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구석구석 보물이 가득한 익선동 한옥마을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익선동. 6월에 서울을 두 번 갔다 왔는데, 그 때 한번씩 익선동을 다녀왔다. 일단 내 주된 목적은 경복궁 경회루를 보는 것이었고 익선동은 경복궁하고 가까우니까. 익선동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북촌 한옥마을 말고도 또다른 한옥마을이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에 서울 태생으로서 익선동이라는 동네 이름을 처음 들어봐서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 간 날, 만나기로 한 친구가 경양식을 먹고 싶다고 하여 경양식1920으로 메뉴까지 정했었다. 그런데 경회루 특별관람을 오후 2시로 잡고 한옥마을까지 걸어서 갔더니만 식당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결국 카페만 다녀왔다. 그게 아쉬워서 두번째는 나들이 메이트+호적 메이트와 함께 갔다. 두 번 다녀왔는데도 다 못보고 와서 다음에 또 가야지 생각하고 있다. 그 김에 익선동에 보고 왔던 가게를 정리해본다.
안국역 쪽에서 익선동으로 가려고 길을 건너는데 가게인지 가정집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독특해서 찍어보았다. 경복궁에서 익선동까지 걸어가면 대략 30분이 걸리는데, 날이 더워서 더 오래 걸렸던 거 같다. 처음 갔을 때는 어디가 익선동 골목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계속 헤맸지만 두번째 갈 때는 그래도 한 번 갔다 왔다고 금방 찾아갔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인사동에서 쭈욱 내려가서 낙원상가 옆 낙지골목 근처에 있다. 알기 쉬운 거 같지만, 골목이 워낙 좁아서 여기까지 와도 좀 헤맬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역은 종로 3가역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한옥마을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북촌 한옥마을일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도 사실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는데... 난 한옥마을만 가면 헤매다 보다 하하하) 그런데 이 곳이 북촌 한옥마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니! 신기했다.
익선동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정세권(1888~1965)에 의해 가장 먼저 개발된 한옥단지이다. 정세권은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어 있는 인물로 익선동, 북촌, 성북동, 혜화동, 왕십리 등 경성 전역에 전통한옥과 근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개량 한옥을 도입하여 당시 조선인의 주거 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꾼 '건축왕' 이라고 한다. 일제에 의해 헐리고 쓰러져 갔던 많은 건물들, 그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조선인들을 위한 한옥 대단지가 90년이 지난 지금 한옥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한옥마을을 간건데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었구나.
본래는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기 일보직전인 한옥마을이었는데, 10년 전 쯤부터 익선동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찻집과 가게들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요즘은 아주 인기가 많은 골목길이 되었다. 처음 간 날은 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익선동 한옥마을 초입에는 엄청 귀여운 스트리트 지도(작가님 인스타그램)가 있다. 지도를 잘 살펴보니 나는 두 번 모두 첫번째 골목만 다녀왔다. 역시 다음에 또 가야하는 모양이다. 그치만 첫번째 골목만 구경했는데도 재미있었거든! 이왕이면 각 가게들을 소개해주는 팜플렛을 이 지도와 함께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들이 많아서 100% 관광지로 바꿀 수는 없는 거 같다. 팜플렛은 관광지의 전유물이니까. 아니면 그냥 내가 팜플렛 나눠 주는 곳을 못찾은 걸까...
그럼 (전부 다는 아니지만) 익선동 골목길에서 본 보물같은 가게들을 몇 군데 소개해보겠다.
식물 카페
카페 이름이 식물이다. 그냥 식물이라고 검색하면 절대 안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식물 카페라고 검색해야 한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변신하는 공간.
익선동 골목 초입에 기왓장을 여러겹 겹쳐놓은 듯한 벽과 컨테이너 미닫이 문이 함께 있는 건물에 있는 빈티지 카페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꽤 넓고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마루처럼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인상 깊었다. 사람이 많아서 안쪽까지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
영업시간 | 월~목, 일 : 11am - 00am / 금, 토 : 11am - 01am
전화번호 | 02-747-4854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ikmul
식물 카페 앞 깨끗하고 좁다란 골목길. 바깥에도 화분을 가져다 놓은 인테리어의 섬세함이 보인다.
골목 간장게장
식물 카페 바로 옆에 있다. 처음 간 날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연 모습을 못봤고, 두번째 간 날은 휴무일이라 못봤다. 게장 참 좋아하는데... 메뉴의 비주얼과 맛이 궁금하다. 카페가 가득한 익선동 골목에서 게장을 파는 것도 오히려 독특하다고나 할까? 인테리어를 보면 영락없이 카페인데 말이다. 블로그 리뷰들을 보면 꽤나 평이 좋다.
영업시간 | 11.30am - 22:00pm / 일요일 휴무
BREAK TIME | 15.00pm~17.00pm
전화번호 | 02-742-8822
홈페이지 | http://golmokcrab.com
빈티지 보니 & 수집(SOOZIP)
빈티지, 앤틱, 핸드메이드 인테리어 소품과 옷,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곳이다. 처음 갔을 때는 저 파란색 옷 때문에 정말 시선강탈이었다. 두번째 갔을 때는 아주 귀여운 옷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여름옷치고 너무 두꺼워서 안샀다사실 3만원이나 하길래.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구경할 것도 많으니 꼭 들르길 추천하는 곳. 어찌보면 촌스러운가 싶은(?) 예쁜 물건이 정말 많다.
영업시간 | 12pm - 9pm /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 070-4281-6248 02-325-6248
옆문에는 귀여운 벽화가 있다. 앞에 앉아서 셀카찍기 좋은 곳.
아씨방앗간
향기로 문화를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는 가게. 가게 벽이 민트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디퓨저와 향초, 그 외에도 악세사리와 각종 소품을 판매하는 곳.
