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경복궁 #1 광화문을 지나 아미산까지
2008년부터 시작한 호주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에 도착하고 서울에 머물렀던 5일간, 충동적으로 경복궁을 방문했다. 당시 머물고 있던 곳에서 경복궁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근처에 있길래 오랜만에 한번 봐볼까? 하고 신나서 갔다. 벌써 재작년의 일이다. 9월 말이었는데도 날이 상당히 더웠다.
광화문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근처 죠스 떡볶이(ㅋㅋ)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샵에서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광화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다 중간에 경복궁을 가고 싶어하는 길을 잃은 태국인 일행이 있길래 길 안내를 해주면서 같이 광화문까지 갔다. (표 사주는 것도 어쩌다보니 도와줌;)
오랜만에 광화문을 보니 좋았다. 게다가 나는 2008년에 한국을 떠났으니 복원 공사가 완료된 광화문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건설된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얗고 반짝반짝한 벽돌들이 깔끔해보였다.
광화문 앞에서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더니 노래 들으면서 걸으라며 추천해주었다.
규현 - 광화문에서♬
내가 한국을 떠나있었어도 한국 노래를 모르는 건 아닌데.... 하여튼 직관적인 친구들이다.
쌀쌀한 가을에 들어야 제맛인데 날이 더워서 영 그 느낌이 안났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흥선대원군이 1차로 복원하고, 그 후 일제 시대에 해체되어 이전되고, 6.25 때는 지붕이 불태워지는 등 온갖 수모를 겪다가 2010년이 되어서 겨우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풍파가 많았던 조선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68년에는 콘크리트로 복원을 하면서 위치가 삐뚜름해졌는데 2010년 복원 사업에서는 본래 광화문이 자리했던 흥례문과 근정전을 일직선으로 이어놓은 남쪽으로 이전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안의 흥례문이 잘 보인다.
광화문의 뜻은 '임금의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 라는 의미이다. 세종 때 집현전 학자들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정문을 닫으면 쓸데없는 말이 궁궐에 들어오지 않고, 열어두면 사방의 어진 사람들이 들어온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광화문을 바로 세우는 일이 나라를 바로잡는 일처럼 중요하게 느껴진다. 임금이 백성을 어질게 다스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운 문이 광화문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광화문 광장, 곧 생길 광화문 1번가의 의미는 조선시대부터 유구하게 내려온 것이 아닐까.
수문장 교대 의식 : 오전 10시, 오후 2시 (소요시간 20분)
광화문 파수 의식 : 오전 11시, 오후 1시 (소요시간 10분)
광화문 안을 들어서면 나타나는 이 곳까지는 무료이고, 흥례문을 지나 경복궁 일대를 보기 위해서는 오른쪽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해야한다.
입장권은 3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외국인도 내국인도 동일한 금액이다.
인도의 타지마할에 가면 외국인은 내국인의 20배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착한 거 같다.
관람시간 | 오전 9시~ 오후 5시 혹은 6시
관람요금 | 개인 3000원, 단체 (10인 이상) 2400원, 외국인 소아 1500원
무료 관람 대상자 | 만 6세 이하, 만 24세 이하 내국인 청소년, 만 65세 이상, 한복 착용자, 그 외 공무 수행/인솔자 등
휴궁일 | 매주 화요일
공식 홈페이지에 가이드북이 올라가 있으므로 관람 전에 한 번 읽어두는 것을 추천.
클릭 시 열람 가능
광화문을 통해 입장하면 보이는 흥례문. 흥례문을 필두로 궁궐 담장이 쫙- 세워져 있다.
흥례문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다섯가지 덕목 중의 가운데인 예가 남쪽과 연관이 있기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대문도 숭례문인가보다. 그러면 동대문은 흥인지문이고 서대문은 돈의문이니 차례대로 동서남.... 북은 모르겠다.
이 흥례문과 광화문 사이에 바로 조선총독부가 있었다. 예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1997년에 폭파왕 03이 제발 보존해달라는 일본인들의 부탁을 무시하고 씨원하게 터트려주셨다. 캬~
폭파 전 모습. 너무 답답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양이다. 참 더러운 짓을 쏙쏙 잘도 골라서 한다.
우리나라에 근대 문화재가 많지 않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잘 없앤 거 같다. 이런 곳에다가 지어놓았으니 다 치워버려야지 어쩌겠는가? 보존하기 싫다. 저 때 부숴진 건물 잔해를 독립기념관 어디에다 옮겨 두었다는데 굉장히 초라하게 대충 해놓은 모양새라고 한다.
경복궁 일원은 일제 시대에 90%가 헐려서 현재 남아있는 곳의 대부분은 복원된 것이다.
아직 복원되지 않은 곳들도 많다. 근정전은 남아있던 10%에 속하는 건물로, 현존하는 한국 최대의 목조건축물 중 하나이다. (국보 223호)
흥례문과 근정전 사이에 놓여진 품계석에 몇품인지 써있다. 이 곳에서 문무백관의 차림을 하고 앉아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왕의 복장을 입고 가운데의 어도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을 듯.
근정전의 의미는 '천하의 일을 부지런히 하여 잘 다스리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근정전 안에는 조선 시대 왕이 앉았던 의자인 어좌가 보인다. 이 때 근정전 앞을 문화해설사님이 지나가면서 설명을 이것저것 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지만... 난 바빠서 패스.
