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 국립중앙박물관
1시 반이 지나서, 청와대 인근 관람을 끝내고 일일 동반자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국박)에 가기로 했다. 국박 까지 가는데 45분, 관람을 보는데 약 1시간, 다시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서촌)으로 가는데 45분.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전시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하지만 강행군인 건 맞았다. 이 날 무리한 것 때문에 다음날 다리가 아파서 혼났다...
친구들에게 국박갈 거라고 너무 일찍 오지 말라고 얘기했더니, 국박이 어디냔다. 국립중앙박물관이야-라고 말해줬는데 누가 그걸 국박이라고 하냐고 그런다. 다들 그러거든...? (소심하게 항변)
국립중앙박물관은 4호선 2번출구로 나오면 전용통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부끄럽게도 2005년에 개관한 이후에 첫방문이다. (일단 호주에서 오래 살았다는 변명카드를 꺼내보도록 하지...)
앞 쪽에 호수가 조성되어 있고, 바닥도 깔끔해서 산책하기 좋아보였다. 봄, 여름에 오면 분위기가 아주 좋을 것 같다. 일일 동반자(?)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이 분과는 아주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하긴 용산구니까. 그나저나 아까 청와대에서보다는 날씨가 좀 안좋은 느낌? ㅠㅠ
관람할 전시회는 바로 예르미타시[각주:1]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관람료는 6,000원이지만,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과 함께 관람하면 7,500원으로 아주 저렴했다. 하지만 난 시간이 없어서 예르미타시만. (19일 현재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전은 전시 종료되었다.)
즉석에서 표를 끊었는데 인터파크로 나와서 뭔가 신기하고? 그런데 호랑이 미술과의 통합권에는 티켓에 사진을 넣어줬으면서 단독으로 끊은 티켓에는 왜 사진을 안 넣어주는거야... 서운해.
3시부터 해설사님이 무료로 해설을 해준다고 하여 기다렸다. 평일 오후 3시인데도 관람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전시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무슨 전시회인지도 잘 모르고 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에 보관된 많은 유럽 화가들의 그림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빌려서 전시회를 하는 거란다. 그간 꽤 교류가 있었고 그에 따른 성과라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를 제외하고, 프랑스 회화가 가장 많은 박물관이 예르미타시라고.
사진 촬영은 핸드폰으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카메라는 집어넣고 열심히 핸드폰으로 찍었다. 전부 올릴 생각은 아니고, 몇가지 작품만.
본격적으로 해설이 시작되기 전에 찍었던 예카테리나 여제(2세). 유럽 각국에 퍼져 있는 회화와 조각들을 수립하여 예르미타시 박물관-겨울 궁전을 만든 인물이다.
니콜라 푸생 - 십자가에서 내림. 예카테리나 2세가 가장 먼저 수집한 프랑스 미술품 중 하나라고 한다. 바로크 미술과 고전주의 경향이 드러나는 작품. 무료 해설은 이 그림에서부터 시작했는데, 해설을 듣고자 하는 관객분들이 정말 많아서 그림이 하나도 안 보였다. 결국 나는 그냥 혼자 돌아다니다가 설명이 필요하면 가까이 가서 듣는 방식을 취했다.
아담프란스 판 데르 묄렌 - 전투. 역사적 사실은 아니고 화가의 상상에 따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런 가상의 전쟁화가 인기가 있었다고...
전시회의 벽면에 쓰여진 이러한 글귀들을 나는 꽤 좋아한다.
피에르 미냐르 -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알렉시 시몽 벨 - 시녀의 초상
풍경화도 좋아하지만, 이 시대의 그림에서는 가장 큰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인물화이다. 피부톤이나 얼굴 골격 등을 묘사한 것으로 봤을 때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복장이나 주변에 있는 소품도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1부의 바로크와 고전주의는 빨간 벽지, 2부의 로코코는 초록색 벽지라서 굉장히 겨울이라는 느낌.
프랑수와 데포르트 - 죽은 토끼와 과일이 있는 정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물화와 다르게 죽은 동물과 산 동물 모두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위베르 로베르 - 콜로세움
샤를루이 클레리소 - 콜로세움
이 때는 한창 콜로세움을 비롯한 고대 건축물을 그리는 게 인기였다고 한다. 살짝 상상도 섞어서.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많은 예술가들. 그 도시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에밀 오귀스트 샤를 카롤뤼스뒤랑 - 안나 오볼렌스카야의 초상
3부는 노란색 벽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이다. 안나 오볼렌스카야는 러시아의 귀족으로, 러시아 혁명 이후 쓸쓸한 노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혁명에 가담했다는 추측도 있으나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해설사님이 말씀해주셨다.
외젠 부댕 - 트루빌 해변
클로드 모네에게 야외사생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는 외젠 부댕.
귀스타브 도레 - 협곡
스코틀랜드에서 2년간 머물렀던 기억을 되살려 프랑스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가운데의 사슴무리가 마음에 든다.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
프랑수아마리우스 그라네 - 로마 바르베리니 광장의 카푸친 교회 성가대석 내부
구도가 다른 작품들과는 색달라서 눈길이 많이 갔다.
4부, 인상주의는 검은색 벽지이다. 앞선 작품들과는 다르게 화풍이 독특한 작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클로드 모네(지베르니의 건초더미), 오귀스트 르누아르(여인의 얼굴), 폴 세잔. 인상주의 화가들은 이전에 구라시키의 오하라 미술관에서 작품을 본 적이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작품들을 한국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알프레드 시슬리 - 생마메의 강가 물결 표현이 마음에 든다.
폴 세잔 - 마른 강 기슭
베르나르 뷔페 - 겨울 궁전
윤곽선이 두꺼워서 독특한 느낌을 가진 그림이다.
계획에 없던 전시에서 프랑스 회화를 보게 되어 굉장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겨울 궁전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우리 문화재를 해외의 문화재와 교환해가면서 전시한다는 사실도 (사실 당연한 건데도) 더 인상깊게 느껴졌다. 다음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상설전시부터 특별전시까지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다.
예르미타시박물관展은 올 4월 15일을 마지막으로 전시가 종료되니 그 전에 관람하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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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쉬라고도 부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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