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일본, 계획 따윈 필요없어
1. 처음 가는 일본, 계획 따윈 필요없어 _ 2015. 09. 15.
8년 전, 서구권으로 유학을 결심했던 나지만 나의 10대 시절은 일본 문화로 점철되어 있었다. 서구권 대학에서도 일본어 수업을 들었을 정도이니, 8년 간의 Western 문화 경험에도 일본 문화와 일본어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더라. 2015년 8월, 귀국을 결심하고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가겠다고 정했던 내 결심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하겠다.
사실 거의 20년 간 일본 문물을 접하면서도 일본에 직접 가봤던 적은 없었다. 인생에서 딱 두번, 일본 공항에 착륙한 적은 있지만. (1. 여름 캐나다 연수 갔을 때 태풍을 만나서 상하이에 갔어야 했는데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악몽의 1n 시간 대기. 공항으로 나가지 못하고 비행기 안에서만 대기하였기에 일본 공기는 하나도 못마셨다. 2. 유학을 갈 때 일본을 경유하여 나리타 공항에서 3시간 대기. 공항에서 밥만 먹어보았다ㅋ. 이 때 미처 쓰지 못한 1000엔을 이 도쿄 여행 때 사용하였다.)
일본, 도쿄에는 사촌과 사촌조카가 살고 있다. 유학생활 때문에 사촌조카와 형부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방문하면서 만나는 것이 제 1 목적이었다. (헌데 형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출장이어서 얼굴을 마지막 날 겨우 봤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같이 같은 날 다른 비행편으로 한국으로 갔다:>)
귀국 하루 전까지 계속 일을 했던 데다가, 도쿄는 관광지가 많은 게 아니라서 계획은 짜지 못했다. 주변에도 도쿄를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 구경할 거 뭐 있어? 라고 물어보았더니 사촌은 이미 현지인이라 관광지는 많이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도 오사카 쪽만 다녀왔다고 하고... 그래서 여행의 컨셉은 "현지인처럼 여유롭게 놀다 오자! 로 정했다. 계획짜는데 머리 아플 것 없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 그날 그날 발이 향하는 대로, 더 많이 보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어차피 2016년 설에 지인들끼리 교토를 가기로 정해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또 올건데 뭐~ 그런 생각도 있었다.
(나보다 한발 먼저 도쿄를 다녀온 이촌은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라고 많이 추천을 해주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기각)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하우스메이트들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국내선을 타고, 다시 나리타 공항으로 갈아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하늘은 맑았고, 8년 간의 여정을 뒤로 하고 가고 싶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두근거리면서도 쌉쌀했다.
하늘이 바다 같다고 생각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계속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도착한 건 저녁 6시 경. 입국장에서 머물 숙소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쓰라고 하는데 주소를 받아놓지 않은 상태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나리타 공항 입국장을 벗어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자마자 보인 건 바로 카페베네(..) 라서 좀 웃었던 기억.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먹었던 함박스테이크. 식탁 바로 앞에 1엔짜리와 5엔, 10엔짜리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아무도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릴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 사진은 찍어두지 않았다.)
집까지 가는데 공항 리무진 vs 일반 전철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내 추천은 무조건 리무진을 타라는 것이다. 1살만 더 나이가 있었어도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나의 무모한 도전. 짐이 캐리어 2개에 가방 2개, 랩탑까지 있었는데 일반 전철을 타고 두 번 정도 갈아탄 후 친척 집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 환승은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역 밖으로 나와야 했다. 팔이 너무 아팠다.
전철역에서 언니를 기다리면서 찍었던 치한조심광고. 트위터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실물로 봐도 웃겼다. "모두의 용기와 목소리로 치한 박멸". 물론 메시지가 웃기다는게 아니라 그림이 재밌다는 뜻이다. 메시지는 아주 중요하다. 이 포스터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다. 길을 찾아주려고 했던 것 같다. 괜찮다고 말하고 10분 뒤 언니가 왔다. 조카를 재우고 나오려고 했는데 자질 않아서 결국 유모차를 끌고 왔다. 언니 고생 많고 고마워요.
저녁 10시쯤 도착했던 것 같다. 9월의 일본은 너무 습하고 더웠다... 내가 땀을 잘 흘리는 사람이 아닌데 온 몸에 땀이 뻘뻘.
잠이 없는 조카와의 첫대면을 하고 일생 처음으로 일본 욕실에서 씻었다. 신세계였다! 자동 물 조절, 폭포 기능에 기온 조절까지! 일본식 욕조 갖고 싶다! 씻고 나와서는 조카를 위한 공주풍 드레스를 전달하고, 사촌언니와 다음 날 아사쿠사를 가기로 약속했다. TV에서는 계속 어떤 혼혈 범죄자에 대한 뉴스를 다루고 있었다. (조카의 사진은 초상권을 존중하여 올리지 않는다.)
다음 포스트는 도쿄 관광지 중 상위권으로 꼽히는 아사쿠사와, 아사쿠사 맛집에 대한 내용이다. 조금은 여행 포스트다워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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