전화번호 | 02-766-1359
아씨방앗간 옆의 골목길. 쭈욱 내려가면 그랑, 경양식1920, 프루스트, 거북이슈퍼, 틈 카페, 열두달이 나타난다. 두 번 갔으면서 이 쪽 골목길만 보다니 통탄할 일이다! 다음에는 앞 뒤에 다른 일정을 잡지 말고 익선동만 올인해야겠다.
틈(TEUM)
익동다방에서 틈으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카페. 저녁에는 펍이 되어 맥주를 판다. 익동다방은 10여년 전 익선동 재개발 문제가 있을 때, 익선동의 거리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자 거리 프로젝트를 실행했던 팀 '익선다다' 에서 만든 다방이라고 한다. 카페와 바 뿐만이 아니라 안에서 전시회도 여는 문화공간.
영업시간 | 월~목, 일 : 11am - 00am / 금, 토 : 11am - 01am /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 02-763-7263
틈 아니랄까봐 정말 틈 사이에 있다. 이렇게 비좁은 곳에 입구가 있다니!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안 들어가 봤다.
어쩐지 이런 곳은 들어가면 바로 주문을 해야할 것 같잖아. 단골이 되면 아지트 같고 좋을 듯 하다만... 다음에 익선동이 더 친숙해지면 들어가봐야겠다.
그랑 갤러리 티&바
다른 곳보다도 한옥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 민화를 이용한 디자인 소품들이 있다고 하는데 역시 들어가보진 않았다. 그랑은 민화 관련 상품을 디자인 및 판매하는 브랜드인데, 익선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딱 맞는 갤러리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통차를 팔 것 같았는데 대문 앞 메뉴 입간판에 홍차와 케이크가 쓰여져 있어서 놀랐다.
영업시간 | 10.00am - 20.00pm / 8시 이후에는 bar로 운영
전화번호 | 02-364-7075
홈페이지 | http://www.graang.com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fe.graang
창문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데코레이션. 이 곳 카페들은 인테리어가 모두가 독특하고 분위기 있다. 어떻게 이런 카페들이 몇 걸음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까? 익선동이 이 사람들을 부른 걸까, 이 사람들이 지금의 익선동을 만들어낸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
거북이 슈퍼
추억 서린 과자들도 살 수 있고 가게에서 맥주와 함께 먹태, 쥐포도 구워먹을 수 있는 곳. 겉으로 보면 뭔가 후리한 정취가 있다. 어딘가의 시골 동네 구멍가게 같은 풍경. (나 시골 살지만 이런 곳 없어 ㅠㅠ) 좁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꽤 공간이 있다. 그런데 가게에서 먹는 맥주를 가맥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편의점 앞 파라솔 테이블에서 '편맥'하는 풍경은 종종 봤는데, 익선동 스타일은 '가맥' 이로구나.
영업시간 | 14.00pm - 00.00am
▲ 사진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을 못찍어서^^;;;)
경양식 1920
익선동이 처음 생긴 1920년으로 돌아간 듯한 인테리어의 가게. 경양식이라는 이름답게 돈까스와 함박 스테이크가 주된 메뉴이다. 처음 익선동을 방문한 날에 가고 싶었던 곳인데, 아쉽게도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먹지 못하고 돌아갔다. 두번째 방문한 날에는 나들이 메이트가 전날 돈까스를 먹었다 해서 가지 않았다. 아쉽고도 아쉽다. 맛있다는 평이 아주 많다! 다만 예약이 되지 않고 서빙 방식이 요즘 스타일이 아니라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것도 이 가게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듯.
영업시간 | 12.00pm - 10.00pm
BREAK TIME | 15.00pm - 17.00pm
전화번호 | 02-744-1920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1920restaurant/
열두달
여러 브랜드를 한 가게에 모아서 상품을 판매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공간. 수제 햄 '말마햄', 수제 청 '手청', 뿌리채소전문 'root', 수제 잼 '제이제이', 곡물 'grains', 발효음료 '보리햇살농장', 전통주 '자주' 총 이렇게 여섯가지의 브랜드가 함께 한다. 들어가서 주문을 하면 각 디쉬의 레시피를 만든 브랜드가 요리를 따로 따로 해서 내어 주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인기가 많은 편이라 웨이팅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사이에 익선동을 구경하면 되니까 문제 없다.
영업시간 | 12.00pm - 11.00pm
BREAK TIME | 월-금 15.00pm - 17.00pm / 토,일 16.00pm - 17.00pm
전화번호 | 070-4449-8225
PROUST 프루스트
경양식1920 바로 옆에 있다. 벽면이 하얀 색이라 눈에 쏙 들어온다. 향 관련 제품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향초와 향수, 패브릭 스프레이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매장 안에는 홍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인기가 꽤 있는지 울산과 대구에 분점이 있다.
전화번호 | 02-742-3552
카페 인테리어가 예전에 다녀온 베어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하얀 벽, 하얀 테이블, 하얀 의자가 말이다. (베어카페는 딱 한 번 다녀왔는데 포스팅 할 때마다 등장하는 듯^^;;)
2번 다녀와 놓고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보다니. 같은 골목길에도 전통차 전문점 뜰안, 카페 솔내음, 엘리, 가정식 백반 전문점 수련집이 있고, 옆 골목길에는 게스트하우스 비빔밥, 에일 맥주 전문점 에일당, 이탈리아 경양식집 이태리 총각 등. 위쪽에는 양키스 버거, 4.5평 우동집 등 다양한 음식점과 가게들이 엄청 많다. 전부 다 종로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듯. 아무 계획 없이 왔더라도 정말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보물같은 골목길이 있다니. 나만 몰랐나? 억울하다.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구경하지 못했던 골목길을 돌아보면서 내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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