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벚꽃여행 #1 한 주 늦은 타이밍, 그래도 설레는 여행의 시작
#1 한 주 늦은 타이밍, 그래도 설레는 여행의 시작
180407 _ DAY 1
교토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즐기고 있는 친구 Y를 보러 떠나게 된 4월의 여행. 비행기표, 숙소, 일정 모두 완벽하게 짜 놓고 이제 출발이 1주일 남은 시점, Y에게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벚꽃 진짜 예쁘게 피었는데, 너희 올 때 비온대..."
뭐라굽쇼?
보통 교토와 오사카 지역은 4월 첫째주 쯤에 벚꽃이 활짝 핀다. 그런데 올해에는 어쩐 일로 3월 말부터 이미 만개했다는 것이다. 벚꽃 보러 일본 가는 건데 이게 무슨 소리야! 전세계 관광객들이 다 몰려들어서 숙소 예약도 엄청 힘들었는데 이럴 수가... 그래도 다 정해 놓은 일정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슬픔을 삼키며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 와중에 친구는 야외 벚꽃 놀이를 즐기는 사진을 보내주어 내 배를 살살 아프게 했다.
일주일 동안 한국보다 일본 일기예보를 더 열심히 보며 제발 비가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영락없이 출발 이틀 전, 비님은 내리시고 벚꽃은 휩쓸려 갔다고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여행하는 동안 만이라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줘.
다른 친구 J를 먼저 교토로 보내고, 나는 하루 늦게 출발. 우리 집에서 인천 공항까지 가는 시간 때문에 늦은 비행기를 선택했다. 티켓을 예매할 때만 해도 청주-오사카 노선 빨리 만들어달라고 분노에 차 있었는데, 지금은 2개 항공사에서 신규 취항을 해 줘서 행복하다.
인천공항 제 2터미널이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와서 그런지 주말이어도 굉장히 한산했다. 멀리 있는 인천 공항에 오는 것은 괴롭지만, 확실히 볼거리는 많아서 좋다. 외국인들도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고 있었다.
인천공항의 거대한 브라운. 바로 옆에 사진을 찍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후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수령하려고 올라갔는데, 면세점 위치가 살짝 바뀌어서 잠깐 헤맸다.
여행박사에서 교통 티켓을 구매하면서 받은 SM면세점 특별 우대 쿠폰. 처음에는 그냥 안가져가려고 하다가, 한국 음식이 그리울 친구 Y를 위해 받아왔다. 물론 내 짐 속에는 이미 친구를 위한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맛 5개와 짜장불닭맛 5개가 들어있었지만 말이다. (친구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제주항공 출발 게이트에 일찍 도착하기도 했고, 배가 고프길래 바로 앞에 있는 strEAT라는 매장에서 식사를 했다. 약간 일식 느낌이 나는 메뉴들이라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일식은 일본에서 먹으면 되니까) 걸어다니기 싫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식사 단품을 시킬까 아니면 세트로 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미니 우동과 만두가 들어있는 세트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이 그냥 그래서 그냥 단품을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공항이 그렇지 뭐... 가격은 12,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지난 추석 황금연휴에 고생한 것이 생각나서 일찍 왔더니 이번에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노닥거렸다.
공항 기둥의 USB 연결 잭을 이용해서 휴대폰도 빵빵하게 충전. 평소에는 자리가 없어서 사용해본 적이 없었는데.
비행기를 타러 가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이 가득 :D 룰루랄라.
햇살이 중천에서 살짝 서쪽으로 넘어가는 오후. 창밖의 풍경이 빛을 받아서 반짝반짝했다.
바다 위 쪽의 섬들이 굉장히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느낌.
바다 위 저편에 구름이 가득한 것을 보며 일본의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한국은 이렇게 맑은데. (이 곳은 어디쯤일까? 궁금해지는 사진)
일본이 가까워오니 구름이 정말 많았다... ㅋㅋㅋㅋㅋㅋ
먼저 도착한 친구 말로는 금요일부터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친구는 봄 여행이다! 신나서 아주 가벼운 봄옷만 챙겨갔는데 덕분에 추워서 혼났다고. (결국 여행 둘째 날에 너무 추워해서 내가 가져온 아우터를 빌려주었다)
비행기에 탑승한지 1시간 쯤 경과하였을 때 창밖. 혹시 이 곳이 세토대교인가? 구글지도랑 비교를 해보았지만 정확하게 알아보기는 힘들다. 하늘 위에서 보는 지상의 모습은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더 매력있다.
간사이 공항 도착!
공항에서 교토로 가는 하루카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둘렀으나 란덴+지하철 1일 티켓을 픽업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엄청나게 여유를 부려서 1분 차이로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 덕(?)에 초장부터 기다리느라 자유석을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옆자리에는 태국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 짐 넣는 것을 힘겨워하길래 도와주었다. 교토 여행이 끝나면 한국으로 가서 여행한단다. 이런 장기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러웠다.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걷는 거리가 짧은 버스를 타기로 했다. 교토역 바깥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더니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오후 8시 경이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토요일인데 퇴근 시간 마냥 북적였다.
그러고 보니 교토 타워를 올라가 볼 생각은 한 번도 안했네.
붐비는 버스 안에서 캐리어를 꼭 쥐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앉는 것은 고사하고 내 캐리어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지하철 탈 걸 그랬나. 아냐 버스 노선에 사람이 이렇게 몰리게 만든 일본이 잘못했다(?). 노선을 늘려야지!
비를 뚫고 숙소에 왔더니 친구가 공용 룸에서 불쑥 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어제 도착해서 하루 이 곳에서 머무는 동안 벌써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 그 중 서너 명은 이미 체크아웃을 해서 난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아직 떠날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다는 일본 남학생에게 며칠 전 벚꽃이 예뻤다는 염장을 듣고 친구가 우지에서 사온 말차 당고를 먹었다. 맛이 영 좋지 않았다. 너무 꾸덕해...
배가 고파 길 건너 세븐 일레븐에 다녀왔다. 한껏 욕심을 부려 요거트, 치킨, 말차 찹쌀떡, 쟈가리코를 사왔지만 다 먹지는 못하고 요거트와 치킨만 먹었다. 배고파서 혼났네. 나머지 식량은 보관!
샤넌
아키라
공용룸에서 친구와 노닥거리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두 친구가 들어왔다. 거의 2주 간에 걸쳐 교토를 여행한단다. 일정이 겹치지 않아서 함께 나간 적은 없지만 매일 밤 어디를 갔다왔는지 서로 정보 공유(?)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샤넌은 아키라의 일정을 그저 따라다니기만 했단다. 2주 동안 어디를 갈 건지 엑셀에 빼곡하게 정리한 일정표를 보고 아키라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4일 계획 짜는 것도 힘든데 2주를 이렇게...! 나도 우리의 일정표를 보여주고 서로 박수를 짝짝 쳤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했기에 수다도 잠깐, 12시 쯤에 방으로 올라가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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