㅋㅋ 아무튼 공동경비구역 JSA 말고는 주연작을 제대로 감상해 본 적이 없어서 드라마 보는 내내 살인 연기력에 놀라고 말았다는 이야기. 당분간 그의 필모그래피 위주로 영화 감상을 해볼까 싶다. 웰컴 투 동막골 안 봄, 박쥐 안 봄, 박수칠 때 떠나라 안 봄, 고지전 안 봄, 브레인 안 봄... 볼 거 많네!
여진구오빠(그만해) 배우의 작품은 쪼~금 본 게 있어서 언젠가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봐야겠다고 찜해뒀다. 일지매의 꼬마 아역이 눈에 선명한데 크흡... 여진구 배우는 드라마 속 이미지랑 메이킹에서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힐링된다. 온/오프 확실. 드라마는 심력 소모가 상당한 반면 촬영 현장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다 보신 분은 메이킹도 꼬옥 찾아보시길 추천!
허성태 (이창진 역할, 男, 43세) 배우 분도 진구오빠라고 했단 말야! 양심 따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8화까지 클라이막스가 한 번 지나갔다가 9화에서 또 다른 전개가 시작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심리 추리 스릴러답게 충격과 반전을 거듭하지만, 너무 뻔하거나 억지도 아니다. 어느 정도 이런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은 범인 추측이 또다른 재미이니 최대한 스포를 피하고 정주행 하는 편이 좋다. 근데 알고봐도 재밌음
2화까지는 의뭉스러운 내용도 많고 등장인물이 넘쳐나서 조금 헷갈릴 수도 있지만 이것은 재주행을 위한 빌드업.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1~6화를 다시 보면 안 보이던 디테일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재주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 신하균 배우가 말하기를 처음에 보는 분들한테는 숨기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두 번째 봤을 때 납득이 가도록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제대로 이룬 것 같다. 1화와 9화, 1화와 16화를 비교해 보면 대칭, 수미쌍관 구조에 소오름.
감독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촬영 앵글도 관찰해보고, 매 화 드라마 로고가 누구한테 쓰여지는지 찾아도 보고, 제목 '괴물' 이 뜻하는 건 무엇인지도 여러 번 생각하게 한다. 초반에 서로 극혐하던 이동식과 한주원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만양읍 소꿉친구 세명은 어떻게 친해졌는지, 이 후 만양읍에서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의 나래도 펼쳐본다. 시즌2 했으면 좋겠는데... 엔딩이 너무 갓벽해서 가능할지는... ㅠㅠ 비숲도 존버 성공했으니 가능할지도 몰라
덧붙여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면, 우선은 추리 수사 드라마/영화 매체에서 종종 나오는 피해자에 대한 가학적인 연출이 거의 없다는 점. 작품 속 등장인물 입을 빌려 살인범에게 쓸데없이 서사를 주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마지막화의 클로징 내레이션 역시 완벽했다.
대한민국에서 소재를 알 수 없는 성인 실종자는 단순 가출로 처리됩니다.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시면 반드시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에 신고 부탁드립니다.
전화신고 국번없이 112 / 전화상담 국번없이 182 / 문자상담 #0182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하다보면 (애청자임), 용의자가 있고 물적 증거가 나와도 사체가 없으면 살인사건으로 기소할 수 없어 범인을 잡지 못하는 미제 사건들이 꽤 있다. 성인 실종은 관련 법규가 없어서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어렵고 영장 신청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등 초동수사가 늦어진다. 그렇게 장기간 실종 상태였다가 나중에 사망한 채 발견되는 실종자들의 90%는 성인들이라고. 작가와 감독은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
하고 싶은 이야기가 뚜렷하면서도 스토리 라인과 반전, 배우들의 연기까지 탄탄한 웰메이드 드라마. 내 맘 속 1위 드라마 왕관을 차지하셨다.
4월 30일까지 소장용 블루레이 선입금을 받고 있으니 많관부! :)
+) 드라마 속에 옥천이랑 생선국수가 등장한다! ㅋㅋㅋ 옥천군에서 촬영협찬을 했다고.
- 이 분의 풀네임은 여진구오빠이기 때문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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