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경복궁 #10 곤녕합에서 을미사변을 느껴보다
집옥재 사진을 열심히 찍고 이번에는 건청궁으로 향했다.
포스트를 올리고 나서 너무 설렁설렁 본 것 같기도 하고, 공부를 제대로 했으니 메이트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집옥재에서 동편으로 가면 바로 나오는 건청궁. 그 앞에 자리한 향원정은 지금 복원 공사 중이다.
일반인들에게 공사 과정을 공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뭐가 바뀐 건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사각형 액자 안에 갇힌 향원정이 가련하다ㅋㅋㅋㅋ
건청궁의 푸릇푸릇한 현판
건청궁을 들어서면 왼편에 있는 초양문과, 그 너머의 필성문
눈치채셨다시피 문 앞에 무엇인가가 장식되어 있다.
건청궁 안 곤녕합 안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조형물이다.
건청, "하늘이 맑다" 라는 의미인데, 푸른 하늘이 조형물 안에 가득 담길 수 있도록 설치해놓은 조각이다.
2년 전에는 별 다를 것 없이 문이 다 닫혀 있었는데, 나 좋으라고(?) 이렇게 뭔가를 전시해놓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돌진!
이 곳에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일행들은 피곤해하고 나만 좋아했다(...) 신발 좀 그만 벗고 싶다며...
곤녕합 바로 옆에 옥호루와 사시향루가 있는데 안쪽이 어떻게 생겼길래 두 누각이 공유되고 있는지 궁금증을 풀 시간이 왔다. 행복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역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관람객은 왼쪽으로 돌아서 가야했는데, 정면의 댓돌에 이렇게 고무신들이 놓여있었다.
실제 그녀가 사용하던 신발은 아니겠지만 가운데 빨간 꽃신이 명성황후의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파졌다.
그녀 곁에서 스러져갔을 곱디고운 궁녀들의 신발 역시도...
언제부터 진행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관리인분께 여쭤보니 항상 한다고 하신다.
을미사변으로 처참하게 돌아가신 명성황후를 그리며, 마지막 장소인 이 곤녕합 옥호루를 아티스트들의 시선으로 꾸몄다고 한다.
안내용 팜플렛 뒷면에 위와 같이 전시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옥호루와 사시향루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두 누각 사이에는 벽이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안 쪽(숫자 3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사시향루, 바깥쪽의 복도처럼 나있는 곳이 옥호루이다.
아마 명성황후의 공간은 이러지 않았을까? 싶게 곤녕합 안쪽을 꾸며놓았다.
황후의 공간답게 붉은 색으로 꾸몄다.
실제 안 쪽이 어떠했을지는 알 수 없으니 문화재 전문가들의 상상력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전시된 곳과 그녀의 생애에 대해 설명도 있었다.
제일 중앙 부분에는 TV가 있었고, TV에서는 시각 화면과 함께 그녀의 생애와 을미사변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을미사변 관련 자료를 읽어보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그녀를 지키기 위해 죽어갔던 궁녀들과 대신들, 그녀가 죽은 이후의 고종의 행보 등. 미스테리어스한 흥선대원군까지. 전체적으로 혼란의 시대였다. 그녀의 넋이 이 전시회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달래지고 있을까?
을미사변은 국제적 범죄임에도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한나라의 국모가 살해당했는데도...
곤녕합 안쪽으로 들어가면 명성황후도가 전시되어 있다.
실제 명성황후의 사진은 아직도 진위가 불분명하여 그녀의 얼굴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첫번째 사진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나 버선발 차림과 의복이 간략한 것으로 미루어 궁녀 사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배경이 합성되기도 했고 일본인들이 저 사진을 토대로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미국 신문에는 "황후를 모시는 상궁" 이라고 쓰여있었다고 한다. 두번째 사진은 독일인이 찍은 사진인데, 같은 공간에서 흥선대원군이 사진을 찍힌 적이 있고 메모로 "살해된 조선의 황후" 라고 쓰여있어서 명성황후의 사진이 아닐까 유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출판물에는 궁녀라고 쓰여있어서 역시 불분명하다. 눈매가 날카롭고 매서웠다는 설명과 비슷하기는 하다. 세번째 사진은 이승만 대통령의 저서인 "독립정신"에 실려있던 사진으로, 하단에 명성황후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또한 민영환의 동생 민영찬이 쓴 기사에 삽입된 사진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지만 역시 확신은 할 수 없다.
곤녕합 안 쪽 사시향루로 들어가면 거울들과 천장의 하늘을 나타내는 스크린이 총 4개씩 있다.
황후로써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명성황후가 바라본 하늘은 어떠했을까? 에 대한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사이사이 기둥에는 꽃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바닥에 깔린 장판에 얼룩이 있어 기분이 이상했다.
밖으로 나와서 옥호루로 가는 복도를 지났다.
옥호루 끝 자락, 그녀의 숨이 강제로 끝나던 그 곳에는 모란 꽃잎이 뿌려져 있다.
당시 피에 물들었을 마루를 꽃잎으로 장식해두어 묘한 느낌을 준다.
정면에는 거울이 있고 거울 속 스크린에 명성황후의 초상화가 비추고 있다.
양 옆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겨도 좋을 듯...
옥호루 복도 벽에는 대한제국의 연혁을 표시해 놓았다.
곤녕합 안 쪽을 이렇게 볼 수 있게 되다니! 즐겁기도 하고, 약 120년 전 이 곳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슬퍼지고. 경복궁 앞을 둘러볼 때 일본인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이 건물을 보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봐도 아무 생각 안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역사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나는 정말 한국인이란 걸 느꼈다.
문화재청에서 더 많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런 전시회 및 내부 개방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 갔을 때 장고는 열려 있지 않았다)
흥복전 권역도 어서 복원이 완료되었으면 좋겠다.
2015년, 2017년 두 번에 걸쳐 조선시대, 대한제국시대를 만끽하고 온 경복궁. 아마 당분간은 찾아갈 일이 없지 싶다. 장담 못함
하지만 복원이 되는 족족 가볼테니까 앞으로도 만날 일은 많다. 2018년에 향원정 복원이 끝나면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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