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 조선 중기 어느 학자의 은거지, 가을 풍경 멋드러진 종곡리의 작은 기와집 모현암
10월부터 12월까지 주말에 일을 잠깐씩 하고 있는데다 그 중 2번은 타 지역에 가야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청년PD 활동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잘 분배해야 했다. 본격 겨울이 오면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고하여... 지지난 주말 일하러 가기 3시간 전에 집을 나서서 읍내에 있는 명소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읍내에 있다지만 거리가 꽤 있어서 우리집에서는 자전거로 대략 40분 넘게 걸렸다. 물론 가는 길 마다 가을이 내려앉은 풍경들이 멋져서 멈춰서 사진 찍은 탓도 있지만...

문장대까지 갔음에도 단풍이 늦어져서 조금 아쉬웠는데, 주말 한가로운 시골길을 이렇게 자전거로 달리고 있자니 알록달록 풍경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도로에는 차가 너무 쌩쌩 달려서 나는 안쪽 뚝방길을 이용해서 갔다. 반대쪽 도로에 나무들이 늘어서서 각각 울긋불긋하게 물든 잎들을 뽐내고 있길래 저긴 어딘고~ 했더니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었다는. 산책하기 좋아보이는 공원이지만 읍에서 거의 5km 떨어져 있어서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 성족리 주민분들이 자주 이용해줬으면 좋겠네.

카카오맵이 안내해 준 길로 올라가는 도중... 아뿔싸!
종곡리래서 가까울줄 알고 완충을 안해뒀던 나의 전기자전거가 벌써 배터리 한 칸으로 떨어져 버림. 이 때부터 자전거가 멈출까봐 정말 살떨렸다. (오르막길을 가면 모터를 돌려야해서 배터리를 많이 쓰는 것 같더라구.) 이따 출근해야한다고~😱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곳은 보은읍 종곡리 산골짜기에 위치한 모현암이라는 곳이다.
카카오맵으로 어디 가볼 만한데 없을까, 하고 갈색 표기를 찾아보고 있을 때 발견한 곳인데, 위치도 읍이라 가깝고 요 근방에서 그래도 몇 년 살았음에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껴서 언제 한 번 방문해야지, 맘 먹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으로 모현암, 을 치고 찾아오면 접근성이 어렵다는 관리인의 블로그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전기자전거다보니 그냥 카카오맵의 자전거 주행길을 따라 가면 되긴 했었음.... 블로그 글 따라가다가 더 뱅뱅 돌아버림... ㅋㅋㅋㅋ
차로 오실 분들은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까지 오신 후에, 모현암으로 갈 곳을 재설정 한 후 자전거 주행길로 따라가시면 된다. 차로 접근 가능한 길로 되어 있어서 문제 없음! 내비에 바로 모현암을 찍으면 이상한 산등성이로 안내한 후에 꽤 힘들게 걸어가야한다고 하더라.

아무튼 조금 빙 돌아왔지만? 이렇게 길에 대롱대롱 매달린 잘 익은 감도 보고.

꽤 멋드러진 비석도 보았네.


종곡리 마을 입구에는 장승을 모티브로 한 듯한 홍살문 같이 생긴 표시문이 세워져있다. 예전에 북실마을이라고도 불렸기 때문에 문 제일 위쪽에 북실이라고 쓰여있다.

문 왼쪽에 모현암까지 2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안내판과 버스정류장.
대중교통으로 오실 분들은 이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배차간격은 책임지지 않는다^.^;;;

문을 지나 직잔하면 곧 나타나는 다리와 또다른 안내판. 이 지점에서 하천을 왼쪽에 두고 우회전 하면 된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쪽으로 쭉 와서 저수지가 보이면 거의 다 온거랬다.

저수지 풍경도 멋드러져서 사진 와방 찍었는데 이건 다음 포스트에...

요 지점에서 또 표지판이 나와서 전봇대 옆으로 꺾어 올라갔다.
그런데 그러면 안된다. ㅋㅋㅋ 묘지밖에 없음.
파란색 건물 쪽으로 가다보면...

지붕 봉긋한 농원이 나온다. 요기까지 오면 다 온거란다.
쭉쭉 올라가다가 중간에 살짝 공간이 있길래 그곳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걸어올라갔다.
(배터리 아껴야 해...)

올라가면서 바로 보이는 모현암의 모습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숲 바로 아래에 지어져 가을의 색깔이 건물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모현암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 403호로, 조선 전기 학자인 대곡 성운(成運, 1497~1579)이 을사사화로 인해 형이 화를 당하자 처가가 있던 이 곳 보은의 종곡리에 내려와 처남 김천부와 함께 숨어 살았던 작은 기와집이다. 1550년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옆에 골짜기가 있어서 모현암의 위치가 더 돋보이는 느낌? 혼자 살짝 솟아 있는 느낌.
속세와 떨어진 듯한 느낌도 나고...