경복궁 문화재 해설은 10인 이하 소규모일 때는 예약 없이도 흥례문과 근정전 사이의 경복궁 안내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경복궁문화재해설사 정규해설 | 월, 수, 목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4시
자원봉사단체 해설 | 금, 토, 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1시간~30분 간격으로 진행
어좌 뒤의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이 멋지다. 일월오봉도는 말 그대로 해와 달, 다섯가지의 봉우리를 그린 그림. 그림 자체로는 완성품이 아니고 앞에 왕이 앉아야만 완전한 그림이 된다고.
왕이 죽을 때도 같이 묻히는 그림이라 그런지 장엄한 멋이 있다. 개인적으로 선명한 색상이 마음에 든다.
근정전 천장에는 쌍용이 있다는데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어 아쉽다.
강녕전 동쪽에 있는 지도문.
강녕전은 왕의 침전으로 왕비의 침전 바로 앞에 위치한다.
자경전 남쪽의 만세문이 보인다. 안에 계신 분이 만세까지 살 수 있도록 장수하시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교태전과 자경전 사이의 소주방이 100년만에 복원이 완료되어, 2015년 5월부터 개방되었다길래 보러 갔다.
소주방의 생물방에 전시되어 있는 고종 시기의 사찬상이다.
생물방은 임금의 후식과 별식, 왕가 손님들의 죽, 차, 화채 등을 올리던 곳이며, 생과방이라고 하기도 했다.
외소주방, 내소주방도 잘 꾸며두었는데 그 사진은 어디가고 이런 사진만...
소주방에서는 매년 4월 말 ~ 5월 초에 시식공감이라는 행사를 한다. 임금님이 먹었던 수랏상을 직접 먹어볼 수 있고, 국악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고. 100년만에 복원한 곳을 이렇게 잘 써먹으니 일을 잘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벌써 행사가 끝나서 신청할 수는 없지만...
자경전 앞의 넓은 공간. 예전엔 이곳에 무엇이 있었을까?
자경전은 경복궁의 가장 동쪽에 있어서 옆길이 산책로 같기도 하다.
이 길 바로 옆에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다.
자경전과 청연루
자경전의 자경은 예전에 정조가 창경궁에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자경당에서 따왔다고 한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어머니를 위해 지은 침전이다. 청연루는 여름용 침전이다.
문 안의 문
청연루를 지나 뒤쪽으로 가면 십장생 굴뚝이 보인다. (보물 810호)
자경전에는 온돌방을 많이 마련했는데, 각 방들과 연결된 10개의 연기 길을 모아 북쪽 담장에 하나의 큰 굴뚝을 만들었다. 땅 밑으로 난 연기 길은 담장과 그 앞으로 한 겹 내밀어 쌓은 벽 사이로 이어져 있다. 굴뚝 벽면 중앙에 십장생들을 묘사하고, 위 아래로는 학과 불가사리, 벽사상 등을 배치하여 악귀를 막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굴뚝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조형미가 빼어나 조선시대 궁궐 굴뚝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복궁 가이드북 발췌
자경전의 서쪽 벽의 무늬가 멋있어서 찍어보았다.
사군자, 모란 등 무늬가 아주 다양하다.
이렇게 세부적인 곳까지 볼 재미가 아주 쏠쏠해서 좋다.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마련해놓은 평상이 보인다. 이쪽 구간이 휑한 것이 안타까웠다.
19세기 말의 경복궁 배치도인 북궐도형을 보면 아주 빽빽하게 전각들이 늘어서 있는데...
교태전 안쪽의 아미산 굴뚝 (보물 811호)
굴뚝은 교태전의 난방을 할 때 나오는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인데,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굴뚝 주변에 새겨진 무늬 역시 멋스럽다.
아미산은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에 있는 후원으로, 봄이 되면 각종 꽃들이 만발하여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름은 산이지만 실제로는 흙을 쌓아 만든 작은 동산이다.
후원의 소나무가 교태전 쪽으로 자라고 있다.
카메라를 제대로 못 다뤄서 허옇게 나온 하늘-_-;;;에 잡상이 보인다.
이 곳이 어디인지는 까먹었지만 잡상이 총 5개가 있으니 교태전은 아니고 부속 건물인가보다.
이 다음은 현존하는 가장 큰 누각인 경회루를 보러 갔다.
'국내여행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 경복궁 #3 태원전 일중문과 함화당 장고 (26) | 2017.06.11 |
---|---|
서울 :: 경복궁 #2 크고 아름다운 누각, 경회루 (34) | 2017.06.10 |
서울 :: 버터갈릭 감자튀김과 즉석떡볶이, 또보겠지 떡볶이집 붕붕허니비 (36) | 2017.06.07 |
서울 ::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홍대점 (32) | 2017.06.05 |
서울 :: 홍대의 저렴한 일본 가정식, 파란 물고기의 모미모미 (30) | 2017.05.25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서울 :: 경복궁 #3 태원전 일중문과 함화당 장고
서울 :: 경복궁 #3 태원전 일중문과 함화당 장고
2017.06.11 -
서울 :: 경복궁 #2 크고 아름다운 누각, 경회루
서울 :: 경복궁 #2 크고 아름다운 누각, 경회루
2017.06.10 -
서울 :: 버터갈릭 감자튀김과 즉석떡볶이, 또보겠지 떡볶이집 붕붕허니비
서울 :: 버터갈릭 감자튀김과 즉석떡볶이, 또보겠지 떡볶이집 붕붕허니비
2017.06.07 -
서울 ::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홍대점
서울 ::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홍대점
2017.06.05