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처음 가봤다, 이태원 경리단길
2월의 어느 주말. 호주에서 알고 지낸 후배와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태원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언젠간 가야지 했는데, 친구들하고는 항상 강남 아니면 홍대에서 만나서 기회가 없었다.
만날 장소를 정할 때 요 녀석이 먼저 이태원? 홍대? 라고 선택지를 주길래. 잽싸게 이태원으로 결정.
그런데 이 녀석도 이태원을 한 번밖에 안 와봤다는데... 이태원 초짜 둘이서 잘 놀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재미있게 노는 것은 같이 놀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어디에서 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원래 1월에 만나기로 했다가, 1월 말 고베 여행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2월로 미뤘는데,
이 날 엄청난 한파가 몰아쳤다. 왜 외출할 일이 생기면 항상 이렇게 추운걸까.
만남의 장소를 녹사평역 3번 출구로 잡았다. 경리단길은 이 쪽이 더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가는데 3시간 정도 걸려서 정확한 시간을 잡지 않고 대략 12시 30분 플러스 마이너스 20분 정도에 만나기로 했다.
이 녀석이 10분 정도 먼저 도착했다. 바람 불고 엄청 추운데 바보같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구박을 해주었다.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 사거리를 건넌 후 육교 위를 올라가서 경리단길 쪽으로 건넜다.
경리단길로 향하는 길에 건물과 간판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보았다. 이런 걸 찍느냐고 후배가 (나를) 재미있어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날 너무 추워서 사진 찍을 때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안타깝게도 터치가 잘 되지 않는 장갑이었다.
경리단길 |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으로부터 그랜드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통칭하며, 과거 육군중앙경리단이 현 위치에 있어 경리단길이라 불리어왔다. 육군중앙경리단은 1957년 3월 창설되었으며, 이후 2012년 2월 해군중앙경리단, 공군중앙관리단과 통합되어 현재의 국군 재정관리단으로 창설되었다. 경리단길은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식당과 카페의 다양하고 독특한 먹거리가 유명한 문화와 젊음의 공간이다. 또한, 서울의 평범한 동네 같으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이국적이고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고 쓰여있다. 그렇구나. 지도도 벽에 붙어있었다. 저 지도를 좀 자세히 볼 것을 그랬다. 이후에 조금 헤맸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언해본도 벽에 쓰여있다. 왜일까? 관련이 있나?
쭈욱 뻗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여러 식당들, 카페들, 상점들을 구경하면서.
길이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구석구석에 뭔가 빈티지한 느낌의 가게들이 많았다.
우리 동네에 이런 거 하나만 생겨도 사람들이 참 많이 갈텐데 말이지. 여긴 너무 많네.
딱 점심시간에 만나서 둘 다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 저 오후정이라는 곳에 갈까 하다가 툭하면 나와서 매번 일식만 먹는 것 같아서 기각하였다.
경사진 곳을 계속 올라가면서 점심 먹을 곳을 물색하다가 더 이상 고민할 에너지가 몹시도 부족하여, 아까 지나가는 길에 있던 태국 음식점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이 곳 리뷰는 다음 포스트에!)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가다보면 이렇게 남산이 보인다.
이태원에서 남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태원 가고 싶다고만 했지 이태원이 어디 붙어있는지 몰랐던 1人)
이 곳은 엄청 유명한 배우의 가족이 하는 카페라던데.
우리 식당 야경이 멋있어요~ 라고 자랑하는 식당도 있었다.
벽에 그려진 저 그래피티는 뭔가 토이스토리 짭 같은 느낌?
각각 다른 가게지만 미묘하게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좋다.
들어가진 않았는데ㅎㅎ 좀 재밌긴 하다.
이태원에는 온갖 나라의 대사관들이 몰려있다. 종로에도 참 많던데. 대체 몇개나 있을까?
용산구 | 몽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동티모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피지, 아일랜드, 벨기에, 스위스, 슬로바키아, 헝가리, 덴마크,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스페인, 이탈리아, 파나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이집트,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모로코,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가나, 남아공, 가봉, 코트디부아르, 르완다, 잠비아
총 59개다 -.-;;
경리단길에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면 깃발 꽂힌 건물들을 하나씩 볼 수 있다.
후배는 깃발로 국가 맞추기를 시도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를 맞췄다. 경험치가 +200 올랐습니다.
케냐 커피샵과 페르시안 레스토랑이 있어서 신기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기점으로 코너를 빙글 돌아서 다시 왔던 길 방향으로 갔는데, (방향만 왔던 길이지 길 자체는 다른 골목길이다)
뭔가 비싸 보이는 집들이 잔뜩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굉장히 조용했다.
대체 내가 바라던 귀여운 경리단길 풍경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계속 헤매면서 전진하였다.
주택이 나왔다. 또 주택이었다. 빌라가 나왔다.
뭔가 길을 잘못든 것 같다며 쭉 전진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
현관문이 살짝 이국적인 느낌.
그냥 찍어봤는데 부내난다.
이 쪽 길에는 담장이 정말 높다란 집이 많았다. 그 중 어떤 건물은 담장이 죄다 2미터는 훌쩍 넘는 철근으로 되어 있었다. 담장 안에 보이던 자작나무가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담장의 철근이 열리면서(!) 경비원이 나에게 경고를 했다.
와... 담장에 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카모플라쥬 쩔었다.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인가 보다. 무서워서 빨리 큰 길가로 나가자고 후배를 재촉했다. 후배도 나보고 사진 지웠냐고 확인했다ㅋㅋㅋ 하긴 나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우리집 앞마당을 찍으려고 하면 싫을 것 같다.
그래도 괜히.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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