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0
그녀가 처음 우리 집에 온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헤집어 놓았다고 어머니가 아주 싫어하셨다.
아주 추운 겨울 날, 우리집 2층 발코니 쪽에서 에옹에옹 울어대었다. 그 후에 보이지 않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몰랐던 그녀가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략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녀가 새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참으로 못생겼다. 털색도 얼룩덜룩, 귀는 어쩐 일인지 접혀있다. 눈매가 아주 매섭다.
그녀는 겁이 없다. 가끔 우리집 정원에서 놀고 있다가 사람에게 다가와서 비비적댄다.
위 사진을 찍은 날에는 자꾸만 앵겨와서 옥수수를 삶아서 주었다. 새끼들은 하나도 안 주고 저 혼자 다 먹었다.
나는 그녀가 떠돌이 고양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동네까지 떠돌이 고양이가 오기는 쉽지 않다. 알고보니 뒷뒷집 고양이란다. (배신당한 기분이다)
뒷뒷집에는 하얀 고양이 한 쌍이 있는데, 그녀가 수컷을 차지한 모양이다. 요즘 흰암코양이가 안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집에 자꾸 오는 거니? 우리집이 산후조리원이냐? 2개월이면 퇴원할 때 되지 않았냐....
마당이 넓어서 숨어 있으면 찾을 수가 없어서 이 녀석들을 옮길 수가 없다. 알아서 가길 기다릴 수밖에...
그녀의 새끼들은 두마리로, 대략 2개월 정도 되어보인다. 한놈은 하얀데 한놈은 까맣다. 신기하기도 하지.
까만 녀석은 얼마 전 폭우가 쏟아지던 날 2층 발코니에 숨어 있었는데, 엄마가 어미만 있는 줄 알고 '이놈!'했을 때 소쿠리 뒤에 숨어있었다.
가까이서 볼려고 다가갔더니 후다닥 도망갔다. 경계심이 장난 아니다.
위 사진의 그녀는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전혀 새끼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아니다.
날 발견하고 다가와서 비비적 거리기 일보 직전이다. 주인이 있으면서 나에게 앵기지 마라!
자주 목격되는 장소는 1층 현관, 철제 계단 앞 정원, 엄마의 텃밭, 비닐하우스 옆 주차장이다.
이 날은 웬일로 눈에 띄는 곳에 하얀 녀석이 있었다. 까만 녀석은 통 볼 수가 없다.
내가 다가가니 자꾸 뒷걸음질을 한다. 요 녀석들에게도 옥수수 삶은 거 주고 싶었는데.
아직 어려서 먹을 것 얻어먹는 방법을 모르는 거 같다. (인간이란 생물에게 다가가서 부비적 거리면 된단다)
그녀는 자기 먹을 거만 챙기니까 애 둘을 잘 키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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