자료를 찾아보려고 검색을 했더니 건물을 얼마 전에 보수했는지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예전 건물은 살짝 가분수...? 처럼 지붕이 건물 위에 무리하게 얹어져 있는 느낌이더라.
모현암의 첫 인상이 원형에 가까운 옛 기와집의 형태라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ㅋㅋㅋ

원래 이 건물은 사암이라고 불리웠지만 1887년에 후학들이 두 현인을 사모한다는 의미로 모현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성운은 후사가 없었기에 그의 학문적 계보를 잇는 대곡 서당계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관리도 맡아서 한다고.
이전에 상현서원을 방문하면서 대곡 성운에 대해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뛰어난 학식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거부하고 계속 보은에 은거했던 성리학자. 그가 머물던 곳이 바로 이 곳 모현암이다. 당시 보은 현감이던 성제원과 서로 학문을 교류하였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대의 학자들이 보은에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고. 그 때 김해에서 살던 남명 조식도 보은에 찾아와 셋이서 우정을 나눴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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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rdfloor.tistory.com

계단 앞에 사람이 지나치면 소리가 나는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오우...?

삐용삐용 경보음을 들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더니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들의 잎새에 가을빛으로 물든 색감이 내려앉아 있다.

모현암을 옆태를 찍으러 계단으로 살금살금 올라가보았다.

건물 뒤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나무들이 단풍 명소로 유명한 곳들 부럽지 않게 몸단장을 마쳤다.
예전에 단풍철이라고 힘들게 찾아갔던 교토의 절이 생각나는 듯도...

모현암은 건물에 쓰인 목자재(기둥, 보, 도리, 서까래)가 튼튼하고 건축방법의 세부 부분에서 18세기 이전의 기법이 나타나 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목재와 목재를 맞물리게 하는 치목 기법이 옛 방식이라는 것. 한옥 지붕은 목재로 정교하게 부품을 만들어서 끼우는 온갖 기술의 집합체라던데 그런 연구자료에 도움이 되었을 방식이려나?

건물 앞에 누워있는 와송이 울긋불긋한 다른 나무들과 대조를 이룬다.
소나무 하나 있어주니까 더 운치가 있다.


모현암은 문화유산이긴 하지만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관람을 아무 때나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주말에 찾아온 나! 잘했어!
사전 일정을 알려주면 도움을 준다는 말이 쓰여있긴 했지만, 여기서 거주하시는 것처럼 보여서 관람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조금 머쓱한 느낌...

나 또한 알고 찾아온 건 아니라 옆모습 사진을 찍고 있다가 반대쪽에서 계신 관리자분을 그제서야 보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릴 거라고 말씀드리고... 이상한 사람 아니예요!!! 슬금슬금 다가갔다.

파를 다듬고 계셨던 걸 보니 아마 파전을 해 드시려고 했던 거 같다.
혹~시 내부를 볼 수 있을지 은근히 여쭤보았으나 그건 안됐고! (당연함 너무 돌려말함...)
한의학 공부하시는 분들이 종종 내려와서 같이 연구하고 그러신다는 썰을 풀어주셨다.
아스피린을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든다는 사실은 또 처음 알았네.

먼 옛날엔 저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있었을까?
벼슬이 싫어 은거를 했다고 해도 사시사철 예쁜 풍경을 보고 있었으면 공부도 잘됐을 것 같다.
실제로 모현암 관리자분이 쓴 블로그 글에 '나는 자연인이다' 섭외도 꽤 들어온다고 쓰여있었다.
그렇게 한 번 방송 타면 다들 엄청 찾아올 거 같긴 하다.

아래쪽 마당에서 정면을 좀 찍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클로즈업으로만 찍어버렸네. ㅋㅋ
모현암이라고 쓰여있는 현판과 건양다경이라고 쓰여있는 일종의 부적이 붙어있다.

비오는 날, 또 눈 오는 날의 처맛자락의 모습도 아름답지 않을까 상상이 간다.
실제로 성운은 명종 때부터 선조 때에 이르기까지 벼슬 권유를 아주 많이 받았지만 모두 사절하고, 소를 타며 노닐다가 거문고를 타는 등 다양하게 시간을 보내셨다고 한다.
바로 앞에 저수지도 있겠다, 여기서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입구 옆에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 아래 평상을 보니 산수유람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여름엔 저기서 수박 드시겠지? ㅋㅋㅋ


옛 모현암 방문 사진을 보면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풀이 무성하고 건물 외벽도 살짝 지저분해보였는데,
예전 종곡리 근처에 살았을 때 모현암에 왔었다면 그 모습을 보았겠지? 깔끔한 모습으로 첫 만남이 성사되어 나름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철에 와서 이런 예쁜 단풍 풍경도 보고 말이다.

가을이라는 버프를 받아서 그런가, 꽤나 성공적인 방문이라는 느낌.
PD활동 하러 왔다가 힐링하고 가네.
'앗... 이게 혹시 자연인의 마음가짐...?'


혹시 난방도 장작 때서 하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엄청난 나뭇가지들을 보며 이만 하산~!

산등성이의 나무들은 어쩜 저렇게 키가 다 비슷할까, 생각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보은읍에서는 920번 농어촌 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까지 갈 수 있다. (그 후로 2km 걸어야함) 버스는 하루에 4대 다니므로 필히 자동차로 방문하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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