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폭설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겨울왕국이었다.
...설국의 첫문장을 패러디 하고 싶지만 디즈니로 끝나네.
어쨌든 정말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어제의 뉴스에는 오늘 눈이 이번 겨울 최대의 폭설이라고 알리고 있었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부터 창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사람은 이런 일상생활의 복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관으로 내려가는데... 계단에 쌓인 눈이 아주 가관이다.
우왕ㅎㅎㅎㅎ 아무도 안 밟은 눈 내가 처음 밟는거얗ㅎㅎ? 신난당ㅎㅎㅎㅎ
눈이 쌓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저 실리콘 바스켓이 저만큼 파묻혀 있는 걸 보았을 때는 아직 돌이킬 수 있었던 시점이었지만 무슨 생각이었는지 계속 걸었다.
내가 헤쳐온 여정ㅋㅋㅋ (고작 5미터)
엘사? 똑똑또독독
두유워너빌더스노맨?
다행히 이 길은 마을 반장님이 제설차로 밀어주셔서 많이 쌓여있지 않았다.
갈대 사이에 새들이 종종대고 있었다.
이렇게 춥고 눈 오는 날 왜 여기에 있는 거니
더 따뜻한 곳으로 가렴 ㅠㅠ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얼굴이 따가웠다)
왼쪽 길이 내가 가는 길인데 눈이 너무 쌓여있어서 별 수 없이 오른쪽 길로 돌아갔다.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제설차! 좋아! 요렇게 눈을 치워주시니까 이제 남은 길도 잘 갈 수 있겠다.
좋아 말끔하군 ^ㅅ^
차가 많이 다니는 거리다 보니 순백의 눈이 아니라 회색 슬러쉬 천지라 슬펐다.
어쨌든 이제 남은 40분 거리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아니 인도가 이러면 어떻게 걸어욧....
별 수 없이 도로 위를 걷기 시작했다.
도로 위를 걷다 보니 차가 지나갈 때마다 회색 슬러쉬가 내 우반신에 끊임없이 끼얹어졌다. 필요없어...
회색 슬러쉬냐 아님 쫄딱 젖은 신발+양말이냐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집에서 양말이라도 챙겨올 것을 ㅠ.ㅠ
슬러쉬보다야 신발과 양말을 버리는게 낫지.
차가 많이 안 들어오는 길을 걸어가는데, 아무도 안밟은 하얀 도화지 같은 눈밭이 계속 이어졌다
집 앞에서는 즐거웠으나(...) 눈이 이만큼 쌓인 거리를 걸으니... 하얀 도화지고 나발이고 발이 푹푹 빠져서 힘들었다.
중간에는 고맙게도 어떤 분이 먼저 걸어가주셔서 발자국 위를 밟고 가기도 했다.
나도 이 분을 본 받아 내 뒤에 올 행인을 위해 개척자가 되는거야! 라는 생각도 하고
이렇게 쌓인 걸 보는 건 처음이라 감촉이 궁금해서 나이를 잊고 해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뒷일을 감당하는게 귀찮아서 포기.
음 이곳은 나름 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다리인데... 하나도 안치워져있다.
이쯤되면 지자체는 하는 일이 뭔가 참으로 궁금(...)
이른 아침도 아니고 거의 점심 때인데 이러면 어떻게 다니지? 뭐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노인분들은 외출 못하시겠네....
계속 똑같은 사진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놀랍게도 이곳은 제법 큰 사거리 옆의 인도이다ㅋㅋㅋㅋ 역시 하나도 안 치워져 있다.
상점가와 식당 주인분들이 알아서 적당히 치우고 있었다.
어떡하니 이거...
내 양말 어떡하니...
장화를 신었어야 하는데...
하지만 난 장화가 없다 ^^;
건물 지붕에 고드름. 어릴 적에는 이런 고드름을 따다가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했는데.
내리는 눈을 먹어도 아무 문제 없었지만 이제는 환경이 좋지 않아서 안되겠지?
이상 폭설 후 거리를 1시간 동안 걸어간 이야기.
교훈: 뉴스에서 폭설이다 강우다 하면 반드시 대책을 세우자. 그리고 장화를 사자.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1시간 동안 걸어다니는 이유는 버스편이 시원찮아서이다.
제일 가까운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하루에 4대씩 온다. 내가 나가야 하는 시간하고는 대략 1~2시간씩 동떨어져 있다.
30분쯤 걸으면 나오는 정류장은 정류장 마크도 없고 몇시에 오는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버스오는 시간표나 정류장에 부착해 놓으라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을까 싶다ㅋㅋㅋ
전광판을 설치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버스 언제오는지 부착하는게 그리 힘든 일도 아닐텐데.
아니 힘든 일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 주민들이 불편하니까.
나름 관광사업이 발전한 곳인데(사실 관광과 특산물밖에 내세울 게 없음)
민족대숙원이 어쩌고 크게 이윤이 남을 사업이 어쩌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인프라부터 챙겨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올드비 주민에게서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기록되지 않은 버스 시간표로는 전혀 관광객이나 신규 주민을 유치할 수 없을 것.
아니 살던 사람들도 떠나갈 것이다;
뭐 그런 걸 느꼈던 하루였다.
집으로 올 때는 너무 어둡기 때문에 걸을 수 없다.
택시를 타고 왔는데 택시 아저씨가 처음 탈 때부터 "그 곳까지 갈 수 있을까?" 라는 멘트를 하시더라.
물론 아침에 걸어서 나왔고 그 후 눈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없어요!" 라고 했다.
택시가 아주 굼벵이처럼 기어가는데.... 그래 눈길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
요금은 7700원으로 평소보다 1000원 정도 더 나왔다. 그래 눈길이니까222
나는 평소에 현금을 잘 들고다니지 않아서 결제는 대부분 카드로 한다.
특히 택시 요금은 항상 카드결제로 하는데, 오늘은 날도 춥고 늦은 밤 고생하셨으니 현금으로 드려야지- 했다.
때마침 현금도 있었고.
그래서 만원을 드렸더니.
"8000원 받을게요~" 그러면서 2000원을 거슬러준다.
..??...
???????
이런 듣도 보도 못한 계산법;;;;;;;;;;;;;;;;
교훈: 앞으로 택시는 무슨 일이 있던 꼭 카드 결제하겠습니다;;;;;;;;;;;;;;;;;;;;;
그래도 마당 대문 앞에 손님이 왔다갔다는 흔적이 남아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 귀여운 발자국. 가끔 찾아오는 고양이(못생김)일까? 고라니일까?
'소소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2.07. (19) | 2017.02.07 |
---|---|
2017.01.26 (12) | 2017.01.26 |
from 2016.04.05. (2) | 2016.04.10 |
2015.12.19 (5) | 2015.12.19 |
2015.12.04 (0) | 2015.12.04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2017.02.07.
2017.02.07.
2017.02.07 -
2017.01.26
2017.01.26
2017.01.26 -
from 2016.04.05.
from 2016.04.05.
2016.04.10 -
2015.12.19
2015.12.19
201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