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자유여행 #9 힘들다, 햇빛 쨍쨍한 슈리성 스탬프 랠리
시키나엔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10분 후면 슈리성에 갈 수 있겠지 :-$ 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던 우리들.
차에 탑승하고 맵코드 안내에 따라 운전을 하던 중 난관에 봉착했다. 내비가 들어가라고 안내해주는 길이 너무 좁았던 것이다.
마치 일방통행 전용 도로 같은 느낌. 거기다 오르막길. 큰 차로 낑낑거리며 그 길을 오르는 도중 2~3대의 차를 만나야했다.
아니 왜 대로변을 두고 이런 길을 안내해주는 거지?... 조짐이 안좋았다.
어찌어찌 잘 빠져나와서 다시 큰 길을 달리기를 5분, 이제 내비가 안내해주는 대로 다시 좌회전을 하면 바로 앞이 목적지인 슈리성이었다.
그런데 좌회전을 하고 나니...
...
그냥 길거리였다. 슈리성과 우리 사이에는 높은 성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여길 어떻게 가라는 거야. 욕이 절로 나왔다. 차가 붕 떠서 날아가야만 슈리성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목적지 설정이 잘못 됐다, 생각하고 경로를 다시 수정해 보려고 하는데, 근처에 잠시 차를 대고 생각할 만한 곳이 없었다.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차선이었기 때문이다. 멈췄다가는 뒤에서 빵빵거릴 테고.
어쩔 수 없이 좌회전을 했는데 그 길도 엄청 좁은 곳이었다. 그 골목에 무슨 오키나와 소바 맛집이 있는지 사람들이 줄을 엄청 서있고.... 뒤에는 차가 있고...
더 가보려고 했더니 가게 옆에 붙어 있는 "이 곳은 슈리성 입구가 아닙니다" 라는 안내문까지.
그 안내문을 읽는 순간이 나에게는 이 오키나와 여행에서 제일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큰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냐면 시키나엔 방면으로 다시 갔다는 소리다.
...S씨한테 미안해서 죽을 뻔했다.
그 후 내비가 아까 힘들게 올라갔던 좁은 오르막길로 안내해줘서 거길 또 지나갔다. 또 2~3대의 차를 만나고...
그 다음부터는 내비를 믿을 수 없어서 핸드폰으로 구글맵을 켰다. 구글맵에서 슈리성 안내센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갔다.
그 곳이 바로 슈리성 정문이 있는 곳이었다. 처음에 갔던 곳은 슈리성의 동쪽이었다. 내비야 죽어라. 나랑 같이 죽자 T.T
정문으로 가는 길목을 달리는데, 그 다음에는 주차할 곳이 안보였다.
아니 월요일인데 차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인간들아, 여름 휴가 다 여기로 왔니? 어서 우리 빼고 다 썩 꺼지지 못해?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면서 주차를 시도했다. 엄청 좁은 주차장에서 호객 행위하는 할아버지가 자리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차가 너무 커서 안될 것 같다며 다시 나오라는 분노유발멘트까지 듣고 겨우겨우 옆 주차장에 안착했다. 시키나엔을 떠나온지 40분 만의 일이었다.
노란차가 있는 곳이 초종적으로 주차한 곳이다. (구글맵)
처음에 주차하라고 안내 받은 곳은 오른쪽의 내리막길이다. 엄청 좁다.
슈리성 전체 지도를 보면, 정문에 해당하는 슈레이문이 있다.
우리는 슈레이문은 보지도 못하고 휠체어용 슬로프 쪽으로 갔다-ㅇ-
어쩐지 들어가면서 '진입' 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들더라.
슈리성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이레일을 타고 기보역/슈리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시티 모노레일도 타보고 주차 걱정도 없이 얼마나 편한가!
정 차를 타고 가야한다면 슈리성공원 관리센터/휴게센터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자리가 있을 지는 미지수.
슈리성공원 주차장 맵코드
33 161 497*55
슈리성은 14세기 말에 창건된, 중국과 일본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는 오키나와의 독자적인 성이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소실되었지만 1992년 11월부터 정전을 비롯한 일부가 복원되었다.
