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018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8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비엔날레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동해 비엔날레 관람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버스로 약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내가 광주에 당일치기로 내려왔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우리는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비엔날레 입장권 소지자들은 셔틀버스 탑승을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지만 하루에 7대 뿐이라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2018 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관 전시 감상 글▼
택시를 타고 어느 지점에 도착했더니 앞 쪽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차가 막힌단다. A의 재빠른 판단으로 내려서 지하상가 쪽을 이용해 문화전당으로 가기로 했다.
굉장히 정감가는 느낌의 지하상가였다.
기성세대의 옷들과 핸드폰 케이스, 한 켤레 1~2만원 짜리 신발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잔뜩.
지하상가에서 아시아문화전당까지 걷는 것도 꽤 오래 걸리더라. 한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광주 지하철 1호선 문화전당 역하고도 이어져 있다. 우리는 아시아문화광장 쪽으로 나와서 전시장을 찾아갔다.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또 왔다가 그쳤다.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입구는 하나은행쪽으로 가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입구로 가는 길에 안내표시가 붙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비엔날레관에서는 페트병을 들고 입장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가방 속에 꼭 넣으라는 주의를 받았다. 또한 우산이 마르지 않으면 반드시 커버를 씌워야 한다고 안내해주셨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형태와 책자의 순서가 일치하지 않아서 부제를 따로 입력하지 않았다.
들어서자마자 어둑어둑한 분위기. 놀라지 말라고 사전 설명을 읽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뒤 쪽에서 상영되는 영상을 잠깐 동안 보았다.
얼핏 듣기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는 듯 했다.
광광타령이라고 해서 요즘 신조어를 떠올린 나는 인터넷에 뇌를 잠식당했나보다. 광주의 광자를 썼다.
이 근처에 이응노 작가의 <군상> 작품이 걸려 있었다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아니 이럴 수가...
아시아문화전당 전시는 구조가 특이하기 때문에 제대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놓치는 작품이 많을 수 있다.
<일본군성노예>
일본인 작가 아키라츠보이의 작품으로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에 자행된 성적 폭력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2관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판넬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흠칫, 할 수 있다.
성적 폭력과 착취에 관한 증언을 토대로 그들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실존 인물에게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들의 증언은 불에 그을린 모습으로 바닥에 모아져 있었다.
전쟁의 아픔과 기억을 불에 태우려는 시도는 위안부를 부인하려는 일본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검은대지>
여상희 작가의 혼합설치물. 근현대사에 일어난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당대의 신문지로 으깨어 비석으로 제작한 것이다. 현대의 삶이 이러한 비석들의 집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받고, 도슨트 해설 비중이 꽤 높은 작품으로 보였다.
스크린 위 쪽에 자그마한 미니어처 기차가 달리고 있다.
<만장>
3층의 육각형 모양의 설치물 사이사이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부스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서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 비엔날레관의 전시물보다는 더 생각하면서 감상하게 되었다.
<Passengers>
라운지처럼 형성해놓은 벤치 옆에, 공항의 수하물이 통과하는 영상을 틀어놓았다.
지인은 다리가 아프다면서 벤치에 냉큼 앉았다.
2층에 올라와서 보니 더 임팩트 있는 <검은대지>
<2003년 3월 23일>, <언니네 상담소>
정유승 작가의 광주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연작. 그 중에 실제로 성매매 집결지에서 사용되는 각종 사물들을 전시하고 설명을 써둔 공간이 있었다. 2003년 3월 23일은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날짜를 뜻하고, 언니네 상담소는 성매매피해 여성의 상담 및 법률, 의료지원을 해주는 반성매매 운동 단체이다.
샤넬구두의 경우 설명만 찍고 실제 사물을 찍지는 않았는데 정말 조잡해보인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이런 물품을 판매하는 업자가 있고 가격은 20~30만씩이나 한다고.
