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1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첫 버스를 타고 근교 도시 버스 터미널에 다녀왔다.
이유는 이틀 전 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날...
환승하는 곳에서 카메라를 가방 째로 버스에 두고 내렸기 때문이다! (두둥)
집 근처 터미널 앞으로 마중나온 엄마랑 인사하다가, 그제서야 카메라 가방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머릿 속으로 내 동선을 살펴보느라 5분 간 플라스틱 인간 체험.
첫번째 버스 안에 두고 내렸는지, 화장실에 두고 온 건지, 두번째 버스 안에 두고 내렸는지도 몰라서 식은땀이 막 흘렀다.
카메라는 다시 사면 된다고 쳐도...
9일 동안 홋카이도 다녀온 사진은 어떻게 되는거...? 다 옮기지도 못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왜 카메라를 백팩에 넣지 았았던 것이냐
드디어 내 정신이 맛이 갔구나
여행을 다녀오면 뭐하나 여행 비용 버금가는 손실이 생겼구나 등등
온갖 잡생각이 머릿 속에 떠다녔다.
전화 문의를 하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음날을 기약해야 했다.
집에 도착하면 침대에 누워 여유를 만끽하며 블로그를 하려고 했는데...
우울감을 곱씹느라 식음을 전폐하고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어제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버스회사에 전화하여 분실물 있냐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잘 보관해두고 계신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때의 내 심정이란! 믿지도 않는 예수와 알라신, 공경도 잘 안하는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퐁퐁.
그래 내 사주에 카메라 잃어버리는 운명은 없는거야! 이런 생각도.... ㅋㅋㅋㅋ
거리가 멀어서 당일 가지는 못하고 오늘 아침 출근 전에 픽업하러 갔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터미널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수령을 하려는데...
어제 이 카메라 가방이 자기 거라면서 가져갔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
정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사무실에 계시는 담당직원 분께서 그 사람 연락처를 받아놔서 퇴근한 후 다시 찾아오는 수고를 하셨다고 한다.
아마 내 전화를 받은 분과 물건을 준 분이 다른 직원이라 그냥 아무 의심없이 가방을 주셨던 거 같다.
덕택에 내가 수령할 때 내 물건이라는 증거를 보여드려야 했음―미리 핸드폰에 옮겨놓은 사진을 보여드렸다.
정황은 모르지만 왜 자기 거라고 하고 가져간건지, 그걸 또 군말없이 돌려줬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쨌든 카메라가 내 품에 돌아와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ㅠㅠㅠㅠ
얼떨결에 지출된 시외버스 왕복비용 만사천원도 카메라를 돌려받는 기쁨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흩날려라 만사천원...
담당직원 분께는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안겨드렸다. 얼마 안하는 거지만...
분실물을 발견해서 사무실에 맡겨두신 버스 운전기사 혹은 버스 청소 아주머니,
퇴근 후까지 잘못 수령된 분실물 찾아다 주신 버스 사무실 담당 직원 분,
두번째 버스에 가방이 있는지 확인해줬던 학생 (아는 사이라 버스에서 내릴 때 인사를 했었는데, 덕택에 빠른 확인이 가능했다)
내 일처럼 걱정해줬던 사촌언니,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멋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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