아직도 복원중이라서 완성된 다음에 가면 볼거리가 더 많을 것 같다. 관광 중에도 공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슈리성 지역은 상당히 넓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정전 지역만 유료구간이라, 그냥 분위기를 즐길거면 무료 구간으로도 충분하다.
오키나와에는 원주민들이 따로 있었다. 그 원주민들의 국가가 바로 류큐 왕국이다. 실제 일본문화보다 훨씬 중국스러웠던 것 같다. 시샤의 모습도 그렇고... 1870년대에 일본이 점령하여 오키나와 현으로 편입된 곳으로, 일제 시대의 식민지가 아니라 일본 영토로 취급되어 일본이 패전국이 된 후에도 소속은 여전히 일본이었다.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 전쟁 때 미군이 마지막으로 치른 전투이다. 이런 배경설명을 하나도 하지 않고 마치 피해자인양 '전투로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되었다' 고만 팜플렛에 소개해 놓은 것이 역시 일본답다^^; 이런 식으로 역사 교육을 하기 때문에 류큐 왕국 독립운동은 아주 미미하다고 한다.
슈리성 정전(유료구간) 바깥에 있는 스탬프 테이블 (구글맵)
스탬프 10개 모아오면 선물 준대서 이것만 찾아다님
우리는 빨간 지붕이 있는 곳을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정전 쪽을 갔다. 입장료는 성인 1인에 820엔.
그 때 팜플렛을 받았는데, 스탬프를 모으며 탐방하는 팜플렛이 있어서 어느새 스탬프 찍기에 굉장히 몰두하게 되었다.
....스탬프 찍는 건 정말 재미있었는데 문제는...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다.
멋진 느낌의 건물들이 꽤 있었는데도 건물 앞에 스탬프 테이블에만 정신이 팔려서, 도장 꾹 찍고 감상도 안하고 바로 다음 스탬프를 찾으러 눈에 불을 키고 돌아다녔다.
S씨는 배가 너무 고프고 더워 죽겠다고 제발 점심 먹으러 가자고 비는 것을(...) 나와 D씨는 스탬프 10개만 채웁시다!! 하고 억지로 끌고 다녔다.
(다시 말하지만 S씨는 리조트에서 푹 쉬면서 노닥거리는 휴가 스타일을 좋아한다)
슈리성 정전 앞
바닥에 깔린 타일의 색배치가 독특하다.
정전 안은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정전 안에 있는 류큐 국왕의 의자.
실제 의자는 아니고 초상화를 보고 복원한 것이다.
성은 2층으로 되어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죄다 복원한 거라 그런지 역사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새삥같다.
정전 구조를 나무로 재현한 것이다.
정전의 토대를 돌로 쌓은 것이라고 바닥에 유리창을 덧대어 보여주고 있다.
왕이 내 밑으로 다 모여! 할 때의 모습인 거 같다.
... 왜 경치는 안찍고 이런 거만 찍었을까.
정전을 나와서 광복문 앞 쪽 전망대에서 찍은 풍경이다.
파노라마
왼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문은 규케이몬이다.
하늘에 구름이 없어서 엄청 시원하게 보이지만...
햇빛이 너무 쨍쨍한 날이라 정말 더웠다.
(S씨는 이 때도 제발 밥먹으러 가자고 비는 중)
즈이센몬 앞 비석이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려서 찍어보았다.
이 문 앞에 류히라고 하는 솟아나는 샘물이 있다.
스탬프 랠리를 하며 아주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멀리 있는 녀석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들 스탬프를 다 찍었다.
참 나 저렇게 다 찍었는데 사진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정말 웃기다.
열정적으로 스탬프만 찍었다는 반증ㅋㅋㅋ
뿌듯한 마음으로 스이무이칸 종합안내소로 기념품으로 교환하러 갔다.
에계~ 이게 다냐
클리어 파일 하나, 스티커 모음 하나.
그래도 귀엽긴 하다.
(S씨 대 실 망)
땀을 뻘뻘 흘리기는 했지만,
배가 아주 고팠지만,
사진도 제대로 안찍었지만...
스탬프 찾아다니면서 돌아다니는게 오기도 생기고 재미있었다.
오키나와 자유여행 3박 4일 - #9 힘들다, 햇빛 쨍쨍한 슈리성 스탬프 랠리 : 여정 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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