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일요일 아침, 강남 도심 한복판의 절 봉은사를 가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바로 옆의 봉은사를 가보았다.
항상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서울만 오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은 일정이 자유로우니까. 길만 건너면 되는 최적의 동선이기도 하여 부담없이 갔다.
봉은사는 신라시대의 고승 연회국사가 창건한 절로, 왕실에서 건립하는 사찰을 관리하기 위한 관부였던 7곳의 '성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성전이 설치될 정도의 사찰은 신라 시대에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곳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정조 때도 전국의 불교를 관장하는 5개 사찰 중 하나였다고. 추사 김정희가 말년을 보냈던 절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오랜 역사와 에피소드가 많은 사찰인데,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점이 조금 특이하다. 본래는 이 지역 역시 산이었을테지만 강남이 개발되면서 주변이 평평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봄. 지금은 말 그대로 노른자땅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많안 사람들이 봉은사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긴 이 시국이야말로 기원하고 싶은 것이 많지 않을까 싶다.
템플스테이도 가능하고... 두부도 판매함. ㅋㅋㅋㅋ
비파를 들고 있는 지국천왕과 여의주를 들고 있는 광목천왕이다. 절을 자주 방문하다보니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잘 못가지만) 사진을 꼼꼼하게 안 찍는 편인데 이번에 두 분만 특별히... (?)
사천왕이 세워져 있는 건물이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가람배치가 널찍하고 경사가 높지 않아서 산책하기 좋아보였다.
불심으로 대동단결(...)하러 오신 분도 계시겠지만, 강남 한복판이니까 오다가다 들러도 좋은 위치.
대웅전 앞에서 뭔가 행사를 하고 있는 듯 하여 들어가보지 못했다. 스피커를 통해서 불경이 들려왔다.
이 길을 뚫고 올라가기가 조금 애매했다는... 옆으로 돌아갔으면 입장 가능했으려나? 그래도 괜찮다.
부처님은 내가 그 분을 뵙고 가지 않아도 뭐라고 하지 않으심.
내 맘을 다스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이니까.
왼쪽으로 꺾으면 조금 한가한 풍경이다. 어제 하루 내내 강남의 도시적인 모습만 보았던 눈에 고즈넉한 사찰을 담아본다.
겸사겸사 여기저기 피어있는 벚꽃도. 횡단보도 하나 건너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다래헌 앞 벚꽃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하늘이 우중충해서 색감이 영...
보정해도 썩 맘에 들지는 않네. 나의 2021년 벚꽃 찍기는 실패.
벚꽃 찍으려고 노력한 적도 없으면서 ㅋㅋㅋ
비각과 판전. 무슨 공사중인건지 어수선해보였다. 정리 좀 해두지.
포크레인의 삽이 마치 오래된 문화재처럼 내팽개쳐져 있었다. ㅋㅋㅋ
위 사진 속 건물, 판전의 현판이 바로 추사 김정희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쓴 친필이라고 한다.
대웅전 밖에도 부처님이 계신다. 석조 미륵대불
그러고보니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다. 자비롭게도 평일에 오신다.
오늘 어무니는 읍내에 연등을 달러 다녀오셨다.
소원을 담은 알록달록한 연등
야매불교신자이긴 하지만, 전국 어느 사찰에 가도 빼곡한 연등을 보면
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믿고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비오는 날은 어떡하나 조금 걱정. 이 대리석 청소하시느라 힘들 것 같다. ㅋㅋㅋ
운하당 옆에 어여쁜 겹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봉은사 와서 벚꽃, 겹벚꽃을 다 볼 수 있어서 봄 기운이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비록 전날 비바람에 고생했을지라도. ㅋㅋㅋ
영산전 혹은 북극보전을 보고 내려오는 듯한 일행
아이들하고 같이 계신 스님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
고층 빌딩과 사찰의 한가로운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절이 봉은사 말고 또 있을까?
유니크한 절임에는 분명하다.
오후 약속에 혹시 늦을까봐 불경 소리를 뒤로 하고 떠나는 길.
봉은사 로고가 제대로 새겨져 있는 초도 판매 중.
개인적으로 사찰의 굿즈(?) 판매에는 찬성하는 편.
절마다 고유한 굿즈가 있으면 좋을텐데...
천편일률적이라 슬프다.
너무 세속적이라서 안되나? 그치만 절도 자금이 있어야 돌아갑니다... ㅋㅋㅋ
도심 한복판의 절이지만 어쩐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온 듯한 느낌을 줬던 봉은사.
언제 또 올지 모르지만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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