상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정말 역겹고 소름돋았다. 성매매 여성들은 '일'을 하고서 '고객'에게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꽤 있으며 아파도 당연히 휴가를 내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한 날은 업주에게 몇십만원씩 빚을 지게 된다고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그녀들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구매하는 사람이 없다면 판매하는 사람도 없으므로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광주의 성매매 집결지들. 업소 이름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없어서 돌려서 써놓았다고 한다.
<당신의 할머니, 김정복>
5.18 유가족 중에 한 분인 김정복 할머니의 유품. 생전에 신고 다니시던 신발을 모아놓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 군인들에게 공격받는 학생들을 도와주었던 황금동 여성들. 과거에 황금동은 광주 시가지 환락가였다. 그녀들 역시 주체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지만 '직업여성' 이라는 이유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그들을 기리기 위해서 설치해놓은 전시물.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
옛 전남도청의 분수대를 형상화한 후에 5.18 증언을 모아둔 설치 아카이브 작업.
작은 모형이 빛을 비추면 이렇게 큰 그림자가 된다.
<랜드마켓, 랜드마크>
광주의 지형을 성매매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약품으로 쌓아 올린 작품. 광주의 성매매 실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만든 거겠지 싶다. 그럼 광주보다 규모가 큰 광역시들은...?
<숨겨진 노동>
3층에는 저임금 고강도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앗 깜짝이야. 2관에서 3관으로 가는 길에 있던 설치물.
심지어 움직인다...
<무제>
2cm 남짓되는 플라스틱 튜브부터 1m가 넘어보이는 플라스틱 튜브까지 칼로 잘라낸 것처럼 정교하게 설치해놓았다.
<방파제>
낚시바늘로 바다를 표현한 작품.
작가 요안 카포테는 쿠바 출생으로 이 작품은 쿠바 혁명 이후 미국이 쿠바에 가한 정치 경제적 제재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신세계/도취의 역사 - 터널>
베이징 작가 첸 웨이의 작품. 과거 중국의 나이트 클럽은 중국 공안의 통제를 피해 젊은이들이 대안문화를 형성하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그저 상업화되고 자본화되어 있다고 한다.
홍콩과 한국의 공공장소 불법 차이를 비교해 놓은 작품도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여기까지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separated rainbow>
<캄 더 스톰>
<아우라>
<중첩된 감성: 작은 전투>
새대가리(...)들이 잔뜩.
<피어나다>
<사적성소 #3 시리즈>
일제시대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만든 여수의 마래터널이 배경이다. 사진 촬영.
<2018 무등 판타지아-무등도원경유람>
작가가 본 무등산의 모습. 몽환적이다. 이곳을 통과하는 사진을 많이 찍더라.
<물(物)에는 자성(自性)이 없다>
화엄경의 한 구절. 이쑤시개로 새장을 만들어 새장의 기능을 가진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작품이다. 사물에는 본질이 없고 사물 사이에도 본질적인 차이가 없지만 사람들이 사물을 자꾸 구별하고 분리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
여기까지는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작품을 만들거나 광주 태생인 작가들이 많았다.
이어서 6관으로 이동. 6관은 지하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내가 광주비엔날레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동기가 최초의 북한 미술 주제화 전시때문이었다. 나처럼 '어디에 북한 미술이 있다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6관까지 다 본 관람객도 꽤 있을 듯 싶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지막인 6관에 배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의 사진을 한 장 가져왔다.
한반도의 경계도 그저 상상 속에 존재하던 것처럼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광주 비엔날레 전시는 전시관도 대여섯 곳(비엔날레관, 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 국군광주병원, 무각사 등등)인데다가 양이 상당히 방대하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 보기에는 어려울 듯 싶다. 관심있는 분들은 1박 2일로 광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감상하시는 편이 낫겠다. 2년 후에도 또 보러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관람으로 교훈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 개인적으로는 비엔날레관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가 마음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다음주, 11월 11일을 끝으로 전시를 종료한다. 가시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주말이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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